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판길 UNIST 선도연구(C5)센터장 - 변치 않는 초심은 ‘생명 연구자답게 사는 것’
서판길 UNIST 선도연구(C5)센터장 - 변치 않는 초심은 ‘생명 연구자답게 사는 것’
  • 안수정
  • 승인 2017.03.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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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판길 UNIST 선도연구(C5)센터장·생명과학부 교수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곧고 바른 심지와 기본에 충실하려는 진정성을 가진다. 그것을 흔히 초심(初心)이라 한다. 그러기에 세월이 흘러 그것이 퇴색되면 다시 그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자기반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초심이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기반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이순(耳順)의 반을 달려온 과학자에게 초심이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답변이 돌아왔다. 가슴 한켠을 이 단어로 채우고 매 순간을 달려온 것처럼 말이다. “‘답게 사는 것’입니다. 연구자, 교육자, 대학행정가로서의 ‘다움’을 잘 지켜가는 것이죠.”

 

‘세포와의 소통’으로 걸어온 30여 년의 발자취

우리 몸은 규칙적인 생명 반응들의 연속 작용에 의해 유지된다. 작은 DNA와 단백질의 상호 작용에서부터 세포 안, 각각의 세포들간의 신호 전달에 의해 생명 현상들이 조절되고 생명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질서를 연구함으로써 어떻게 질병이 나타나는지를 이해하고 치료 방법을 탐구해 나가고 있는 서판길 교수. 그는 생체 내 신호전달분야에서 분자/세포 네트워크에 따라 형성되는 소통과 기능 조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온 인물이다.

30여 년간 ‘세포와의 소통’ 외길을 걸어온 그의 삶은 셀(Cell), 사이언스(Science), 네이처(Nature)를 비롯한 SCI급 국제 저널에 300여 편의 논문발표, 12,000회에 달하는 인용횟수, 논문의 양과 질을 동시에 평가하는 H-인덱스(index) 지표에서 국내 연구자 중 최고수준인 56의 수치로 표현된다.

서 교수는 신호전달 핵심효소인 phospholipase C(PLC)의 b, g, d 세 가지 동위효소(isozyme)를 뇌로부터 세계 최초로 분리 정제하고, 유전자를 클로닝(cloning)했다. PLC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phosphatidyl inositol-bisphosphate를 분해하여 두 종류의 second messenger(IP3 와 DAG)를 생성, 세포 간 정보교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효소를 뜻한다. 그의 PLC 매개 신호전달 연구 결과는 생명현상 이해를 위한 개념정립에 초석이 된 바, 대부분의 생화학 및 세포 생물학 대학 교재에 소개돼 있다. 나아가 PLC-b(1,2,3,4)와 PLC-g(1,2)를 포함한 13 종류의 포유류 PLC 매개 신호전달 메카니즘을 규명함으로써 PLC의 비정상적인 활성으로 초래되는 질병의 병인기작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도 제시했다. 이는 생명현상의 해석과 이해에 기여할 뿐 아니라 특정 질병치료 및 예방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UNIST 최초의 정부지원 R&D 센터인 세포 간 신호교신 연구센터(C5)를 맡고 있는 서 교수. 센터는 암세포 내 신호전달 단일분자를 표적으로 한 기존의 암 치료 연구가 전이와 재발률 증가라는 한계에 부딪히자, 암세포와 주변세포 간 교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암의 성장과 전이 과정을 밝히고 새로운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암 성장에 있어 신호전달 과정의 분자적 기작을 규명했고, 줄기 세포 분화를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한 데에서 나아가 그와 관련된 세포 내 신호전달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치료 목적으로 줄기 세포의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더불어 의료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고해상도 융합분자 영상기술을 이용해 생체 내 암 표지와 치료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외에도 운동이 단백질 MIF(Macrophage inhibitory factor)의 발현 증가를 유도하고, 이에 의한 항우울 효과에 대하여 분자 수준의 새로운 기전도 제시했다. 단백질 MIF가 우울증 치료 및 진단의 새로운 바이오 마커로 효과적으로 사용 가능함을 입증한 그의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2013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었다.

순수한 연구열정과 성실한 도전에 대한 보상이었을까. 서 교수는 우리나라 생명과학 분야에서 2007년 국가석학으로 선정되었고, 2014년에는 국내 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인 ‘제7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외로운 연구에서 필요한 것은 즐기는 마음과 열정”

‘개척’의 사전적 의미는 ‘거친 땅을 일구어 논이나 밭과 같이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듦’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분야를 처음 걷는 사람을 ‘개척자’라 칭한다. 험난한 길을 다듬어 고르는 과정은 고통과 역경이지만, 선진국의 과학기술을 모방했던 추격형 연구개발 패턴에서 탈피해 선도형 연구개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서판길 교수에게는 즐겁고 가슴 한쪽이 뿌듯해지는 일이다.

