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포스트 코로나, 변동의 파고(波高)와 함께
[Monthly Now] 포스트 코로나, 변동의 파고(波高)와 함께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0.10.1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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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한국에 첫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9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미지의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세계인의 생활 방식을 급격히 바꾸어 놓았으며 대한민국 전 국민의 삶에도 개개인 모두에게까지 속속들이 영향을 미쳤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과거 사스 (SARS: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나 메르스 (MERS-CoV: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 중동호흡기증후군) 전염병 사태와 달리 더 심각한 파급력을 가진 바이러스라는 것 외에도 종료 시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막막함이 사람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는 사회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사적 영역에까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불러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돌입으로 인한 언택트(Untact) · 온택트(Ontact) 상황이 코로나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 불안한 미래를 어떻게 인식하고 개척해 나갈 것인가.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급한 화두가 되었다.

 

코로나의 충격파와 언택트(Untact) 가속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2월부터 본격 시행된 코로나 확산 방지 권고 수칙인 거리두기가 가장 먼저 타격을 준 것은 경제 · 산업분야였다. 서민들의 일상에서도 당장 생필품부터 온라인 주문이 대세가 되었고 외식도 배달 주문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반면, 생활면에서 시급한 의식주분야와 다소 거리가 있는 항공여행, 숙박 및 유흥업종 포함, 거리 유지가 어려운 공연예술 분야 등은 급속도로 냉각되어갔다. 비대면의 권고는 경제활동의 침체를 낳았고 실직, 폐업, 수입 감소, 정부의 긴급 추가 경정예산 편성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충격파를 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928일에 4분기 제조업체 경기 전망 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2,3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하여 분석한 자료이다. 해당 자료는 경기 전망 지수가 직전 분기인 3분기보다 3p 상승한 5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을 처음으로 반영한 2분기 경기 전망 지수가 57을 기록한 이후 세 분기 연속하여 ‘50점대에 머물러 있다. (기업경기 전망 지수는 100이상은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이하이면 그 반대다.)

업종별로는 모든 업종이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상반기 글로벌 발주량이 작년 대비 60% 가까이 감소한 조선·부품(34)’부문과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철강(48)’부문의 체감경기가 부진했다. ‘제약(80)’, ‘의료정밀(70)’부문은 K-방역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타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경기 전망 지수는 < ‘제약(80)’, ‘의료정밀(70)’, ‘자동차·부품(66)’, ‘IT·가전(66)’, ‘식음료(64)’, ‘정유·석유화학(55)’, ‘기계(53)’, ‘화장품(52)’, ‘섬유·의류(52)’, ‘출판·인쇄(52)’, ‘철강(48)’, ‘조선·부품(34)’>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분기 제조업체들의 매출 감소 폭(-12.7%)이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하는 등 성장성이 제약받는 상황에서 차입금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논평했다. 조사에서 기업들의 65.1%코로나 사태 이후 비상경영 체제 중이거나 전환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300여 개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시행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4.3%로 코로나19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 원격근무를 이미 시행했던 기업은 8.3%였다.)

 

업무 환경 변화와 공간 가치에 대한 재인식

재택근무는 고용주와 근로자에게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재택 근로자는 출퇴근에 드는 부대비용과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고용주 측의 장점은 직원들의 업무 공간, 장비, 사무용품 등 기본 투입 비용 절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고용주의 직원에 대한 신뢰와 근로자의 정확한 업무 시간 준수 여부가 문제 된다. () 측 관점에서 기업의 내부 정보 유출 위험, 재택 인프라 구축의 추가 비용, 직원 간 소통 속도 · 업무 처리 능률 저하 등의 난점도 뒤따른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기업들의 사무실 공간이 축소되었고 해당 공간은 타 용도로의 전용(轉用)이 가능하게 되었다. 반면, 대면으로 행해지던 서비스 산업은 수익이 대폭 감소하여 업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전자 상거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관련 소규모 자영업 관련 부동산 업계는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국세청은 상가 임대인이 소상공인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인하할 경우 그 인하금액의 50%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부동산 업계의 손실도 늘어나 언제까지 이를 지탱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 주거 입지 선정 시 고려하는 요소는 보통 직장과의 접근성, 자녀의 학군, 편의 시설 인접성 같은 주거 환경 인프라 등의 순으로 중시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시대는 고려 순위가 다소 달라질 것이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될 경우, 사람들은 도심의 비싼 주거지역을 선호하기보다는 베드타운 역할이나 차선의 선택지였던 교외 지역이 각광받게 될 것이다. 감염병의 전염력이 지속된다면 인구 밀집지는 기피지역이 될 공산이 크다. 또한 재택근무의 확산에 따라 주택의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핵가족이 보편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온 가족이 하루 종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가족 내 문제를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간의 의미는 더욱 중요해진다. 과거 선호했던 도심, 초고층 핵심 업무지구, 유명 학군의 고층 아파트, 최소한의 기능 중심의 미니 공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공간, 넓고 쾌적한 공간, IT 융합 공간으로 인식의 변화 속도와 함께 새로이 재편될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관계의 양()이 아닌 질()의 추구

이제 쇼핑을 위해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하는 일, 물품을 택배로 받기까지 일련의 과정 모두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상거래에서 사람을 만날 필요성이 낮아졌다. 특히 공간이 밀폐될수록 대면 접촉 시 감염성이 높아지므로 그러한 공간은 방문을 꺼리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사람과 접촉을 전혀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이제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피상성(皮相性)에서 벗어나 관계의 밀도(密度)가 중요해졌다.

지난봄,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무렵, 타지역에 사시던 필자의 가까운 친척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평소 지병이 있으셨으나 갑작스러운 비보였기에 가족 모두 슬픔에 잠겼다. 나의 주거지와 편도 5~6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조문객이 드문 장례식장의 광경은 너무도 쓸쓸했다. 그날 밤, 그 빈소에 함께하지 못하고 돌아 나온 것이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장지(葬地)까지 함께 했어야 했는데 사람 도리를 못했다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관혼상제 의식도 변모해 간다. 결혼식을 후일로 미루는 커플이 겪는 문제들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요즘에는 지인들과의 만남도 중요도를 따져 급하지 않은 것은 미루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재편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위급할 때 코로나 위기든 무엇이든 나를 도우려 달려와 줄 친구가 몇이나 될까. 나도 나의 친구를 위해 먼저 달려갈 수는 있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가족이어도 멀리 떨어져 있다면, 또 그곳이 해외라면 보고 싶어도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물리적 거리가 주는 공허감을 IT 기술이 채워줄 수 있을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가 우리의 정신적 유대(紐帶)’를 해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사람이 주는 온기(溫氣). 그 따뜻함과 위로를 대신할 것이 있을까. 코로나가 불러오는 또 다른 소외와 외로움을 단절이 아닌 진정성을 담은 소통과 지혜로 풀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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