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미량원소로부터 신약개발까지
희귀·미량원소로부터 신약개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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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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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생명공학원 강세찬 교수
경희대학교 생명공학원 강세찬 교수
경희대학교 생명공학원 강세찬 교수

최근의 신약개발에 대한 이슈는 단연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이다. 필자 또한 천연물 및 천연물 유래 물질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잠시나마 어쩌면 이 무거운 주제에서 벗어나 신약개발에 대한 흥미로운 원천기술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외에도 신약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제대로 시도해보지 않은 길을 걸어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바로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화학 시간에 배웠던 주기율표에 들어 있는 많은 원소 중 무엇에 사용되고 있는지 몰랐거나 또는 어디에 쓸모가 있을지 몰랐던 희귀원소와 미량원소에 관한 얘기이다.

 

 

54번 원소 제논

원자번호 54번 원소인 제논(원소기호 Xe)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표기로 xenon이다. 우리는 제논과 같은 비활성 기체들은 화합물을 만들지 못한다는 믿음을 가져왔었다. 냄새도 없고 맛도, 색도 없다. 제논은 지구 대기에 존재하는 공기 중의 1%를 차지하는 비활성기체 중의 하나로 0.0000087%의 공기 부피를 차지한다. 이러한 미량원소인 제논은 액체 공기로부터 분별증류법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사진 플래시, 프로젝터, 자동차 전조등, 선탠 램프 등 특수 램프나 의약용으로 MRI(자기영상),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단백질 구조분석에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전신 마취제로 사용될 때는 가스 마취제로 사용되는 일산화이질소(N2O)보다 마취작용이 강해 산소와 혼합하여 저산소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온실가스 효과를 일으키지 않음으로 친환경 소재이다. 제논은 물에도 녹지만 오일류에 더 잘 녹는다. 제논은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로 미국 텍사스의대에서 연구된 바 있다. 필자는 상기 텍사스의대 교수 출신인 성균관대학교 김형건 교수와 함께 혈행 개선에 도움을 주지만 많은 양을 먹어야만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식품 소재인 fish oil에 제논을 녹임으로써 적은 양으로도 혈행 개선에 효과가 있는 소재로의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제논 나노케이지 등의 형태로 심혈관계치료제, 뇌질환치료제 등의 영역에 대한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이다. 핵실험이 일어나면 방사성 제논을 포집하여 주변국의 핵 활동을 탐지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방역이 한참이던 20206월 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한국 자체기술로 개발한 제노탐지장비 운영을 시작했다. 핵실험 이후 제논의 비율이 높으면 플루토늄 폭탄으로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제논은 핵폭발 후에 발생하는 방사선 제논이 아니다. 대기 중에서 존재하는 자연 상태의 가스인 희귀원소 제논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방사성 제논을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 제논을 포집하여 의료용도로 생산 및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과연 누가 인지하고 있겠는가?

 

44번 원소 루테늄

또 하나 주기율표의 원자번호 44번인 루테늄(ruthenium, Ru)은 주기율표 한복판 중앙에서 볼 수 있는 전이금속이다. 현재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 시스플라틴과 같이 착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중에서 존재량이 적은 순위로 대략 6번째가 되는 희귀원소이다. 필자는 금번에 정년퇴직하신 울산대학교 지기환 교수와 함께 루테늄 착화합물, 루테늄 나노케이지 등으로부터 항암제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루테늄 화합물은 의약 용도로서 항암제,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태양에너지 전환에 이용되는 광촉매로도 기대되는 신소재이다. 백금과 팔라듐 합금제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장식용 도금에도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은 약 5천 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백금 가격의 1/10 수준이다.

 

루테늄 유기금속 화합물은 다양한 물질의 유기합성 시의 촉매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촉매를 개발한 미국의 그럽스 박사 (Robert H. Grubs)2005년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에 앞서 일본의 노요리 교수 (Ryoji Noyori)는 로듐과 루테늄을 촉매제로 하는 공법을 개발하여 2001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바 있다. 또한 루테늄 도금은 단단하고, 흠집이 잘 나지 않으며 녹슬거나 변색이 잘 안 되어 고가의 시계나 안경에 사용되어 명품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앞에서 얘기하였던 항암제, 시스플라틴이라는 백금 착화합물은 정상 세포에도 손상을 주는 부작용에 대한 단점이 있지만 이러한 시스플라틴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루테늄 화합물은 가수분해가 잘 안 되어 암세포를 더욱 더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루테늄 착화합물의 나노케이지 형태를 이용하여 대장암, 간암, 유방암, 위암, 폐암 등에 선택적인 항암제의 가능성을 밝혀 10여 편의 국제저명학술지에 발표하여 왔다. 지난 5월 국내 천연자원 식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감염되는 경로인 ACE2에 대한 결합력이 있는 물질을 밝히면서 이 루테늄 착화합물의 항바이러스 효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결국은 코로나라는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 잊고자 했는데 또다시 그 생각에 몰두해버리고 있다.

 

제논과 루테늄 외에도 다양한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원소들로부터 다양한 산업적 이용은 물론 의약품개발까지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원소들이 물론 많이 있다. 필자는 이 중에서 희귀원소이면서 백금과 같이 착화합물을 만들 수 있으면서 백금보다 1/10이 저렴한 루테늄 항암제를 꿈꾸며, 분단된 현실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제논 포집 기술을 갖추게 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대기자원인 희귀원소 제논으로부터 난치,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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