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시선 사로잡은 맥간공예, 세계화에 도전한다
세계인의 시선 사로잡은 맥간공예, 세계화에 도전한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0.07.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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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맥간공예연구소 원장
이사웃 맥간공예연구소 원장
이사웃 맥간공예연구소 원장

 

보릿대를 재료로 작품을 수놓는 ‘맥간(麥稈)공예’ 창시자 이상수 원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 맥간공예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독일에서의 전시로 현지인들에게 한국과 맥간공예를 알린데 이어 루마니아에서 개최된 한류 페스티벌에서는 큰 호평 속에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세계로 뻗어가는 ‘맥간공예’의 역사, 그 중심에 이 원장이 있다.

 

보릿대가 만들어낸 ‘빛과 결의 아름다움’

밀짚, 보릿짚의 줄기인 ‘맥간’을 활용한 맥간공예와 우리 전통 공예로 유명한 자개공예를 헷갈려하는 이들이 많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원장이 수놓는 작품 속에는 황금물결이 일렁인다. 은은하면서도 영롱한 광택을 뿜어내는 금빛 문양의 작품들은 힘찬 기운을 품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조각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광택을 내뿜으며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짧게는 한 달에서 5개월까지 공을 들인다. 둥글게 말린 보릿대 줄기를 곱게 편 뒤 미리 그려놓은 도안 위에 모자이크 기법으로 이어붙이면 첫 단계가 완성되고, 이후 칠공예 기법으로 광택을 내어 마무리한다. 이러한 맥간공예는 40여 년 전 이 원장이 직접 창시해냈다.

“맥간공예는 ‘빛과 결의 아름다움’이라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보릿대를 서로 엇갈리게 배치하면 각자 다른 음영을 만들어내고, 빛을 받으면 은은하고 담백한 광택과 입체감을 선보이죠.”

보릿대를 활용한 공예기법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보릿대를 고정하기 위한 접착제에서부터 보존법까지 이 원장의 고민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는 맥간공예 전용 양면 접착테이프를 개발하며 작품을 안정화시켜나갔다. 화가를 꿈꿨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 원장은 맥간공예를 위해 악착같이 일했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연구와 작품 활동을 지속한 그다.

맥간공예를 처음 시작했던 1977년에서 10여년이 흐른 뒤 이 원장은 수원에서 첫 전시를 개최했다. 처음으로 접하는 황홀한 황금빛 작품 앞에 대중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 원장은 첫 전시를 통해 맥간공예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수많은 실용신안과 특허를 취득한 것은 물론 제자들을 양성하며 전시 또한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현재는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며 전문 강사와 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학교나 센터 등에서의 강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작품 판매나 주문제작을 하기도 하지만 예술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수공예의 특색을 유지한 예술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또한 국산 보리만을 사용하며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동양의 美 담은 작품, 세계인의 눈길 사로잡아

이 원장은 호랑이나 용, 봉황 등 동양의 전통적 소재들을 즐겨 만들어왔다. 이러한 소재들은 단순히 장식 이상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등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다양한 주제로 넓히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고유의 얼을 담아낸 이 원장의 작품들은 해외에서 더욱 인기다. 2018년 10월 중국 산둥성에서 선보인 맥간공예 전시회는 현지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이 참여한 산동 국제 문화 산업 박람교역회는 문화 창의 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위해 산동성인민정부가 주최하는 초대형 박람회다. 이 원장은 수원화성 팔달문과 홍칠 황룡도, 맥간 시트 소품 및 보석함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어 수원화성 방문의 해였던 2018년 수원시와 이 원장은 주한 중국대사관에 맥간공예로 그려낸 천안문 등 중국 국장(國章)을 기증하며 다시 한 번 맥간공예의 우수성을 뽐내기도 했다. 당시 국장을 기증받은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안료 배합 실험 과정을 거쳐 뽑아낸 붉은 색에 감탄을 표했다. 이후 이 원장은 독일, 루마니아, 러시아, 사이판 등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국가를 찾아 맥간공예를 소개했다. 매번 가져간 작품들이 다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나라에 맥간공예를 알리고자 합니다. 맥간의 뿌리가 한국, 그 중에서도 수원시에 있음을 각인시킬 것입니다.”

