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더 깊고 더 넓은 예술을 창조하는 곳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더 깊고 더 넓은 예술을 창조하는 곳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0.09.1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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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날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박소연 기자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혜 기자

 

우리나라는 직업적 예술가를 양성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수용 없이 학자, 교육자, 예술가의 구별이 없는 교육과정을 통해 평범한 예술 인력만을 양산해왔다. 그 결과로 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적, 직업적 예술가가 부족했고, 전문예술인이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체계적인 교육기관을 찾아 해외 유학을 떠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우리의 예술교육에 대한 반성은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예술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국내 최초로 음악, 연극, 영상, 무용, 미술, 전통예술 등 6개 분야의 예술실기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1993년 설립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수한 고전이 만들어지기를

1993년 개교 이래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세상을 치유하는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해왔다.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 유일한 대학으로서 6개의 예술 장르를 비롯해 건축, 문학, 예술경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예술 전문 특수 대학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전공은 물론, 모든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 안에서 미술과 음악이 만나고, 전통예술이 영상과 만나는 새로운 창작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2013, 학교가 정치적으로 흔들리던 시기에 김봉렬 총장이 제7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총장으로 선출되었다. 화합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레 그의 첫 과제가 되었다. 그는 교수 사회의 분열과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냉담을 추스르고 분산되었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갔다. 이러한 노력 끝에 점차 학교가 대외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수시로 교육 내용도 점검해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대학교에는 교육, 연구, 봉사 세 가지가 요구됩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약 30년 전에 설립된 이유도 예술 분야의 국가대표를 만들자는 취지였어요. 그런 부분 즉, 교육에서는 성과가 많죠. 교육 다음 단계가 연구인데 예술 대학에서의 연구는 창작활동이에요. ‘미래의 예술을 창조하는 한예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이유도 작품을 창조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자는 의미입니다. 올해에 개최할 예정이었다가 코로나로 취소된 유럽 페스티벌도 같은 취지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페스티벌에 나가려면 유럽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중에 몇 개는 고전이 될 수도 있겠죠. 학교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예술을 창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봉사활동은 다양하게 많이 하고 있고요.”

김 총장은 학생들이 30년 후 각자의 분야에서 예술인이 아닌, 예술가가 되어있기를 희망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좋은 예술가가 되어 사회와 세계에 보탬이 되기를 그리고 그들의 연주와 연기, 연구와 작품들이 50년 후, 한 세기 후에는 고전으로 남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 총장이 생각하는 고전이란 시대가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다. 그의 바람처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들은 예술 분야 곳곳에서 진정한 예술가로서 시대를 파악하고 아픔을 나누는 역할을 해나가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뮤지컬의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는 작품 빨래가 대표적이다. 2003년 연극과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탄생한 빨래는 졸업 작품에서 프로 무대로, 또 한국에서 일본으로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의미있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장 눈치 보는 직장인, 외상값 손님에 속 썩는 슈퍼 아저씨, 미어터지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아줌마까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 소시민들의 정겨운 인생살이가 빨래와 함께 그려진다. 동시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약자의 억울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눈 빨래는 2012,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스타를 배출하는 것을 넘어 작품을 남기는 일. 세계에 우리의 예술을 내어주는 일. 김 총장이 바라는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더불어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장르를 뛰어넘는 융합 예술이다. 이는 장르 간의 협업을 포함해 과학기술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도 포함한다. 기본을 바로잡는 교육에 더해 심화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 더 깊은 그리고 더 넓은 교육이 필요하다.

이번 8대 총장에 연임되면서 더 깊게, 더 넓게를 내세웠어요. 음악이나 무용, 미술 등의 분야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으니 이제 장르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동시에 깊이도 중요해요. 예술에서 깊이를 빼면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어설픈 예술에는 행복도 감동도 없어요. 그리고 깊이와 넓이를 가지면 곧 입체가 됩니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거죠. 융합, 글로벌, 사회적 봉사 등으로 면적을 채울 수 있도록 교양학부를 강화했고, 예산을 투자해 융합센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미래의 고전을 창작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박소연 기자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혜 기자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는 예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문화예술은 높은 반열에 올랐다. 모두가 K-Culture에 주목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프랑스 칸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92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국격을 높였다. 이선균, 장혜진, 박소담 등 기생충에 출연한 주요 배우 중 무려 3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자랑스러운 건 영화에 참여한 미술, 의상, 음향 등 각 분야의 예술 감독들 역시 한예종이 배출했다는 사실이다. 한국 영화의 발전에서 감독과 배우만큼 큰 역할을 차지한 것이 이러한 스태프들의 공이다. 예술 발전은 물론 수출이나 배급 등 예술의 인프라를 키우는 귀중한 인재들이 모여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인가. BTS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하며 K-Pop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처럼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탄생했고, 이미 학교의 학생들도 1년에 500회 정도의 우승을 하는 등 국내외 무대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졸업 후의 상황이다. 능력이 뛰어남에도 국내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 외국으로 나가야만 한다. 국가의 돈으로 키워낸 인재가 국민에게 쓰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어디에서나 가장 뛰어납니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소속의 고전 발레단인 마린스키 발레단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발레단으로 평가받는데 우리 학교의 김기민 동문이 남자 주연을 맡고 있어요. 마린스키 발레단 사상 동양인 최초의 수석무용수입니다. 이외에도 전 세계 40대 발레단에 우리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능력은 뛰어난데도 국내에서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니 외국으로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재능을 꽃피우는 성과와 별개로 국가에서 키워낸 인재들이 정작 국민에게 환수가 되지 않아요. 5,000만이면 작은 시장은 아니죠. 네덜란드의 경우 인구가 1,700만인데도 대단한 예술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요. 곳곳에 오케스트라가 있는 그들에게 예술은 일상입니다.”

