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의 청사진이 되고 6차 산업 선도할 잔다리마을공동체
마을기업의 청사진이 되고 6차 산업 선도할 잔다리마을공동체
  • 윤근호 기자
  • 승인 2019.07.12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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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리마을공동체 농업법인㈜ 홍진이 대표

정부의 마을기업 정책이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다. 지역사회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주민이 행복하고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마을기업. 지역사회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착한 소비를 불러일으킨다.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 일어나며 자력을 갖춘 마을기업이 있다. 작은 다리가 많아서 ‘세교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에는 잔다리가 있다. 순수한 콩으로 몸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주는 착한 기업 잔다리를 찾았다. 

 

잔다리마을공동체 농업법인㈜ 홍진이 대표
잔다리마을공동체 농업법인㈜ 홍진이 대표

 

처음부터 잔다리마을 공동체를 지킨 것 
지난 2011년 경기도 오산시 주민 12명은 잔다리마을공동체를 결성했다. 콩 농사를 짓기 좋은 땅을 가진 지역주민들이 돌파구를 찾았다. 열심히 피땀 흘려 재배한 콩을 정당한 가격으로 팔 수 있다면. 소비자가 국내산 콩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면. 끼니를 챙기기 힘든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 1인 가구가 건강식을 먹고 행복할 수 있다면. 콩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이렇게 많다. 잔다리마을공동체 농업법인㈜를 이끌고 있는 홍진이 대표는 “지역 농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라며 “자투리땅에 조금씩 농사를 지어 생산한 콩을 가공해 팔기 시작해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라고 밝혔다.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함께하는 세상’에 대해서는 일찍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동네에서 이러한 가치있는 시작을 하기에 적절하다고 여겼어요. 잔다리를 이끄는 내내 긍정적인 확신과 믿음은 줄곧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짓는 이웃들과 왕래하며 마을의 미래를 고민했고, 우수한 품질의 콩을 필두로 전두부라는 키워드를 찾았습니다.”
  본래 지역 내 거점 음식점을 운영하던 홍 대표는 식품조리 전공자로 앞장서 마을기업을 꾸렸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철학을 잔다리마을에 전파했고 힘을 모아 잔다리마을공동체가 형성됐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1년 잔다리마을공동체를 마을기업으로 선정했다. 올해로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든 잔다리마을은 오직 국내산 대두 100%를 고집해 다양한 히트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1,000여 명이 정기배송으로 ‘마시는 잔다리콩두유’로 연 매출 약 14억 원을 올린다. 고농도의 콩물을 사용한 프리미엄 두부로써 콩의 배아까지 통째로 들어있어 아침식사 대용, 다이어트용, 건강식으로 인기며,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식당에서도 꽤 찾는다. 최근에는 방송인 이영자가 MBC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서리태 콩물을 마시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잔다리마을공동체 제품은 아니었지만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 콩물을 검색하던 시청자들은 잔다리마을공동체를 찾았다. 방송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고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이 아니었다. 잔다리마을공동체가 지킨 소신과 뚝심이었다. 잔다리의 ‘무첨가, 무조정’ 냉장두유는 그야말로 해당 영역의 선두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지킨 품질
아침부터 뜨겁던 햇살과 함께 잔다리를 찾은 날, 홍진이 대표는 온화하고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탁월한 리더인 그조차 태생이 다른 마을기업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잔다리마을공동체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계속된 투자와 기다림으로 다들 지쳐갔다. 좋은 원료를 고집해 높아진 생산 단가가 문제였다. 홍 대표는 수입산 대두를 섞고 첨가물을 넣어 이윤을 남기자는 유혹의 손길을 단호히 거절했다. 타협하지 않고 1년만 더 기다리자고 수도 없이 다짐했다. 인내하며 마을사람들을 설득하던 중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화제의 프로그램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에 잔다리마을공동체가 착한 기업으로 소개됐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정직하고 건강한 음식과 식품을 만드는 기업을 찾는 콘셉트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마시는 잔다리콩두유가 착한 두유로 선정된 것이다. 잔다리마을공동체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내산 콩만 사용해 식품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주문 물량이 폭주했다. 며칠씩 밤샘 작업을 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 마을사람들은 웃음을 되찾았다. 마시는 잔다리콩두유의 선전은 우리나라 두유 시장을 바꿨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 퀄리티를 포기했던 대기업조차 잔다리콩두유를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유 시장에서는 최고를 자부한다”라며 밝게 웃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는다는 말처럼, 홍 대표와 잔다리마을공동체는 뚝심있게 제품의 질을 유지해내며 스스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두유를 냉장 유통하기란 쉽지 않아요. 고객님께서 낮 12시까지 주문하신 물량을 당일 생산해 배송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가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객님께서 만족하셔서 냉장 유통 시스템을 지킬 수 있습니다. 좋은 먹거리, 바른 먹거리 시장이 잔다리마을공동체의 성장 배경이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음식이 부족한 국가가 아니다.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국가이다. 음식의 과잉 섭취는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유발하고 있다. 소비자는 배고파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는다.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 건강식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콩의 90%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라는 충격적인 집계도 나왔다. 소비자는 이미 질좋은 제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 100% 국내산 콩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그만큼의 가격을 낼 의사가 있다. 100% 국내산 콩 식품을 생산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합당한 가격을 부담할 수 있다. 잔다리마을 공동체를 대표하는 또 다른 상품, 전두부 이야기다. 

