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 “일구이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5.06.03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마을에 반년이 넘도록 비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내기로 했다. 사람들이 산 중턱에 올라가 기우제를 지내고 내려올 무렵 기다렸다는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기쁘기는 했지만, 빗속에 산에서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우산을 준비해온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은 놀랍게도 다섯 살짜리 아이였다. 놀란 이장이 어떻게 우산 가져올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기우제를 지내면서 어떻게 우산도 준비 안 했어요?” 야신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책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에서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인용한 바 있다. 그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두 번은 없다.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 역시 한 번뿐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며 “한 번뿐인 인생, 한 번뿐인 기회를 잡기 위해선 늘 절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절실함은 한화 이글스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 줬다.
 
| 一球二無(일구이무),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이글스>
| 一球二無(일구이무), 한화이글스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이글스>
 
승리하는 법을 잊은 한화, 야신을 만나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화는 그저 만년 꼴찌 팀으로서의 인식이 강했다. 준우승을 포함해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며 KBO 내 강팀으로 꼽히던 2007년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지독하게 하위권을 맴돌며 다른 팀 승수를 쌓아주기 바빴다. 2013년에는 신생팀 NC에게도 뒤처지며 9위를 기록. 9개 팀 체제로 바뀐 프로야구 시즌의 최초 9위 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챙겼다. 2008년 이후 기록은 5-8-8-6-8-9-9위. 투수진과 타자 모두 붕괴해 9회는커녕 5회만 지나도 의욕을 잃고 이닝만 채워나가는 프로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저 제대로 된 야구를 보고 싶어 선수들을 향해 끊임없이 응원하며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짖는 한화 팬들에게서 사리가 나온다는 말이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다. 악마와 계약 없이는 상위권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퍼지던 2014년 시즌이 끝난 후. 한화를 구한 건 악마가 아니라 신,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었다.
  
한화는 현재 KBO 10개 팀 중 6위를 달리고 있다. 눈에 띌만한 성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2008년 이후 5할 승률을 넘어섰고 선두 두산과의 격차는 3.5게임 차. 언제든 더 높은 자리로 도약할 수 있다. 여기에 SK를 상대로는 시리즈 스윕을 만들어내고, 삼성을 상대로는 무려 3년 9개월 만에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한화는 전력이 강한 팀의 상징인 연패를 당하지 않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모든 팀 중 연패가 가장 적으며 스윕 패를 당한 시리즈도 없다. 시리즈 첫 경기 패배로 무기력하게 위닝 시리즈를 내주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집중력이라는 무기도 장착했다. 압도적으로 높았던 병살은 최고 병살 기록 팀인 롯데의 절반이며 주루사, 견제사를 당하는 모습도 쉬이 보이지 않는다. 희생 번트와 런앤히트, 스퀴즈 등 작전 빈도 및 수행 능력도 빼어나 점수를 쥐어 짜내는 능력도 향상됐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선발진에 비해 믿음이 가는 불펜 투수진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벌떼 야구도 한화의 강점이다. 정대훈, 임준섭, 김기현 등 신인급, 혹은 뚜렷한 성적을 보이지 못했던 선수들의 반등과 박정진-권혁이라는 셋업-마무리 듀오는 한화의 뒷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현재 중위권의 한화는 '마리한화'와 '한화극장'으로 통한다. ‘마리한화’는 한화의 경기를 한번 보면 중독돼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마리화나)과 같다는 뜻에서 나온 별칭이고, ‘한화극장’은 매 경기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치르는 것처럼 손에 땀이 나게 경기가 진행된다는 뜻에서 나왔다. 그 결과 한화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의 시청률은 언제나 1위를 달린다. 이러한 열기는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홈 21경기 중 절반에 가까운 10경기 매진을 기록하며 올 시즌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얻고 있다. 원정경기 평균 관중은 1만3,823명으로 10개 구단 중 2위다. 
 
최근 한화의 뛰는 야구가 눈에 띕니다.
“시도 때도 없이 뛴다. 야구는 변화를 줘야 상대가 의식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내가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야구에는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보이는 힘(전력)으로 봤을 땐 우리가 삼성, 두산, LG한테 뒤진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힘으로 봤을 땐 그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한화 선수들은 머리부터 깎았다. 변화라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우승을 하고 싶다는 의식과 욕망이 꿈틀대고 있음을 느꼈다. 이걸 잃지 않고 싸워 간다면 승산이 있다.”
 
지독한 ‘야구 열정’에 이은 ‘성과 리더십’ 
‘비활동 기간 합동훈련 금지’ KBO 야구 규약에 명시된 이 조항은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구단과 선수는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떠올리게 하는 지독한 훈련을 강조하는 김성근 감독의 성격상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 남은 훈련기간이 적었기에 전지훈련을 떠난 일본에서 김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선수들을 몰아쳤다 강압적인 스파르타 훈련으로도 유명한 감독이지만 선수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가 있다. 그는 혹독한 육체적인 훈련과 더불어 ‘멘탈 교육’을 강조한다. 선수들에게 “왜 야구를 하느냐”고 묻는다. 지옥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동기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 개개인이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힘든 훈련을 소화해야 하고, 어차피 프로야구 선수가 된 이상 남자로서 한 번은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다. 
 