김봉렬 총장은 건강한 예술 생태계가 이러한 상황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 기반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예술가를 키워내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예술을 소비하는 교육, 이런 교육을 받은 이들이 자라 예술 향유 계층이 된다. 소비가 늘어나면 시장이 생성되고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예술 기반의 교육으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이다. 프랑스의 예산 총액의 1.0%를 문화 예산에 사용한다. 풍족한 예산으로 미술, 연극, 영화, 서커스 등 각 분야의 인재를 키울 많은 국립 학교와 연구 시설을 설립했고, 국가 전략 차원으로 문화·예술의 보급과 계발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예술 기반 교육이 더해져 예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이해는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도 명실공히 탑 클래스다.

최근에 제가 놀랐던 건 우리나라에서 초등학생에게 동요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체능 시간이 자습시간으로 바뀐 건 오래전 일이고요. 굉장히 암울한 거죠. 이런 극명한 차이를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하나 정도의 악기를 다루고, 하나 정도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1년에 한 번 이상 사회 봉사를 하는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중형 승용차를 타고, 30평대 아파트에 살며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상당히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럴까요?”

김 총장은 예술가들에게는 예술의 목표가 내면적인 깨달음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적인 신념과도 같은 예술은 결론적으로 창작이라는 모든 과정을 거쳐 표출되는 게 예술 작품이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예술 작품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예술의 최종점은 정신적, 감성적인 복지에 있다. 이는 정치나 사회와는 달리 오직 예술만이 감당할 수 있는 복지이다. 다른 분야와 예술 사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고, 따라서 완전히 독립적인 분야로서 논의되어야 한다. 다른 말로, 예술의 목표는 돈이 될 수 없다. 자동차 산업과 영화 산업은 다르다. 전 세계에서 BTS, 케이팝이 사랑받는 이유는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무리 없이 잘 굴러가기 위해 예술의 효용은 크고, 예술산업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술은 예술 그대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로 존재할 때 빛나는 것이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박소연 기자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혜 기자

 

세상의 변화가 예술의 지평을 넓힐 것

코로나 사태로 교육계는 직격타를 맞았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론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채 되지 않고, 대부분이 실기 수업인 탓에 비대면 수업에 애로사항이 많다. 1학기에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수업을 진행했지만 당장 2학기가 문제다. 올해를 K-Classic 개척의 해로 정하고 10여 개 이상의 국가와 제휴를 맺어 K-Arts(한국예술종합학교의 아이덴티티를 모티브로 Korea’s Arts의 모습을 상징한다. 레드 스퀘어(Red Square)는 한국의 예술과 문화가 응축된 결정체를 은유하며, 한국 예술의 선진화를 이끄는 종합예술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간결하고 임팩트하게 디자인되었다.) 유럽 페스티벌도 계획했지만, 15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의 프로그램만 제외하고 모두 취소되었다. 그마저도 전시작품만 영국에 전달하고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반쪽 진행이 가능했다. 바야흐로 현 교육의 최대 현안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며 코로나 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해나가는 일이 되었다.

온 국민이 그렇겠지만 교육 현장도 굉장히 피로감이 높습니다. 매일매일 어려운 결정을 합니다. 결국엔 2학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당장 다음 주 수업을 어떻게 할지 논의가 필요하고요. 연극이나 오케스트라 같은 수업은 모여서 하는 성질이고, 실속 없는 비대면 수업을 할 수도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과학과 예술의 융합·교류의 국제적 축제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서 김봉렬 총장은 작은 해답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경계를 오가는 삶이다. 비단 예술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보통의 삶의 방식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중 하나를 택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는 문제의 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두 개의 평행한 세계라고 표현한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두 세상의 논리가 다르고 매커니즘이 다른 만큼 대체나 통합이 답이 될 수 없다.

