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사물의 지도 속 휴먼 GPS 공예비엔날레 도슨트, 올해도 흥행공신!
청주시, 사물의 지도 속 휴먼 GPS 공예비엔날레 도슨트, 올해도 흥행공신!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3.10.04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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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지도 길잡이 16인의 도슨트, 깊이 있는 작품 이해와 친절한 안내로 호평
비엔날레 도슨트들

[월간인물] 어느덧 개막 34일째에 접어든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엿새간 이어진 긴 추석 연휴 내내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폐막까지 열하루가 더 남았음에도 목표했던 현장 관람객 20만명까지 2만 남짓만을 남겨두게 만든 흥행의 비결이 있다면 이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매일 아침 10시, 정갈한 복장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마이크 테스트로 비엔날레의 하루를 여는 사람들, 바로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도슨트들이다.

4명의 전문도슨트를 비롯해 8명의 시민 도슨트, 그리고 주말에 활동하는 4명의 청소년 도슨트까지 이번 비엔날레에서 활동하는 전시해설사는 총 16명이다. 이들은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에서 세상의 그 어떤 지도 어플리케이션보다 정확한 휴먼 GPS로 맹활약 중이다.

평일에는 30분, 주말에는 20분마다 진행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30명까지 ‘사물의 지도’ 속 길잡이가 되는 이들 덕분에, 관람객은 세계 57개국 251작가⦁팀이 출품한 3,000여 점의 방대한 작품을 세심하고 깊이 있게, 또 친절하게 재미있게 만나게 된다.

다섯 가지 테마로 이뤄진 본전시부터 스페인을 주빈국으로 한 초대국가전, 청주국제공예공모전까지 전시 규모도, 또 동선도 워낙 역대급인 데다 곳곳에 눈길과 인증샷을 부르는 작품이 즐비한 비엔날레다 보니 정해진 60분의 시간보다 해설이 길어지기 일쑤. 덕분에 하루 1만 보 이상은 거뜬하게 걷는 뜻밖의 건강효과까지 일상이 됐지만 자신의 해설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관람객의 반응에 더할 나위 없이 보람을 느끼고 다시 힘을 내게 된다고 도슨트들은 입을 모았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시그니처가 된 지 오래다. 전국에 수많은 비엔날레가 있지만, 청주공예비엔날레처럼 매회 도슨트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정규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물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관람객을 위해 작품마다 QR코드를 활용한 AI 오디오가이드도 있고, 대화형 인공지능(챗 GPT) 서비스까지 완비했지만 온기 있는 목소리로 전하는 도슨트의 인기를 따라오질 못한다.

이렇다 보니, 처음에는 누군가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본다는 것에 낯설고 어색해하는 관람객도 있었지만 이제는 투어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관람객 수가 훨씬 더 많고 출발할 땐 5명 안팎이었다가도 전시관을 거칠수록 점점 수가 늘어나 4~50명까지 따르는 ‘피리부는 사나이’효과도 흔할 일이 됐다. 오죽하면 지난 9월 26일에는 도슨트의 해설과 친절에 감동해 비엔날레로 직접 만든 100세트의 샌드위치 간식을 보내온 관람객도 있었다.

12명의 전문⦁시민 도슨트 중 청일점인 유민우(27세) 도슨트는 “해설을 마치고 나면 목이 쉬고 셔츠가 온통 땀에 젖을 때도 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신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올해 청주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했지만 사실 공예보다는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었던 유민우 도슨트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공예 전문 큐레이터를 꿈꾸게 됐다. 공예전공자로서 작가의 의도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하다는 유민우 도슨트, 공예 전문 큐레이터로 다시 만날 그날이 기대된다.

2021년에 이어 2번째 비엔날레 도슨트로 활약 중인 정혜선 씨(57세)는 본업인 독서논술 수업 일정을 조율하면서까지 이 일을 꼭 다시 하고 싶었다며,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에 1회 5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전시해설 했을 때와 비교하면 업무량이 열 배에서 스무 배 정도로 늘었지만 그래도 다시 하길 너무 잘했다”고 거듭 덧붙였다. 또한 “관람객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해설을 듣는 매너 등이 2년 전보다도 훨씬 좋아졌다”며 “어느 연세 지긋한 어르신 부부 관람객이었는데, 해설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도슨트 선생님 없었으면 그냥 스윽 보고 이해도 못하고 갈 뻔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했다”는 일화를 밝혔다.

초등학교 시절 1년 어학연수가 전부지만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 단체 관람객들을 도맡고 있는 이새날(31세) 도슨트는 “처음엔 외국인 관람객들 앞에 서는 일이 긴장되고 혹시나 전시 주제나 작품, 작가님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는데, 부족하지만 제 해설 덕분에 공예비엔날레와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반응을 접할 때마다 보람이 느껴진다”며 남은 시간도 글로벌 비엔날레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사명감을 밝혔다.

관람객들 역시 “도슨트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셨는지, 이 방대한 규모의 작품들에 담긴 의미와 작업 방식, 그리고 작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비엔날레라는 게 대중에게는 약간 낯설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데, 이렇게 도슨트와 함께하니 한결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도슨트를 준비하며 하나의 작품에 담긴 작가의 시간과 노고를 알게 됐기에,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해설할 수 없게 됐고, 그렇게 하루하루 관람객에게 온 마음을 다해 전달하다 보니 작품과 공예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게 됐다는 도슨트들. 이들이 있기에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오늘도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는 사물의 지도 위를 순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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