평소 상식을 깨는 팀 운용을 펼치고 있습니다. 
“약팀이 강팀을 잡기 위해선 비상식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그런 운용을 위해서는 팀의 깊숙한 곳까지 잘 알아야 한다. 밖에선 내가 선수를 혹사한다고 하는 데 나는 그런 말에 신경 안 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현재 자기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오버워크(혹사)하면서 그걸로 한계를 새로 설정하고 또 오버워크하면 한계는 점점 더 높아진다. 그것이 내가 팀을 만들어가는 방법이고, 나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혹사라고 하고 선수를 망가뜨린다고 하지만, 거기에 도달하지 않으면 사람을 못 만든다. 또 일을 하면 반드시 결과가 나와야 한다. 승부는 이기기 위해서 하는 거다. 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세상 사람들 입맛에 맞춰 승부하다가는 진다. 지면 그 손해는 선수에게 간다. 내가 앞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조직이 이기면 된다. 조직에 플러스가 되면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한다. 김성근이라는 사람한테는 언제나 시련이 있었다. 난 올해도 예전처럼 비난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난의 중심에서도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무조건 이기려고만 하는 야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데요.
“옛날의 나는 무조건 이기려고만 들었어. 하지만 지금은 사람의 ‘베스트’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이기는 야구만 하는 게 아니라 희망을 주는 야구를 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노인 증가 추세가 빠른 편이다. 100세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나이가 50세만 되면 현장을 나가야 한다. 나는 싫다. 반도 살지 않았는데, 현장을 버리는 건 안 된다 싶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현장에서 일 할 수 있어야 한다. SK 시절부터 사회에 희망을 주고 싶었어. 나이가 많고 적음은 관계없이 이 사회에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 SK 때부터 우리 경기를 보고 바뀌는 사람이 참 많다. 가령 SK 시절 어느 팬은 목숨을 끊으려고 하다가 우리 야구를 보고 마음을 바꾸고 공부를 해 대학을 간 경우도 있다. 사람이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을 자주 본다. 프로라면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해. 지금 우리 팀의 박정진을 봐. 스스로 한계를 설정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요즘 한화 야구 속에 그런 게 느껴진다." 
 
‘노장감독’ 70대에 맞은 인생 전성기
김성근 감독은 2007년 65세의 나이로 SK에서 감독으로서 생애 첫 프로 우승을 맛보았다. 그의 지도자 커리어 정점은 SK 감독 시절(2007~2011년·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1회)이다. 72세의 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명감독’이란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 이유다. 더불어 그의 한화 감독 도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프로 무대에 돌아왔던 김응용(73) 감독이 한화에서 실패한 채 물러났고, 프로축구에서는 성남FC에 복귀한 박종환(76) 전 감독이 선수 폭행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과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 도중 물러났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여타 70대 감독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김응용 전 감독이나 박종환 전 감독이 지도자로서 현장을 떠난 지 한참 만에 복귀했다가 실패한 반면, 김성근 감독은 7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 
 
정말 ‘야신’이 있을까요?
“없어요. 신 같으면 9할9푼 해야지, (승률) 0.999해야지. 승패와 관계없다면 이상한 얘기지만 게임 세트 될 때까지는 시합은 악착같이 한다. 허술한 시합은 안 한다. 팬들이 흥미진진한 게 아니라 내가 흥미진진하다고 얘네 들이 어떻게 변하지 싶다.(웃음)”
 
감독님께 있어 야구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두 손을 동그랗게 감아쥐며) 야구공은 동그랗지? 구르고 또 구른다. 그걸 잡으러 다니다가 인생을 마치는 것 같다. 20대 부터 야구 감독을 했지만, 야구가 똑같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야구라는 것은 사람을 세밀하게 만들고 그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준다. 얼마만큼 행동을 하고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 야구라는 것은 그렇다. 항상 불안감 속에 살고 또 희망을 쫓아가는 그런 것이다.”
 
야구를 통해 감독님의 인생이 행복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1959년도에 한국에 처음에 왔는데, 야구 아니었으면 솔직히 우리나라를 몰랐을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나의 조국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 당시만 해도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 가족도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우리나라에 재일교포 야구단으로 오는 바람에 가지 않게 됐다. 만약 야구를 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다면 난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무엇이든지 계기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야구를 하면서 특히 감독생활 하면서 야구가 지겹다, 싫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야구장에 있다는 자체가 야구인으로서는 명예스럽고 즐겁고 행복하다.”
 
“파울볼은 실패가 아니다, 희망이 있다”
새로운 각오로 다가오는 시즌을 맞이하겠다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누구보다 절실했을 선수들의 의지도 팀의 해단이라는 파국적 결말 앞에서는 그저 무력하기만 했다. 외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단장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고 감독과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2014년 가을, 고양 원더스의 마지막이었다.
  