국내외 석학들과 여러 차례 세미나도 진행했어요. 인류에게 여러 차례 팬데믹이 있었지만, 결국 사람들은 살아남았고 이전과 같이 예술도 그럴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디지털 예술로 모든 게 바뀐다고 전망하는 쪽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어느 한쪽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 넘나들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전통은 전통대로 남고 새로운 디지털이 들어오는 거죠. 카메라가 나오자 사람들은 그림에 희망이 없다고 했고, 영화가 나왔을 땐 연극이 망했다고 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죠. 예술은 그대로 있을 거고, 거기에 새로운 것들이 더해지면서 예술의 층위는 확장되고 우리의 지평도 넓어질 겁니다. 아날로그에도 디지털에도 또 오프라인에도 온라인에도 예술은 존재할 겁니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박소연 기자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윤혜 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미래, 예술의 미래

전 세계에 예술이라는 매개체로 한국을 알리는 학생들을 키우는 성장 동력으로 김봉렬 총장은 자발성을 뽑는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가 교육에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은 상당한 장점이 된다. 대학교가 일반적으로 7~80%의 전임교수를 두는 데에 비해 한예종은 시간강사가 7~80%를 차지한다. 그렇기에 각 분야의 전문 교수들은 학생 개개인의 방향을 읽어가면서 현장 예술가의 수업, 실습 등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물론 단점도 있어요. 일단 학교명에 대학교를 쓸 수 없고 계속 종합학교로 머물러야 해요. 하지만 여타 단점보다는 교육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교육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학생들은 이곳에 공부하고 싶어서 왔고 뭘 하는지 알고 왔고 뭘 해야 하는지도 알아요. 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성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편 학교와 김 총장은 여러 내외부적인 현안에 직면해있다. 가까운 문제는 캠퍼스 이전이다. 한예종은 성북구 석관동과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와룡동 등 3곳에 떨어져 있다. 이중 석관동에 있는 의릉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오는 2025년까지 보존지구에 포함된 캠퍼스를 이전·통합하기로 한 것. 서울 시내에 가장 많은 캠퍼스 숫자를 보유하고 있어 개교 이래로 통합 캠퍼스를 마련하는 건 풀리지 않은 현안이었다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캠퍼스 이전에 대한 용역을 논의하고 있고, 내년쯤 결론이 날 것이라 예상하고는 있지만 예술 대학으로써 전제되어야 할 조건들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체계적인 예술교육이 가능한 곳이 첫 번째 조건입니다. 예술은 사회와의 접점이 없으면 사회 문제를 인식하지 못해요. 세계적인 예술 대학들이 대도시, 그것도 핵심에 있는 이유도 그런 것 같아요. 죽은 예술이 되면 안 됩니다. 한 예로, 제가 총장이 되고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시도를 했는데, 중국은 단과대학이 대학 하나에요. 우리가 여섯 개의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졌으니 여섯 개의 대학과 교류해야 하는 겁니다. 협력하는 대학 중에 중앙희곡학원이 있어요. 우리로 따지면 국립 연극 대학이죠. 그 학교가 북경 뒷골목에 조그맣게 있다가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겼어요. 우리나라로 빗대면 용인정도의 지점에요. 그 총장님과 만났는데 북경에 있을 때가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기숙사와 학교만 오가며 의식도 흐려지고, 연극도 기계적으로 변했다고요. 북경 뒷골목에 있는 수많은 연극계 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교육인데, 말 그대로 현장 교육이 사라지니 위기가 온 거죠. 시설보다 위치가 중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많은 지역에서 한예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위치가 교육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생각이다. 전국 지역에서 예술을 살릴 수 있는 장기적인 안목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영재 지역화 사업 예산으로 통영과 세종시에 시범적으로 영재교육원을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고등학교 이하의 영재들에게는 영재교육원이 재능을 발굴하고 역량을 키우는 공간이 되는데 이전에는 교육원이 서울에만 있어 이동에 불편함이 컸었다. 하지만 시범 사업을 통해 경남 지역과 중부권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자체는 공간을 제공하고 학교는 국가에서 지원받아 비용을 지급하고 교수진을 파견하는 협력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의도대로 운영이 된다면 전국에서 예술교육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받는다.

영재교육원은 우리 학교에 들어오는 것보다 경쟁률이 더 높습니다. 정원이 200명밖에 되지 않아 사실상 학생들이 청소년 대표라고 할 수 있죠. 보통 때는 자신의 일반 학교에 다니고 주말에만 특별하게 교육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전국적인 네트워크 형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학교의 교육 시스템에서 나아가 예술교육이 직면한 외부적인 문제는 예술의 입지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들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대학입학을 희망하는 입학 학생 수보다 대학의 정원이 더 많은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1순위로 거론되는 게 예술계다. 예술 인력을 줄이고 공학계를 늘리는 등의 내부적인 갈등도 꾸준히 존재해왔다. 예술 바깥의 시선에서 예술은 학교 재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풋과 비교해 아웃풋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분야와 다름없이 산업으로 인지되는 예술은 오롯이 예술 대학의 위기로 이어진다. 거대한 문제 앞에서 필요한 건 보다 근본적인 노력과 체계적인 제도이다.

주요한 예술 대학의 학장과 총장들을 지난 겨울에 만났습니다. 공동의 펀드로 예술계를 지원하자는 등을 논의했고, 몇 가지를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하기도 했죠. 예술대학교를 지원하는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무엇보다 기초예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번 강조했듯이 교육적으로 예술을 향유하도록 만드는 일이 예술계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특히 예술의 기초가 되는, 기초예술에 대한 논의가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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