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내원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 - 국내 병원 건축의 권위자, ‘관계’에서 해답을 찾다
양내원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 - 국내 병원 건축의 권위자, ‘관계’에서 해답을 찾다
  • 안수정
  • 승인 2015.06.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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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양내원 교수
 
현대사회의 철학가라고 불리는 노자는 인간의 본질이나 토대 자체를 부정한다. 어떤 이념을 설정해 놓고 세계를 보지 말고, 변화하는 구체적인 세계를 읽어 자신의 문법을 만들라는 것이다. 각자 원하는 자율성을 토대로 통합하는 ‘관계론’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건축’과 ‘의학’의 만남은 신선한 시도임에 틀림없다. 국내 병원건축의 권위자 양내원 교수는 말한다. “인간은 관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병원 건축도 관계적 입장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환경과 사람의 보이지 않는 끈을 찾아 궁극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건축과 의학의 만남은 ‘행복’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자연의 푸름과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호수공원에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를 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젊은 청춘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이는 한양대학교ERICA캠퍼스 학생회관 테라스에서 양내원 교수와 인터뷰가 이뤄졌다. 이 곳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학생식당 주방이 자리했던 곳이다. 
  
“건물을 설계할 당시, 호수공원 앞을 지나오는데 파고라에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어요. ‘왜 유독 이곳에 앉아있을까’란 질문을 던졌죠. 호수의 물이 단순한 H2O가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사람과 물과의 끈을 찾으려고 했죠. 저는 이것을 치유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과 장소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빛과 자연을 통해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봐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그의 노력으로 현재 한양대학교ERICA캠퍼스 학생들은 곳곳에서 자연과 빛을 느끼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긴다. 또한 하늘에서 내리는 빛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큰 채광창과 빨간 벽으로 갤러리에 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약학대학, 건물 밖 지나가던 누구라도 관객이 되어 땀 흘리는 예술가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실용음악관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 됐다. 
 
그가 소개해주는 캠퍼스 곳곳의 건물은 그 자체가 화려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관계적 사고’에서 출발했음 여실히 보여줬다. 더불어 양 교수는 고대 그리스 병원은 질환을 초자연적인 문제로 인식해 신전을 중심으로 한 수용 중심의 건축이었다면, 이후 원죄, 병원균, 육체 문제라는 질환인식을 거쳐 현재 전인적인 문제로 시각이 이동함에 따라 병원 건축도 치유와 예방을 위한 돌봄 공간으로 설계한다. 그는 정원을 바라보는 병실과 벽돌 벽을 바라보는 병실의 수술 후 환자 상태 비교 결과와 환경에 따라 재원기간이 짧아지고, 합병증도 줄어들 수 있는 등의 기존연구를 바탕으로 빛과 자연, 조망을 활용하는 병원 건축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끊임없는 연구를 지속한다. 
  
“서양에서는 달을 그릴 때 노랗게 하지만, 동양에서는 주변에 구름을 그리며 달이 드러나도록 한다고 합니다. 제 건축에도 주변의 에너지와 생기를 연결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져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치유환경’입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양 교수의 말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인간은 관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관계적 입장에서 설계해야 행복을 전달할 수 있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물을 보는 방법이 변화하고, 이에 건축가의 생각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양 교수. 그는 제 5대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다. 
 
제 5대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회장 취임
“개인적으로 학회 회장은 봉사의 자리라고 생각하며, 학회 회원들께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학술단체도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닌 협업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원 건축에 대한 진정성 있는 토론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의료복지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겠습니다.”
  
(사)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는 급속히 발전해 가는 국내외의 의료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병원건축과 복지관련 시설을 관심분야로 하며, 의료복지건축에 관계가 있는 모든 분야의 전문인 또는 단체들이 모여 의료복지건축의 수준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술단체다. 학회의 창립에서부터 함께 해온 잔뼈 굵은 이사진이 모여 학회의 방향을 설정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과 성숙도가 있다고 자신하는 양내원 교수. 그는 2년의 임기동안 학회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병원건축 전문가의 의견이 절대적이었지만, 병원들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공표하는 시점에서 학회의 역할은 협업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회 내에서만 성숙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외부 교류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방침이다. 현재 현상설계 안을 가지고 회의하는 세미나를 더욱 체계적으로 개최하고, 2년마다 개최되는 한·중·일 국제심포지움에 대한 관심도 독려했다. 우리 사회가 앞만 보고 달렸기 때문에 후배들을 키우지 못했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fast follow’보다 ‘first move’가 필요한 사회에 맞도록 젊은 인력들이 스스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침부터 뜨거운 태양이 대지를 온통 달구는 가운데 진행된 인터뷰에도 그는 ‘건축과 의학의 만남’을 소개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더위를 잊은 듯 보였다. 인터뷰의 마지막까지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적어본다. 
  
“우리 시대의 잠을 깨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나 후학들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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