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치유, 그리고 평등의 이야기
인권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치유, 그리고 평등의 이야기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9.10.2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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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청오름 이지연 변호사

사람의 ‘인권’에 관해 말하는 것, 이 논제에 관해 법률사무소 청오름 이지연 변호사의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겪었던 곤란을 마음에 새기기보다 사회의 또 다른 한 축에서 사람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어려움과 그 경험의 반복에 대해 염려했다는 그는 바로 그 순간 ‘우리 사회 속에서 곤경에 처한 이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역할’을 꿈꿔왔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 변호사는 사람의 인권이란 피해자든 피의자든, 나아가 현장에서 발 벗고 나서는 경찰 등 국가기관, 이 모든 구성원에 걸쳐 강력하게 논의되어야 할 중심 주제라고 전했다. 다양한 이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인권 변호사로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법률사무소 청오름 이지연 변호사
법률사무소 청오름 이지연 변호사

 

인권이란 무엇인가? 피의자, 피해자, 그리고 국가기관
“변호사를 선임하든, 하지 않든 어떠한 분쟁을 맞닥뜨리는 상황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과 가족들에게도 스트레스와 함께 큰 상처가 됩니다.” 요컨대 그것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이든 개인과 기관 사이의 분쟁이든 간에, 분쟁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작용될 수 있음이다.
  현재 천안에서 법률사무소 청오름을 이끌고 있는 이지연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람들의 분쟁으로 말미암은 트라우마를 적기에 해소하는 시스템의 체계 지원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가정 폭력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한 리걸 클리닉을 비롯해서 얼마 전, 아산경찰서 인권 및 피해자 전문상담 변호사로 위촉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틀에 박힌 법률 서비스 제공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전무후무한 ‘복지’와 ‘인권’ 변호사로서 의뢰인이 처한 문제 해결, 더불어 의뢰인과의 마음을 나누는 소통을 통해 시름을 덜고 대화로 치유를 북돋고자 한다. 4개월 전 그가 청오름의 문을 열게 된 이유도 이것이다. 그가 지닌 소신을 필두로 보다 세심한 법률서비스와 케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변호사는 “의뢰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상대방이 분쟁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치유할 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법률대리인을 떠난 의뢰인의 진정한 ‘동반자’로서 변호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의뢰인이나 그 가족들이 처음부터 변호사에게 마음을 여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이 변호사는 한결같이 소탈한 진심으로 그간 의뢰인들을 만나왔다. 우리사회의 현 시점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변호사’가 해야 할 노력이 분명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변호사는 사건에 연결된 모든 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소송의 승패여부 이전에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개인에게 상처로 남아 곪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치유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를 위한 진정한 ‘정의’가 아닐까요?”
  가령 이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 제공이 종료된 이후에도 의뢰인과 지속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나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일종의 그만이 제공하는 심리 케어인 셈이다. 그는 이러한 시간을 통해 진정 피의자나 피고인의 마음을 교화하고 아픔을 함께 더불어 나눔으로써 재범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이것만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밤늦도록 의뢰인을 만나고 업무를 처리하는 그는 쉽지 않은 노력을 해내고 있지만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이 변호사는 분쟁 당사자인 피해자와 피의자, 그리고 ‘수사기관 차원에서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권의 측면에서 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국가기관의 인권도 고민해 보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치료와 상담을 전개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위해 필수적인 부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사람을 먼저 보듬어야
법률사무소 청오름의 이지연 변호사가 가진 목표는 분명하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아산경찰서 인권 및 피해자 전문상담 변호사로 위촉되면서 출입국사무소에 인계되는 불법체류자 중에서 인권이 침해된 사안으로 긴급히 법률상담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대상자를 비롯해 주요 강력범죄 피해자 중 즉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인 차상위계층, 한 부모 가정 등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이 변호사가 과거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는 리걸 클리닉을 하면서도 내내 중시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는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적 조언도 중요하지만무조건 법대로 하는 것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조정이나 합의가 가능할 경우, 반드시 변호사 선임할 필요 없이 합의를 권하기도 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검찰이나 행정, 법 제도 기관이 아닌,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벌받는다고 모든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그 사람이 받은 상처를 총체적으로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만큼 단순히 법 절차에 따르는 도움만으로는 부족하거나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곤경에 처한 이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입장이다. 과거의 그 역시도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미처 몰랐던 사회의 불편한 구조를 실감했었다.

