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와 디지털 트윈
정밀의료와 디지털 트윈
  • 월간인물
  • 승인 2024.04.05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시중, Ph.D. 존스홉킨스대 연구 및 겸임교수, 유전체학
프리딕티브사 프레지던트 및 Chief Operating Officer
윤시중, Ph.D. 존스홉킨스대 연구 및 겸임교수, 유전체학프리딕티브사 프레지던트 및 Chief Operating Officer
윤시중,
Ph.D. 존스홉킨스대 연구 및 겸임교수,유전체학
프리딕티브사
​​​​​프레지던트 및 Chief Operating Officer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명은 최근 수십 년간 빠르게 증가해 왔다. 6×25 전쟁 직후 평균 수명 41.7세에서 2023년에는 83.6세를 기록하며 세계 7 대 장수 국가가 되었다.

이 가파른 상승세의 주요 원인은 외국에서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주기적인 건강 검진이다. 대다수의 국민이 1년 또는 2년마다 실시하는 건강 검진을 통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많은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있다. 그에 따른 예방과 관리로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건강수명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평균 수명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며 현재의 체계와 방법으로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에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국 사회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겪고 있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의 봉착, 초저출산이 이대로 아울러 지속된다면 우리는 유례 없이 빠른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 경제적인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모든 한국인들이 잘 알고 있는 이 우울한 예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디지털 트윈 기반 정밀의료를 제안하고 싶다. 디지털 트윈은 항공기 엔진이나 대형 건물 등을 설계할 때 가상 세계에 쌍둥이 모델을 사전에 구현하고 시뮬레이션하여 최적화 해 나가는 방법으로 약 2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이다. 이를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데, 온라인상의 전화번호부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메타버스 속 아바타 등이 그 기본적 구현이 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양질의 데이터를 더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더욱 효과적이게 된다. 만약에 수천 페이지가 넘는 서울시 전화번호부를 온라인상에 올려놓았다고 하자. 이 역시 원시적인 의미에서 디지털 트윈이 될 수 있다. 전화번호부 상에서 본인의 디지털 트윈을 대표하는 것이 본인의 ‘이름’이 됨으로써 그 이름으로 전화번호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화번호를 찾는 기본적인 기능 말고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이 서울시에 얼마나 많은지 등 이름과 전화번호에 관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 이상으로 유용하게 쓰이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에 대한 디지털 트윈을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본인의 이름과 프로필 사진보다는 본인과 관련한 더 구체적이며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모두 각자의 고유한 유전 정보가 있다. 유전 정보라는 개인 고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트윈을 만든다면 본인의 건강에 대한 많은 것들을 사전에 알고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한다면 본인의 각 세포의 염색체에 있는 약 30억개의 염기서열은 사람마다 다르며, 현재 혈액, 구강상피세포, 또는 손톱을 통해 100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 가능하다. 최근 과학 기술의 급격한 진보로 본인의 30억 개의 염기 서열을 수일 내에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알면 우리 몸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2만여 가지의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염기 서열을 모두 알게 되고, 여러 보건 의료 정보 데이터베이스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본인의 건강에 대한 많은 것들을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본인이 어떠한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지도 알 수 있고, 혈우병을 비롯한 유전 질환이나 당뇨 같은 복합 질환의 발병 위험성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질병의 발병시기를 미리 알 수 없고 당뇨처럼 고위험군에 속해 있더라도 식생활과 운동 습관으로 관리하여 평생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희귀한 유전 질환을 제외한다면 본인의 유전적으로 취약한 질병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예방하여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 비와 같은 자연 현상처럼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면 강수 확률을 정확히 예보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사람의 질병처럼 특정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높다고 하더라도 예방 의학을 통해 발병을 막을 수 있다면 정확한 확률로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인이 걸리기 쉬운 질병을 미리 앎으로써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미병(未病)이 질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전 정보는 자신이 유전적으로 걸리기 쉬운 질병뿐만 아니라 개인의 약물 감수성도 알려 준다. 친구나 배우자의 추천으로 어떤 약을 먹었는데 나에게는 잘 듣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증상에는 이 약이 잘 듣더라, 라는 조언에 있어 유전적 연결 고리가 없는 친구나 배우자보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경험담이 더욱 유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왜냐하면 많은 약들이 간의 효소 단백질의 작용으로 활성 성분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효소 단백질의 종류가 유전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연관이 있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추천해 준 약이 본인에게 더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시중의 수백, 수천 가지 약들을 모두 시도해 본 것도 아닐 테고, 부모의 유전 형질과 자식의 유전 형질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약물 감수성을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약물 감수성을 알면 본인에게 효과적인 약물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모두 알게 되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30억 개의 염기 서열로 만든 이 방대한 정보량의 디지털 트윈을 리포트로 만든다면 어떨까. 일단 리포트의 분량이 상당할 것이다. 궁금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마다 수시로 페이지를 넘겨 보아야 하는 상당히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열람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트윈의 성공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유전 정보를 웹 사이트에 저장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여기에 전자 의료 기록과 AI를 접목하면 본인의 건강과 의료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하여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미 ‘All of Us’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인 백만 명의 유전체를 알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는 자국민 백만 명 대상의 ‘에메라티’ 프로젝트를, 영국은 수십만 명 대상의 ‘UK Genomics’ 프로젝트를 실행 중에 있다. 대한민국은 유전체 정보를 읽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트윈을 제공하여 국민들이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사는 복지 국가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07238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70길 15-1 RA542 (여의도동14-9, 극동 VIP빌딩 5층) 월간인물
  • 대표전화 : 02-2038-4470
  • 팩스 : 070-8260-02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채영
  • 회사명 : 월간인물(Monthly People)
  • 대표자 : 박성래
  • 제호 : 월간인물
  • 사업자등록번호 : 227-08-61739
  • 등록번호 : 서울 아 03717
  • 등록일 : 2015년 04월 30일
  • 발행일 : 2015년 04월 14일
  • 발행인 : 박성래
  • 편집인 : 박성래, 남윤실
  • 월간인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간인물. All rights reserved.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박성래 02-2038-4470 psr@monthlypeople.com
우수콘텐츠 우수콘텐츠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