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관련 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산업 육성 방침을 밝혔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처럼 여기며 일상생활의 큰 축으로 공생하고 있다.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등을 넘어 정부발(發) 다양한 동물 관련 복지서비스까지 확장하는 배경이다.
펫코노미 시장 무한 성장 가능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코노미 시장은 이른바 무한성장의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2015년 1조9,000억 원에 머물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2027년 6조 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은 해외에서 더욱 뚜렷하게 입증되고 있다. 이미 펫코노미 산업 성장을 주도한 선진국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 등 펫케어 신흥국에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7.9%로 예측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브라질‧대만도 각각 연평균 16.2%, 14.7%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전 세계 펫케어 시장은 지난 2020년 전년 대비 6.9% 성장한 1,421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026년 2,17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글로벌 펫코노미 시장이 급성장하는 원인으로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 ▲신흥국 소득 수준 향상 ▲반려동물 제품 고급화에 따른 소비지출 규모 증대 등이 꼽히고 있다. 이런 시장 변화의 과정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부도 반려동물 산업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정책과 관련 산업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8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시행하고 있다. 4대 주력산업으로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 등이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해 동물복지·안전관리 등과 관련한 법·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동물복지 기반 확대 및 관련 산업 육성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 직영보호센터를 2021년 68개에서 오는 2027년까지 113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동물학대·유기 등에 대한 처벌·제재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최근 사회 문제가 되는 개물림사고 예방을 위해 맹견 공격성 평가 의무화, 맹견 수입신고·사육허가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요 진료비 공시, 진료항목 표준화, 표준수가제 도입 검토 등 반려동물 진료비 완화 방안과 함께, 미용·반려동물 식품(펫푸드) 등 유망 반려동물산업 육성방안도 마련,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국내 팻팸족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으로 ‘의료비를 포함한 비싼 관리비용’을 꼽는 점을 감안해 관련 복지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와 달리, 현재 동물 진료비의 경우 고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뤄진 상태다. 동물의료 분야에선 의료보험과 같은 제도가 없어 보호자 의료비 부담률이 10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진료비에 10%의 부가가치세까지 부과된다. 진료비 역시 동물병원마다 달라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반려동물 다빈도 진료항목 100여개에 대해 진료비 부가세 면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물 의료비’ 부담↑…정부, 경감 노력
앞서 농식품부는 반려동물 다빈도 진료항목 100여 개에 대한 진료비 부가세 면제를 확대 시행하기 위해 관련 고시(부가가치세 면제대상인 동물의 진료용역)를 개정·공포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다. 그간 동물병원에선 반려동물 진료시 질병 ‘예방’ 목적의 일부 진료항목으로 제한해 부가세를 면제해 왔지만, 향후에는 ‘치료’ 목적 진료항목이 추가돼 부가세 면제 대상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진료비 부가세가 면제되는 진료 항목은 진찰‧투약‧검사 등 기본진료를 비롯해 구토‧설사‧기침‧발작 등 증상에 따른 처치, 외이염, 아토피성 피부염, 심장사상충증, 결막염, 중성화 수술, 무릎뼈 탈구 수술 등이 포함된다. 농식품부는 진찰·투약·검사 등 동물병원에서 이뤄지는 기본적 진료행위를 포함해 내과, 피부과, 안과, 외과, 응급중환자의학과, 치과 등 진료분야별로 빈번히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도 폭넓게 포함했다. 이번 대책 시행으로 관련업계에선 부가세 면제 수준이 현재 40%에서 90% 수준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펫코노미 시장 규모를 15조 원으로 현재의 두 배 이상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펫푸드 분야의 수출액은 지난해 1억4,900만 달러에서 2027년 5억 달러로 3.4배 수준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업 가치가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을 7곳에서 15곳으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의 확장성’이다. 특히 최근 첨단기술이 적용된 펫테크(pet+technology)가 주목받으면서 전반적 시장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펫테크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반려동물의 웰빙, 건강관리, 감정 관리 등이 보호자 관심을 끌면서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이 반려동물 제품에 도입·적용되고 있다.
‘IT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 기업들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 등을 결합해 기존과 완전히 새로운 제품 출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감정 상태를 안정, 행복, 불안, 분노, 슬픔 등으로 구분해 전달하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들이 출시됐다. 또한 보호자들의 편의와 반려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스마트 화장실,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와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수의사 방문 예약 서비스 등도 속속 시장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체 펫 제품 중 세계 펫테크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5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편 전체적인 글로벌 펫코노미 시장은 지난해 기준 498조 원으로 국내 시장 규모는 8조 원,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로컬 시장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규모로, 우리 입장에서 보면 매우 큰 ‘블루오션’ 시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