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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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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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작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0.72명이었다. 세계를 돌아봐도 이렇게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한국뿐이다. 출산율이 0.72명이면 현재 200명의 인구(부부 100)가 한 세대 지나면 72명이 된다는 말이다. 통계청 전망으로 20235,133만 명이던 우리나라 인구가 50년이 지난 2072년에는 3,522만 명으로 줄어든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2023)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인 2030세대 응답자의 43%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한다. 특히 여성은 그 비율이 50%를 넘었다. 비혼 사유의 1순위로 남성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서(43%)’, 여성은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서(46%)’를 꼽았다. 출산에 대해서는 남성 응답자의 39%, 여성 응답자의 57%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는데, 남녀 모두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53%)’을 가장 큰 사회적 원인으로 보았다. 당연하게도 직장만족도가 높은 집단은 68.4%가 결혼을 하거나 하고 싶다고 응답한 반면, 직장만족도가 낮은 집단은 그 비율이 46.3%에 그쳤다. 그만큼 일자리가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직장만족도가 높은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 대한상공회의소(2023)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64%는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했고 중소기업에 취업을 원하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결과, 전체종사자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13.8%인 반면에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은 61.6%나 되었다. ·중소기업 간 임금과 근로조건의 격차는 굳이 데이터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알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냉혹하다. 많은 청년들이 대기업을 원하지만, 대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상황이 뚜렷해진다. OECD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250인 이상으로 구분하는데, 2021년 기준으로 250인 이상 기업이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14%)은 일본(41%),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과 비교해 매우 낮다.

대기업과 고임금 전문직으로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치동으로 몰려간다. 전공과 대학 서열이 14%의 일자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14% 일자리의 안과 밖은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온도차가 너무 커서 그 안에 들지 못하면 결혼과 출산도 쉽지 않다는 것을 학생도 부모도 알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기업은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1990년대만 하더라도 기업은 생산라인을 자사 직원들로 충원하였고,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대기업의 생산직 직원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대학을 나와도 어렵다. 기업이 직접 채용보다 도급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경직적인 노동법제와 갈등적인 노사관계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14%라는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노동조합조직률과 유사하다. 이것도 기업 간 격차가 크다. 공공부문은 70.0%, 300인 이상 사업장은 36.9%에 이르나 100인 미만 사업장은 1.3%, 30인 미만 사업장은 0.1%에 불과하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대기업 일자리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려면 기업이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해외 기업들은 국내로 오도록 해야 한다. 규제와 지원을 통해 산업과 기업이 성장하고 투자하도록 해야 채용도 늘어나고 임금도 올라간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 낡고 헤진 노동법제와 관행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무엇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나아가 노동약자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다행히 지난 2.6일 노사정은 경사노위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해나가기로 합의하였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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