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직 사람만을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직 사람만을 생각합니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0.01.14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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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정용훈 교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정용훈 교수 Ⓒ박소연 기자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정용훈 교수 Ⓒ박소연 기자

전남대학교병원 내 응급의학과는 1993년 개설된 이후 광주권역응급의료센터와 화순전남대병원의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광주‧전남 지역의 공공‧응급의료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14명의 교수진과 전공의 16명이 매년 약 5만 명 이상의 응급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재난거점병원, 급성중독환자 치료지원 거점병원으로서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건사고 많은 연말연시, 본지는 보건복지부 기획을 통해 시민들의 건강한 일상이 안전하게 유지되기를 기원하며 전남대학교병원의 정용훈 교수를 만나 응급의학과를 조명해보았다.

의사의 환자의 만남은 어디서든 이뤄진다

전남대학교병원은 지역의 거점병원 역할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취약지역과 응급원격협진 네트워크 운영 사업 등 보건복지부의 다양한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인 응급의학과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정용훈 교수가 최근에 열린 <2019 공공·응급의료 포럼>에서 공공·응급의료 유공자 보건복지부 표창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정 교수에게 그 소감을 물었다.

​“2012년 ‘일차공공의료 향상에 대한 기여’로 표창 후 이번이 두 번째 보건복지부 표창입니다만, 그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당시에는 보건복지부의 사업들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이제 맡은 임무가 다 끝났다’라는 느낌이었죠. 이번에는 공공·응급의료에 대한 이해와 그동안의 경험을 지역에 적용하면서, ‘이제부터 시작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응급의료 분야에 더욱더 기여하고 노력하라고 주신 표창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정 교수가 느끼는 보람된 희망이 있기까지는 지난 8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노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대회기간 동안 전남대병원 FINA 지원단으로 활동하면서 이달의 전남대인으로 선정, 표창까지 받았다고. 남다른 경험으로 채워진 여름에 대한 소회를 부탁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이틀 전, 멕시코의 코치가 두통으로 선수촌 메디컬센터를 방문했더군요. 진단해보니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어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후송이 되었는데, 문진과 신체검진을 시행하던 중 단순한 고혈압이 아님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뇌종양과 더불어 뇌부종이 심한 상태였죠. 결국 이분은 대회 개막식도 참여하지 못하고 응급 치료 후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지만,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발견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마스터즈 대회에서는 고령의 선수가 경기 도중 심정지가 발생하였고, 현장 및 1차 후송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음에도 심장이 돌아오지 않아 제가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 ECMO)를 시술하였습니다. 시술 후 심장이 돌아오고 자발 호흡, 통증에 대한 반응까지 있어 생존을 기대했지만, 오랜 심폐소생술로 인해 가슴 안쪽의 출혈이 발생해 결국은 사망하였습니다. 당시에 부인이 동행을 하고 있었는데 타국에서 심정지가 발생하여 생사의 기로에 있음에도 굉장히 침착하였을 뿐만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리와는 사뭇 달라서 놀라웠던 기억이 납니다.”

​앞서 정 교수가 잠시 언급한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 및 노폐물을 제거한 후, 다시 체내로 주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환자의 소생을 돕는 것이다. 평소에도 그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시키기 위한 연구와 진료를 주된 업무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제 경험처럼, 병원 밖 심정지 환자에게 에크모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이 드물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응급의학과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신경학적 예후를 개선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치료 중 하나인 목표체온조절 치료(과거의 저체온치료) 역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케이스를 시행한 경험이 있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거듭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정용훈 교수 Ⓒ박소연 기자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정용훈 교수 Ⓒ박소연 기자

심정지 환자의 미래를 비추는 기적의 소생

정용훈 교수는, 응급의학과는 환자에게 최종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의만큼 깊은 분야를 관여하지는 않지만, 응급실은 찾아오는 모든 환자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점에서 ‘타임키퍼’인 셈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의 담담한 감상이 오히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치열하고 생생한 순간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응급실 밖, 지역사회 의료체계 구축 및 다양한 의료 활동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터. 그간의 고충과 더불어 그 만의 무게를 해소하는 방식이 궁금했다.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치러진 거의 모든 지역 행사에서 응급의료 분야로 참여했습니다.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때론 갈등이 있기도 합니다. 지역 응급의료 활동과 더불어 제가 주로 진료를 보는 응급실에서 머무는 환자와 보호자분들께서는, 항상 불안하고 진료에 대한 불만족을 느끼실 가능성이 클 수도 있는데요, 많은 대화와 설명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잘 해결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해소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는 자신이 주력하는 연구 분야인 심정지 환자의 치료와 예후 개선의 중요도를 강조했다. 심정지 환자의 경우, 여전히 생존율이 낮고 생존하더라도 뇌 기능이 보존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므로 더더욱 오늘날 정 교수의 밀도 높은 연구와 진료는 귀한 모범 선례로 남아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심정지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신경학적 예후를 향상시키는 데 그의 오늘이 살뜰히 더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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