고양 원더스는 2011년 창단한 한국의 첫 독립구단이었다. 기업인 허민이 사재를 털어 설립했고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화제를 뿌렸다. 원더스에 입단한 이들은 삶의 어느 구간에서도 주목받은 적 없고 주목받았다 해도 지금은 잊힌 선수들이었다. 선수 각자가 걸어온 길과 처해있는 상황은 달랐지만 원더스를 통해 재기를 꿈꾼다는 점만큼은 모두가 같았다. 화려한 프로 경력을 가진 최향남과 김수경부터 단 한 차례도 프로 무대에 서지 못한 이름 모를 선수들까지 또 한 번의 기회를 노리는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같은 꿈을 꾸었다. 영화 <파울볼>은 고양 원더스의 지난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소속 선수를 프로구단에 내주면서도 끝끝내 정식 리그에 합류하지 못한, 그래서 제한된 수의 교류경기만 치르는 불평등을 감내해야 했던, 그리고 마침내는 해단을 선택하고만, 고양 원더스의 지난 시간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다. 정해진 선 안에 들지 못한 파울볼은 결코 안타일 수 없는 타격임에도 타자에게는 계속해서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영화는 그 제목을 통해 고양 원더스를 파울볼에 빗댄다. 
  
고양 원더스 시절 원더스 선수들과 함께 영화에 참여했습니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힘들게 생활하는 걸 알게 되면 내가 강하게 움직이질 못한다. 그래서 애써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통해 선수들의 가슴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이 모두 기억 속에 자리한다. 원더스 선수들은 내가 아무리 심하게 훈련을 시켜도 단 한 명도 낙오자가 없었다.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선수들이 주는 메시지가 있다. 인내는 참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는 것을. 숱한 좌절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또 다른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야구 영화가 아닌 우리네 인생 이야기이다. 고양 원더스는 사라졌지만, 영화를 통해 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반가웠다.”
 
오키나와에 계실 때 한화 선수들과 함께 영화를 보셨다고 들었는데요.
“영화가 완성됐다는 자체가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고양 원더스 있을 때 세상에서 버림받았던 아이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이 영화도 시작 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작품으로 완성이 됐다니까 기쁨이 백배이다. 처음에 오키나와 내 방에서 혼자 봤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당시 개인적으로 궁지에 몰려있을 때였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야구의 귀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식이 되살아나서 선수들과 미팅 때 “너희들한테 야구가 얼마나 중요하고 귀중한 것인지를 보고 한 번 느껴보라”며 보여줬다. 영화를 보면서 우는 친구도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미리 돈을 받았어야 했다.(웃음)“
 
프로로 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십니까?
“(인생 전체로 보면) 시작은 좋은데 끝이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공부하는 학생들, 운동하는 학생들 보면 시작은 의욕을 가지고 하는데 막상 갈 곳은 적고 길이 없는 게 현재 우리나라 현실이 아닌가. 야구 역시 매해 700-800명의 실업자가 나오는데 고양 원더스가 그 선수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단 몇 년이라도 만들 수 있었다는 점 자체를 고맙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프로에 갔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은 아니라고 본다. 자기 스스로가 한계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 나는 그것이 성공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선수들한테는 앞으로 야구를 하던 안 하든 이 순간이 어마어마하게 귀중하구나, 세상 어떤 위치에 가더라도 이 의식만 가지고 절대 남에게 지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 한 적이 많다.”
 
어떤 스승이 좋은 스승인지, 갖고 계신 철학도 궁금합니다.
“나와 함께 하는 선수들의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아이들 셋보다 내 밑에 있는 선수들의 인생을 걱정할 때가 많다. 지도자는 부모 입장에서 선수들을 바라봐야 한다. 감독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분명 거리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24시간 선수들을 위해 걱정을 해줘야 하고. 어떻게 하면 이 선수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빠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선수에게 바친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산다. 잘못은 나에게 있고 잘한 것은 선수들에게 있다. 이 기본 정신을 가지고 산다. 난 야구 감독을 하면서 책임전가를 해본 적이 없다. 선수가 잘 못 했을 때 야단친 적도 없다. 선수가 못 한 것은 내 지도 방법이 나쁜 탓이다. 이 생각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김성근 감독에게 사인볼을 요청하면 항상 그의 좌우명 ‘一球二無(일구이무)’란 글귀를 쓴다. “타자든 투수든 공은 두 번이 없으니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뜻이다. 일본에서 건너와서 고생 많이 했다. 학맥·인맥도 없고 항상 혼자였고 이겨내야 했다. 한 발만 물러서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위기가 오지 않게 미리 준비하는 것이니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는 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고 한다. 야구나 인생에서 어찌 두 번째 기회가 없으랴. 하지만 정신만큼은 두 번째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자와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는 자의 차이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바로 이 ‘一球二無’의 정신이 ‘김성근의 야구’이고 그의 ‘인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월간인물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채영
  • 법인명 : 월간인물(Monthly People)
  • 제호 : 월간인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17
  • 등록일 : 2015년 04월 30일
  • 발행일 : 2015년 04월 14일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남윤실
  • 월간인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월간인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sr@monthlypeople.com
우수콘텐츠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