루마니아는 이 원장이 맥간공예를 알린 국가 중에서도 가장 호응이 좋은 국가였다. 루마니아는 매년 ‘클루지데이 수공예축제’를 개최하며 전통공예부터 다양한 수공예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수원시의 국제자매도시인 클루지나포카시(市)에서 열린 제8회 클루지데이에 참여한 이 원장은 부스에 맥간공예 벽걸이용 작품과 탁상용 액자 및 소품 30여 점을 전시하는 한편 손거울 만들기 체험행사를 운영했다. 당시 이 원장은 '言必可行行必可言(말과 행동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이란 문구가 적힌 작품 '독수리(80*80)'를 기증하기도 했다. 독수리는 루마니아의 국조(國鳥)이기도 하다. 본 작품은 클루지나포카시에 영구 소장될 예정이다. 클루지데이 수공예축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그는 4개월 후 루마니아 한국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또 한 번 맥간공예를 소개했다. 루마니아 한국대사관이 한류를 홍보하고자 개최한 'K-Lovers Festival'에 참여한 것이다.

“루마니아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데다 보리도 재배하고 있어 재료의 현지조달이 가능한 국가입니다. 전통적으로 손재주가 좋아 수공예가 발달한 루마니아 사람들이 맥간공예에 큰 관심을 가져준데 대해 감사를 전합니다. 향후 지속적인 기술전수와 공예교류전을 통해 맥간공예가 한국과 루마니아의 문화예술 교류에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맥간공예

루마니아로의 진출은 맥간공예의 미래를 봤을 때 상당히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맥간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중차대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하는 이 원장이다. 그는 루마니아가 맥간공예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보릿대의 수급이 가능한데다 유럽 전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닌 요충지라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루마니아는 농업이 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비율이 높은 국가인데다 수공예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 맥간공예를 알리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원장은 수공예는 입소문에 달렸다며, 루마니아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으로 맥간공예가 퍼져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독일이나 루마니아 등 유럽은 수공예품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동양 미술작품의 뛰어남에 놀라움을 표하곤 하죠. 향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루마니아 현지에 우리 맥간공예를 전수하고자 합니다.”

루마니아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는 그는 루마니아 대학생 및 수공예팀을 대상으로 맥간공예용 맥간시트 제조방법 특허를 전수하기도 했다. 힘들게 취득한 특허지만, 맥간의 세계화를 위해 얼마든 전수하겠다고 말하는 이 원장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맥간의 세계화를 향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원장이 이렇듯 맥간의 세계화를 외치는 데에는 국내에서 점차 쇠퇴해가는 수공예의 위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만 맥간공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아무런 대가 없이 루마니아에 맥간공예를 전수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루마니아 측과는 전통문화대학 공예학과에 맥간공예를 전수할 것을 협의 중이다. 루마니아 내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최근 교양수업으로만 진행되던 한국어 수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며 지금은 한국어학과가 개설되었다. 이 원장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맥간공예 또한 성공적으로 전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내놓았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루마니아 내에서 맥간공예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갈 계획이다. 특히 관련 재료를 자비로 마련해서라도 맥간공예 전수에 힘을 싣겠다고 말하는 그다. 이 원장은 지속적인 해외 교류전을 개최하며 자신의 대에서 맥간공예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힘이 닿는 한 맥간공예의 세계화를 위해 움직이고자 합니다. 향후 루마니아에 맥간공예 학과가 개설된다면 제자들이 2, 3개월씩 현지에 가서 기술을 전수해주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렇게 세계화의 토대를 만들어둔다면 제자들이 맥간공예에 대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가난의 상징에서 예술작품으로…맥간공예의 아름다움 알릴 것

1991년 이 원장이 창립한 맥간공예연구소는 그간 외부의 지원 하나 없이 작품성만으로 성장해왔다. 수원에서 출발한 맥간공예 전수자 모임인 예맥회는 전국 각지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매년 전국을 돌며 예맥회전을 개최한다. 매년 30~50여 명의 전수자가 참여하며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이다. 이 원장의 제자들은 한국‧중국 수교 24주년 기념 공예 교류전에 참여하고, 서울아세아미술초대전에서 공예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맥간공예 수석 전수자인 우윤숙 작가는 지난해 천안시 전통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듯 보리는 가난함의 상징이었다. 선조들은 보리로 굶주린 배를 채운 후 남은 보릿대는 가축에게 여물로 주며 기근을 견뎌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보릿대는 자신만의 빛깔을 뽐내는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보릿대의 황홀한 금빛은 자개공예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보릿대의 위상이 이렇게 높아지기까지 오랜 세월 맥간공예를 발전시키는데 전념해온 이 원장의 고집이 있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상 앞에 전통공예가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원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진다면 그것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씁쓸함을 표하면서도 루마니아에 맥간공예를 전수해 맥간공예의 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은 맥간공예가 오래도록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루마니아 내에서 맥간공예가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해외 진출의 끈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형편으로 화가의 꿈을 접고 사찰에서 생활하면서도 예술을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던 이 원장은 맥간공예를 창안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맥간공예를 연구하는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오로지 맥간공예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40년이다. 그리고 지금, 후대를 위한 맥간공예의 세계화에 도전하는 이 원장. 한국의 멋을 담은 맥간공예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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