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첫 소환…롯데그룹 '착잡한 분위기'
'오너 일가' 첫 소환…롯데그룹 '착잡한 분위기'
  • 안수정
  • 승인 2016.07.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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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롯데그룹에 착잡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오너 일가의 첫 소환인데다 신동빈 회장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신영자, 면세점·백화점 키운 '상징적' 존재 

신 이사장은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 청탁을 받고 롯데면세점 내 매장을 내준 대가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은 "검찰에서 모든 사실을 말하겠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은 이화여대 졸업 직후인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했다. 1983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롯데쇼핑 총괄부사장·사장을 거쳐 2012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기임원으로 면세점과 백화점 경영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다. 특히 각종 행사에 오너 일가를 대표해 참석하는 등 유통명가 롯데의 '대모'라는 상징적 이미지가 강하다.

2008년 롯데면세점이 호텔롯데 내 별도 사업부문으로 독립하고 대표 체제를 구축해 신동빈 회장에 업무보고하는 체제가 갖춰지면서 신 이사장의 역할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고위 관계자는 "신 이사장이 면세점 성장과 함께한 '어른'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검찰에 소환된) 지금의 상황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시대적 관행' 털고 가야…불똥 번질까 '긴장'도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신 총괄회장이 딸인 신 이사장을 경영 일선에 물러나게 하면서도 나름의 '살 길'을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브랜드 수입업체 비엔에프통상과 전단지를 제작하는 유니엘 등 신 이사장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기업과 롯데 사이에 밀접한 거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신 이사장 소환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지 우려하며, 책임 소재에 대해 '선을 긋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점로비 의혹은 어디까지나 신 이사장의 개인비리 차원일뿐 면세점 운영 전반의 문제나 그룹 도덕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털 것은 털고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선 선정에서 계열사를 고집하거나 오너 일가가 관여하는 분위기가 재계 5위로 성장한 롯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 입점로비로 그동안 '풍문'으로 나돌던 이야기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백화점, 면세점 MD(상품기획)와 브랜드 구성이 신 이사장 등의 '입김'이 아니었다면 더욱 성장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지난 7일 출국해 멕시코와 미국, 일본 등을 방문했던 신 회장은 20여 일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러 차례 밝힌대로 신 회장은 예정대로 3일 귀국할 것"이라며 "귀국 후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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