“연구는 상당히 외로운 일입니다. 누군가에 이어 ‘두 번째’로 하는 것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죠. 늘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서는 외롭고 힘겨운 행군을 해야 하는 선도적 연구자에게는 연구를 즐기는 마음과 열정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유전자 조작 쥐를 통해 뇌의 신호전달 단백질인 피엘씨감마원(PLCγ1)의 기능 이상이 조울증 발생의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 성과가 도출되기까지 걸린 10여 년의 세월은 그의 외로운 행군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호기심이 머물지 않았더라면, 진작 포기하고 말았을 세월이다. 정신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되면서 연구의 우수성을 입증 받은 이번 연구에서 PLCγ1은 신경세포에서 다양한 신호전달 경로를 매개하는 단백질로, 서 교수가 세계 최초로 뇌에서 분리·정제해 분자적 특성을 밝힌 바 있다.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조울증 병인 메커니즘에서 PLCγ1의 역할을 개체수준에서 검증하고, 메커니즘을 밝힌 해당 연구는 정신질환 유발기전 및 치료법 개발에 활용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 교수는 연구 이외에도 학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의 행보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이 내딛는 한 걸음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아프리카의 속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를 실현하는 듯하다. 주변에 같은 목적과 방향을 가진 동반자가 서로의 경험과 성공의 비결을 공유한다면 신호전달 분야의 성장을 앞당길 수 있기에 그는 생화학/분자생물학회 부회장, 세포생물학회 회장을 맡아 관련분야의 학술발전에 이바지했으며, ‘2007 International Congress of Cell Biology’를 비롯한 다수의 학술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PLC 관련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Current Trends in PLC-Mediated Signalling’ 심포지엄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주관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외에도 Advances in Biological Regulation의 부편집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J. Cell Physiol. 등의 국제 학술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유수의 국제학술회의의 초청을 받아 80회 이상 기조연설과 초청연설을 해오면서 2015년에는 오랜 전통과 권위의 표상인 이태리 학술원에서 국외회원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미국 Vanderbilt 의과대학, 이태리 Bologna 대학의 겸직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국왕 Al Jalila 재단의 과학기술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위상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곧 제자와 스승이 함께 걷는 길

연구와 교육이 공존하는 대학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온 서판길 교수. 그는 현장에 서 있음을 가장 큰 축복이라고 여긴다. 연구 성과 또한 교육현장에서 수확한 제자들과 학생들의 공으로 돌리는 그다. 실제로 POSTECH과 UNIST에 재직하면서 배출된 32명의 박사와 23명의 석사들의 면면은 꽤나 화려하다. 이들은 국내외 유수의 대학뿐 아니라 연구소에서 자신들만의 연구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배출된 인력들이 본인의 전문분야에서 독보적인 활동과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제가 교육자로서의 소명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스승이 제자와 함께 걸을 때, 비로소 교육의 기본인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서 교수의 자택은 제자들로 북적인다. 이들이 1박 2일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어느새 연구실의 전통이 됐다. 그가 제시하는 교육에 대한 또 다른 정의는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매개체가 되어야 하기에, 제자들이 졸업할 때면 ‘인연을 끊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연을 소중히 여길 때,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제자들과 함께 걷고자 서 교수 역시 실험실에 ‘소통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No Life Without Communication)는 구호를 붙여두고 새로운 분야 및 인연들과의 소통을 즐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국가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인재육성’입니다. 연구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창의적인 생각을 품고, 자신이 지닌 배경지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해내는 인력양성에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인재양성을 위해 2001년부터 한국과 일본의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신호전달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있는 그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우수 대학 졸업생들이 국내 대학원에서 교육 및 연구 기회를 가지게 하는 제도인 ‘Global PhD Fellow(GPF)’를 추진하여 매년 200명씩 선정하고 있으며, GPF 지원위원장 및 GPF 자문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제도 정착에 힘썼다. 체질을 개선시키고자 기초와 임상을 접목한 융합연구의 필요성을 과학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POSTECH 재임 시절, 그는 서울 카톨릭 성모병원과 공동으로 포항공대/카톨릭 의생명 연구원을 설립했으며 UNIST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국내외 의생명 분야 연구원 및 병원과의 활발한 소통을 주도하고 있다.

과학교육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생명원리와 융합기술’을 주제로 POSTECH BioForum을 주최, 한림원 '석학과의 만남', 연구재단 ‘금요특강’, 생화학분자생물학회 ‘경암 바이오 과학캠프’ 및 동아일보 주관 ‘과학꿈나무 결연’ 행사에 참여, 이공계 연구자의 꿈을 지닌 초중고생을 위한 ’생명신비의 탐험‘이라는 과기부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소통의 노력은 켜켜이 쌓여 ’2012년 대한민국훈장 근정포장‘ 수상의 원동력이 되었다.

