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청 연극연출가 - 사람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지는 무대, 다양한 삶의 모습 조명하며 울림 전한다
신유청 연극연출가 - 사람에 대한 고민으로 채워지는 무대, 다양한 삶의 모습 조명하며 울림 전한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0.07.21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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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예술
신유청 연극연출가 Ⓒ남윤실 기자
신유청 연극연출가 Ⓒ남윤실 기자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는 진정한 종합예술시상식이라 불리는 백상예술대상이 올해는 더 특별해졌다. 지난해 18년 만에 연극부문에 대한 시상을 부활시킨데 이어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는 백상연극상, 남녀최우수연기상까지 시상 부문을 확장했다. 새로이 마련된 백상연극상은 지난 1년간 연극계를 들썩인 작품, 극단, 연출, 배우, 스태프 등에 대한 화제성과 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연극연출가 신유청은 백상연극상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다. 시상식에서 그는 심장이 요동친다, “작은 아픈 경험도 쌓이고 소중한 만남이 있어 가능했다.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외롭고 고독해보이지만 그 바닥 깊숙한 곳은 하나의 땅으로 연결되어 있다. 주변을 돌아봤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그 사람들을 조율하며 가장 좋은 하모니를 찾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연극계, 그중에서도 연출가라는 역할을 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처음 연극을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예고에 진학을 했는데, 연극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다기보다 기존의 입시제도로부터 도망치다시피 선택한 것이었어요. 학교에서 처음으로 배우로 무대 위에 서봤는데 너무 떨렸어요.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연출가가 되겠다며 또 도망을 쳤죠. 그런데 요즘은 연출로서 많은 사람들 앞에 너무 자주 서게 되어 매우 곤란합니다.(웃음) 사실, 연극을 하면서 이쪽 일에 종사하는 선배들이 멋있었고, 저 또한 연극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연출가를 선택한 이유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당시의 저에겐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배우 혹은 연출, 이렇게 두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 더 예술가처럼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을 구체화하며 좇다 보니 지금의 연극연출가에 다다랐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시간이 쌓여가는 만큼 자신의 세계관과 색깔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클 것 같아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전혀 느끼질 않아요. 저는 보통 작가가 써놓은 문자 하나하나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작가에게 이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었을까, 왜 이런 글이 탄생했을까, 이 무대가 오늘의 세계에게 어떤 말을 걸까, 이런 것들을 곱씹어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저의 스타일이 담긴 무대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식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저에게 관성적으로 존재하는 기존의 생각들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물론 도움이 될 때도 있겠지만요. 그렇기에 어떤 선택을 하기 위해서 평상시의 나를 나의 사고의 편견에서부터 건져내려고 노력 합니다. 인간은 가만히 두면 편견에 빠져버리기 마련이더라고요. 또한, 작품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데는 연출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그들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작품의 배경지식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뜻이 하나로 모이게 되는 거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연출이라기보다 서로의 다름까지도 알아내고, 이해하면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상식적인 판단에까지 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선택한 것들은 당연히 우리의 바람과 갈망으로 무대에 드러나는 것이죠. 저의 색깔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셨는데요, 특별히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작품들이있나요?

모든 작품은 각자의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종료된 작업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기억이 자꾸 머문다는 것은 함께했던 사람들과 작품을 뜨겁게 사랑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작품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는 대신, 함께했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으로 합류를 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 전 작품에 특별한 애착이 남지 않게 되더라구요. 작품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함께 있는 거죠. 연출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취사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 생각을 심사숙고 하다보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 구성원이 탄생되는 거죠. 저는 글을 쓰거나, 공간을 디자인하는 연출이 아니기에, 결국엔 연출의 역할이란,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잇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연출이 겪게 되는 심각한 고민은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지점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준 작품들, 그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일에 어김없이 했다면 모든 작업들이 하나같이 사랑스럽게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각각의 작품들은 식물처럼 자생력이 있습니다. 저의 의도와는 별개로 자라나죠. 이미 수차례 공연을 했던 공연도 더 성장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개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계속되기도 합니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그을린 사랑은 아직도 관객들과 더 나눠야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연극계에는 신유청의 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신 연출가는 여러 작품을 연출하며 굵직한 인상을 남겼다. 세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출로 관객에게 울림을 주는 동시에 그가 연출한 그을린 사랑’, ‘녹천에는 똥이 많다’, '궁극의 맛', ‘와이프등의 작품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전쟁, 허위의식, 성소수자 등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사회문제들을 조명하는 그다. 이창동 감독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이프는 제56회 동아연극상에서 연출상을, ‘그을린 사랑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19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기도 했다.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해 왔는지를 집중력 있게 다룬 연극 와이프730일부터 82일까지 앙코르 공연을 선보인다.