편견의 사슬을 벗어 던지고 다시 맨눈으로 바라보자
이지연 변호사는 과거 야학교사에서부터 대안학교까지 교육활동을 한 바 있다. 당시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만났던 그는, 그때 이들의 상황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노라고 회상했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남들보다 덜 부지런하기 때문이라는 편견에 쌓인 시선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그들이 처한 곤경을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더 큰 어려움을 만나는 상황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도무지 나아질 수 없게 만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보험료를 낼 돈이 없어서 자비로 병원비 전액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부터 한두 평의 집을 얻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고된 삶을 사는 사람들까지, 서너 시간의 잠조차 자지 못한 채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 팔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본 이 변호사는 인권에 대해 고심하는 스스로를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외국 국적의 여성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인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결혼 생활이 잘 풀리지 않아 이혼하고 여성이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경우다. 이 때 상대방에게서 연락이 끊기는 상황이 태반이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으로 갑갑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변호사가 이야기하는 사례 속 여성은 귀화 시험에도 계속 떨어지던 경우였다. 해당 사례에서 현재 국내 법 제도 안에서는 이 여성과 어린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지원이 가능한 부문이 현저히 적은 현황입니다. 어찌 보면 실제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분들이지요.”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변호사’는 단지 법률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이 변호사의 답은 분명히 ‘노(No)’다. 진정한 변호사라면, 법률적인 도움 외에도 후원이나 사회복지 시설이나 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어려움까지도 살펴야 한다는 것.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단지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닌 까닭이다

평범한 회사원을 꿈꾸다 인권 전문 변호사가 되기까지
법률사무소 청오름의 이지연 변호사가 이 길을 꿈꾸기까지의 시간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래 평범한, 안분지족(安分知足)의 그저 소박한 회사원을 꿈꿨다는 이 변호사는 고등학교 졸업 후 6개월 동안 대형 로펌에서 미국 변호사의 비서로 일할 당시만 해도 변호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그와는 먼 상념일 뿐이었다. “그저 저와는 다른 사람들 같았습니다.” 이후 일반 회사에 입사했던 그는 최선으로 일에 몰두했다.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동료의 일을 돕는 것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삶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불평 한 번 가지지 않았다는 그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은 뜻밖에도, 회사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도난 사건의 범인으로 그 성실함이 동료들에게 의심받으면서부터였다.
  여기에 당시 같은 학교 동기로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었던 동료가 제가 고등학교 때 비행 청소년이었다고 모함을 받기도 했었다는 이 변호사는, “그때야말로 진정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던 순간”이었노라고 말했다. 매일을 눈물을 참아가며버텨내던 바로 그 순간, 그가 꾸게 된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 바로 ‘변호사’의 길이었다.
  “지금 ‘나’라는 개인은 이 회사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고통을 겪었지만 이 사회 어딘가에는 나보다 더욱 큰 슬픔을 가진 또 다른 개인이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형사 사건이라든지 민사 사건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관심을 가진 것이지요.”
  고행이 시작되었다. 다시 혼자 독학하고 공부해서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간 것이다. 당시 수학과에 진학했다가 법대 복수전공을 했다는 이 변호사는, 그때 교수님의 사시준비의 권유와 적극 추천을 계기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이 변호사는 항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편견’을 거둘 것을 당부했다. “섣불리 먼저 지레짐작해서 함부로 도움을 주는 것도 어려운 이웃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멍에가 된다”며, 과한 배려나 친절보다 다를 것 없이 서로를 대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사려 깊은 해답일 것이다. 앞으로도 앞서 더 나은 사회로의 발걸음을 이끌어 갈 그의 행복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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