 

기초과학 및 국가R&D 기반 구축

서판길 교수는 연구자이자 대학행정가가 된다는 것을 ‘희생’과 ‘여유’라는 두 단어로 표현했다.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희생일 수 있고,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중심대학의 기반 구축에 기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9년 POSTECH 생명과학과 개설과 함께 부임해 생명화학분야의 기반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서 교수. 그는 연구처장, 산학협혁단장, 이학부 학장 등 8여 년간의 행정활동을 통해 연구 활성화 지원전략과 성공적인 연구결과의 도출방안을 확립함으로써 POSTECH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과학기술 연구의 리더로 자리 잡는데 공헌했다. 2010년에는 직전 해에 설립된 UNIST에 부임해 연구시설 기반 구축에 앞장섰다. 당시 서 교수는 연구중심대학에 걸 맞는 하드웨어를 구축했고, 학제간 교육을 통한 융합연구의 토대도 다졌다. 의생명공학연구의 핵심인 연구중심 산재모병원 사업은 추진 중에 있으며, 그는 산업관련 연구기반이 있고 신생대학이라 변화의 보조를 맞출 수 있는 만큼 UNIST가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미래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등 그의 열정의 씨앗은 학교 곳곳에 뿌려졌다.

행정가로서 서 교수의 면모는 연구비 관리 효율화, 산학협력의 활성화, 간접비 산정 기준의 정립 등을 통해 대학에서의 연구 활성화 정책을 주도한 것에서 살펴볼 수 있다. POSTECH 연구 처장과 산학협력단장 시절, 그는 국내외 유수의 대학교 연구처장들과 공동으로 ‘대학연구비 관리 효율성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당시 POSTECH의 연구비 관리 전산 시스템은 여러 대학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서 교수는 “저희들의 땀과 고뇌의 결정체였던 정책들이 국가 과학정책에 반영되어 국내외 대학에 도입 되었습니다”라며 기쁜 속내를 드러냈다. 일방적인 의사 전달이 조직사회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임을 알기에, 현재 이 모임은 정례화 되어 상호정보를 교환하면서 제도개선을 주도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R&D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저의 큰 자산입니다. 과학기술의 정책 수립과정에 관여함으로써 대학 연구의 방향을 예단하고, 예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제가 연구자이자 교육자답게 살아왔기에 가능한 식견입니다.”

서 교수는 연구와 교육에서의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정책연구를 통하여 국가과학기술 인프라 구축에 크게 공헌해왔다. 생명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전국 대학교 연구처장 및 산학협력단장 협의회 회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인 연구과제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산업체 간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등에 헌신했다. 솔선하는 대외활동을 지향하는 그는 국가 연구기관 및 국제비지니스 벨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설립위원 및 이사, 한국연구재단 (NRF) 설립위원회 위원,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 자문위원, 한국연구재단 PM 평가 위원장, 교육부 인력양성사업 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기초연구 활성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 건설의 필요성을 인지하여 10년에 거쳐 정부 당국에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2016년 9월 완공하여 가동 중에 있음은 서 교수에게 더 없는 기쁨이다. 그는 대학에서 기술 개발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1980년에 미국에서 제안된 Bayh-Dole법도 국내 실정에 맞게 현실화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2007년 4월 발명에 대한 보상기준을 제시한 발명진흥법 10조, 11조를 제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연구와 교육, 행정에 모든 것을 쏟아 붇는 그의 열정이 궁금해졌다.

서판길 UNIST 선도연구(C5)센터장·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자, 교육자, 대학행정가로의 ‘다움’을 지켜갈 터

“직업을 성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이든지 ‘답게 사는 것’이 어려운 일이죠. 연구자, 교육자, 대학행정가로서의 ‘다움’을 잘 지켜가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 아닐까요?”

살다보면 분명히 내 것처럼 보이지만, 아닌 것들이 있다. 힘겹게 쌓아올린 명예, 꼭 움켜쥔 재물, 생명 등 평생 움켜쥘 수 없는 것들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나답게 사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진정한 ‘다움’ 무엇일까? 서판길 교수는 이 의문의 해답을 나무에서 찾았다. 그는 봄이 되면 앙상한 가지에 생명이 있음을 알리려는 듯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와 산천을 푸르게 하고, 더운 여름날엔 풍성한 잎사귀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더니 가을에는 자기의 몸을 형형색색으로 가꿔 온 산야를 곱게 물들이는 나무. 아쉬움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썩어서는 꽃눈과 잎눈을 싹 틔워 올리는 이 나무가 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서 교수는 직접 개척한 연구 과제를 후속 연구자들에게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개척한 연구가 제자들에게 순조롭게 소프트랜딩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첨단 의료기술은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능력 있는 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은 선진국가로 가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기초 연구자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연구 자율성을 보장해 촘촘한 연구 생태계를 마련하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인터뷰 마지막, 기자는 60대 초로의 서 교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어디까지 갈지 구체적으로 설정한 목표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열정을 갖고 자신에게 주어진 70세까지 연구에 몰두하다보면, 즐긴 만큼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30년 전 연구를 시작할 때, 누구도 현재의 그를 예측하지 못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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