 

2019년은 신유청의 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난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셨는데요, 올해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지난해 했던 공연들의 재공연들이 계획되어 있지만 예전의 작업들이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안한 상태에 있어요. 공연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모습을 보며 코로나19의 영향을 체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올해 초 선보였던 궁극의 맛은 공연이 2, 3주씩 연기되었다가 무료관람으로 전환되는 등 변동이 많았죠. 그 과정 속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어요. 하반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많이 나아질거라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 또한 놓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자주 가던 식당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던가 하는 경험을 하며 그런 일들이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느끼게 되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무참히 무너지기는 모습을 보며 현실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깨닫기도 했습니다. 모두 마음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삶이 어서 회복되길 바랍니다. 연극이 때론 삶에 큰 힘이 되기도 하는 만큼 조심히 오셔서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신유청 연극연출가 Ⓒ남윤실 기자
신유청 연극연출가 Ⓒ남윤실 기자

 

순수와 상업, 공립과 민간을 나누지 않고 작업한다고도 알려지셨죠.

처음 연출가로 일할 때는 제안이 들어오면 무조건 임했었어요.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으니 가릴 것도 없었죠. 상업, 순수를 따질 여유도 없었고, 저의 연출의 취향조차 생각하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오히려 제 취향이 아닌 작업을 만나면, ‘이러면서 배우는 거지라고 생각했고, ‘연출님 스타일에 맞을 거 같아서 대본 보내드립니다하는 대본을 읽어보면 오히려 마음에 끌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섭외가 들어온 거 자체가 귀했으니까 전부 해야만 했어요. 순수와 상업의 경계라그런 경계 나누기는 없어져야 해요. 별로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에너지 소모를 일으키거든요. 저는 그것이 어떤 기준으로 경계를 나누는지 알고 싶지 않고, 그냥 연극 연출을 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료들도 그런 생각을 할 거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재미난 심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어요. 소위 상업극으로 불리는 팀과 순수극이라 불리는 팀을 같은 기간에 두 연습실을 오가며 연습을 한 적이 있었는데, 상업극 쪽에서는 순수극을 갈망하고, 순수극 쪽에서는 상업극을 갈망하는 모습을 봤어요. 저는 중간에서 우리는 다를 게 없는 사람이야, 우리는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구분은 나쁜 거라 생각해요. 그저 서로의 다른 점은 배우고, 좋은 점이 있다면 열심히 닮아가면서 나뉘어진 경계를 흩뜨러 뜨리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잖아요. 어떤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예술가로 살고 싶다는 꿈을 꾸며 연출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어떤 배우들과 작품을 하면 좋을지 떠올려보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거나 함께 작업 이야기를 나누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마음이 참 든든해져요. 비록 내가 직접 쓴 작품은 아니지만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함께 고민하고, 그 속에 들어있는 세상에 던지는 단단한 메시지들을 찾아내 관객과 만나는 최전방인 무대 위에 구사해내는 일들 속에서 행복을 느낀달까요.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일렁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우리가 준비하고 느꼈던 부분들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하고, 그 메시지들이 관객에게 닿아 더 큰 파장으로 번지는 모습을 볼 때면 쾌감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는 시선과 관객이 바라던 시선, 세상이 원하던 시선이 일치함을 확인하는 순간은 연출가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도 할 수 있죠.

평소에 SNS를 즐겨하진 않지만 작품이 올라가 있는 동안은 관객들의 생각들을 탐색하기도 합니다. SNS는 관객들이 자신의 감상이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소통창구가 되죠. 이러한 반응들을 확인하며 연출가로서의 시선과 관객으로서의 시선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작업도 연출가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연출가는 연극 와이프의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의 변화를 담아낸 와이프는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연극이기도 하다. 그는 작년보다 더 풍성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텍스트의 숨은 뜻을 발굴해내 무대 위에 살아 숨 쉴 수 있게 만들고 있다는 신 연출가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았다. 작품을 준비하며 느낀 설렘을 관객들이 고스란히 느꼈으면 한다고 말하는 그가 만들어 가는 무대 위 세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2008년 데뷔 후 그가 연출한 열다섯 편의 작품 속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더불어 무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능성을 넓혀가고자 고민하고 있는 신 연출가. 앞으로 그가 무대 위에 펼쳐갈 사람에 대한 고민과 메시지가 궁금해진다.

 

후배들이나 동료들에게 전하고픈 조언이나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어느 집단이든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말들을 너무도 쉽게 진리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저도 과거에 연극을 배울 때에 너무 쉽게 이런 관습을 믿고 따르던 세월이 있어서 몹시 그 시절을 후회합니다. 저는 그것을 따르던 세월을 후회하고 그것에 저항하던 저를 자랑스러워 합니다. 연극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이 옛날의 관습과 통념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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