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입장과 같다"… 혐의 전면 부인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입장과 같다"… 혐의 전면 부인
  • 안수정
  • 승인 2017.05.23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직 대통령 신분에서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파면된 뒤 구속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23일 열렸다.

헌정 사상 유래없는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구속 후 53일만에 대중 앞에 설 것인가와 이번 사태의 핵심 피고인인 '40년 지기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의 법정에서 조우였다. 

이날 오전 8시34분쯤 홀로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한 박 전 대통령은 9시1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수의 대신 감색 계열 정장을 입은 박 전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수감번호 '503번' 배지를 부착한 상태였다.

대중 앞에 설때 늘 올림머리를 고수했던 박 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은 이날도 어김없이 뒤로 묶어 올린 형태였다. 머리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고, 머리핀은 구치소에서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재판 시작전까지 철저히 분리된 상태로 대기했다. 두 사람이 공모한 범죄사실이 있는 만큼 함께 대기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두 사람의 변호인은 재판 시작 10분전쯤 미리 재판정에 착석했다. 곧이어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정에 들어서자 현장에 대기중이던 취재진의 카메라가 분주하게 움직였고,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후 최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며 자리에 앉았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최씨를 외면했다. 

재판부가 촬영기자들의 퇴정을 명한 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직업을 묻는 질문에 "무직입니다"라고 답했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는 질문에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비교적 침참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반면 최씨는 재판부의 인정신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약간 울먹이며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답변해 재판부의 재질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을 밝히기에 앞서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법정에 서는 모습은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이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법절차의 영역에서 심판이 이뤄져 법치주의 확립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실체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상응하는 입증이 내려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절차적인 피고인 권리가 충실히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특가법상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공무상비밀누설 등 총 7가지의 혐의와 18가지의 범죄사실이 공소장에 기재된 차례로 읽혀졌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을 비롯해 대기업들로부터 592억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직권을 남용한 혐의,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유출하는 등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공소사실 인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검사가 공소사실 모두진술에있어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사실 일부를 낭독한 것은 공소장 일본주의와 헌법 무죄추정의 원칙을 심히 위반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엄격한 증명에 따라 기소된 것이 아니라 추론과 상상에 기인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게 범행의 동기가 없는 점 △최순실, 안종범 등과 박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모행위를 한 것인지 입증이 부족한 점 △증거 대부분이 언론 기사인 점 등을 지적했다. 뒤이어 이어진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측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며, 오히려 검찰에게 기소 이유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는 "검찰 논리라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법무부와 대검에서 감찰을 받고 있는데, 이 사건 당사자도 부정처사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가 가능하다는게 변호인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의 발언이 끝난 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이 사건 공소장을 받아보았는가"라고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피고인도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가"라는 질문에 "네, 변호인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역시 침착하게 답변했다. 재판부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보라"며 발언기회를 제공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추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만 답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1시 30분쯤 최씨 측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10분간 휴정한 뒤 재개됐다. 

발언권을 얻은 최씨는 "제가 이 재판정에 40여년간 지켜본 대통령을 나오시게 한 죄가 너무 많은 죄인인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은 절대 뇌물이나 이런걸로 나라를 움직이거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몰고가는 형태라고 생각"한다면서 "검사가 '경제공동체'라는 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엮으려고 애를 많이 쓰셨다"고 말하며 검찰을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러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에 앞서 이경재 변호사가 검찰의 기소를 두고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박 전 대통령와 최씨 측 주장에 추가 발언기회를 얻은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마저 부인하고 있다"며 "간접사실로도 유죄 입증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는 정치법정이 아니다. 우리는 법률가"라며 "법과 원칙, 사실관계에 따라 기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을 향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듯 재판 시작 2시간 전부터 법원 안팎에는 각종 시민단체와 취재진, 재판을 보기 위해 찾은 방청객들도 발디딜틈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법원 앞 사거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각각 집회를 벌였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전 8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진행될 417호 대법정 출입구 앞에는 공개 추첨에서 방청권을 얻게 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렸다. 방청객은 어린 학생부터 노인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동생 박근령(63)씨가 이날 오전 법원을 찾았지만, 방청권을 확보하지 못해 발길을 돌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월간인물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채영
  • 회사명 : 월간인물(Monthly People)
  • 대표자 : 박성래
  • 제호 : 월간인물
  • 사업자등록번호 : 227-08-617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17
  • 등록일 : 2015년 04월 30일
  • 발행일 : 2015년 04월 14일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박성래, 남윤실
  • 월간인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간인물. All rights reserved.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박성래 02-2038-4470 psr@monthlypeople.com
우수콘텐츠 우수콘텐츠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