착하고 정직하게 만드는 잔다리마을 공동체 식품
두부는 여느 가정집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품이다. 반찬으로 먹어도 맛있고 식사 대용으로 먹으면 든든하다. 잔다리마을공동체는 두부의 소비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전두부를 개발했다. 전두부는 일반 두부와 만드는 과정이 다르다. 콩을 삶거나 물에 불리지 않는다. 생콩을 껍질만 벗긴 채 분말로 만든다. 비지를 빼지 않은 분말로 전두부를 만든다. 콩의 영양소를 전부 담아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다. 이에 홍진이 대표는 “잔다리 전두부는 대두를 초미립 분쇄해 비지가 발생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콩 100%로 만든다”라며 “표면이 매끄럽고 형태가 일정해 생식으로 먹기 좋다”라고 강조했다. 
  “일반 두부보다 식이섬유, 사포닌이 훨씬 많습니다. 레시핀과 이소플라본도 풍부하지요. 칼로리는 낮으면서 영양분이 높아 바쁜 아침에 간단히 먹을 수 있어요. 방부제, 첨가물을 넣지 않아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20일밖에 되지 않아요. 소비자에게 불편한 점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기우였어요. 잔다리마을공동체의 방향성을 알아주신 소비자분들이 꾸준히 재구매하시는 제품입니다.”
   잔다리마을공동체를 대표하는 마시는 잔다리콩두유, 잔다리 전두부는 마을을 바꿨다. 국내산 청서리태콩, 청서리태 초록콩물가루, 기름 없이 튀겨낸 잔다리하루한줌 볶음콩, 서리태 선식, 잔다리 페어데이 캐슈두유 등 잔다리마을공동체가 출시하는 제품마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콩 수요가 폭발하면서 인근 지역에서 재배하는 콩까지 잔다리마을공동체가 구입하고 있다. 현재는 계약재배를 경기도 일대 농장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잔다리마을 공동체는 마을기업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농협 수매가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콩을 산다. 잔다리마을에서 콩 10톤, 주변 지역인 파주와 연천에서 40톤을 산다. 지역 농산물을 쓴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경기도땅에서 생산된 콩만 사용한다. 잔다리마을공동체는 이익의 50%는 기부나 다른 지역에 환원한다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 주주들이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한 기업이 아니다. 잔다리마을 사람들이, 또 경기도에서 콩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함께 잘사는 것. 농업을 사랑하는 농부가 재배하는 기쁨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 우리나라 국민이 콩으로 만든 음식만큼은 걱정 없이 마음껏 먹기를 바라는 진심. 잔다리마을 공동체를 지금껏 이끈 원동력이다. 

마을기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잔다리마을 공동체
정부의 마을기업 정책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수많은 마을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마을기업도 많다. 오산시 1호 마을기업을 시작한 홍진이 대표는 잔다리마을공동체를 이끌면서 직접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산적한 문제를 풀 때마다 그는 마을기업의 정의를 하나씩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그는 경기도기술원이 주최한 ‘e-비지니스 전문농업인 양성교육’의 강사로 나섰다. 마을기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꾸준한 정신적 멘토가 되고 싶어 강의 문의가 오면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는 마을기업 안내자가 되고 싶다.
  “돌아보면 기회는 우연한 곳에서 찾아왔어요. 미디어에 노출되며 잔다리마을 공동체가 도약하는 기회가 되었죠. 만약 저희가 준비가 덜 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마을기업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잔다리마을공동체가 잘하는 분야는 퀄리티가 우수한 콩 식품 산업입니다.”
  마을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4개라면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일반 식품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할 수준이다. 잔다리마을공동체는 4개의 특허기술로 차별화된 맛과 영양을 재현하고 있다. 지난해 공장 사옥을 신축을 완공했고 다양한 수상 소식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농촌융복합사업자경진대회 우수상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표창, e마케팅페어 지역활성화부문 대상과 행정안전부 장관표창을 받은 바 있다. 대외적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시선은 마을에 있다. 시민들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주변의 홀몸 어르신에게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지역사회협의체위원으로서 동사무소와 홀몸어르신에게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확장해 반찬을 로컬식재료 사용해 직접 제조하는 급식‧간식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후원하며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아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마을주민 모두가 지분을 가지는 로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잔다리마을공동체 본연의 업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신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뼈 튼튼 칼슘+두유, 순수 단백질+미네랄 해양심층수 두부, 프리미엄 두유 녹두콩 두유 등 새로운 제품의 품질을 강화하고 판매 전략을 세우기 위해 기업부설연구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잔다리마을공동체가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안심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경기도 30~50대 주부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잔다리 제품 조리와 시식, 두부‧두유 만들기 등 체험 기회를 제공해 잔다리마을공동체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잔다리마을공동체 제품을 사용하는 레시피 북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잔다리마을공동체는 끊임없이 마을기업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이처럼 모범을 보이는 마을공동체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지원방안이나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최근 농촌융복합산업 경영 컨설팅을 받고 있다. 잔다리마을공동체는 1차 산업의 농업, 2차 산업의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의 서비스업을 복합한 산업인 6차 산업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절대 품질을 추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을 먼저 생각하는 운영철학을 지킨다면 거칠 것 없다. 잔다리마을 공동체의 추진력이 경기도와 대한민국 농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현명한 선택을 이어온 잔다리마을공동체의 발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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