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계속되고 있다”
“인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계속되고 있다”
  • 김예진 기자
  • 승인 2019.02.0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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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프린팅 김시향 대표
굿프린팅 김시향 대표 

요즘 친구들에게 ‘IMF 세대’의 이야기는 어떻게 들릴까. 가장 절망적인 시간 속에서 기적처럼 희망을 피어냈던 몇몇 이들의 일화는 신화처럼 느껴질까.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1년 전 회사를 설립해서 오늘날 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한 인쇄업체 ‘굿프린팅’의 역사는 유독 경이롭다. 이른바 ‘평생직장’이 없는 지금 세대들에게는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이 더욱 생경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PC통신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이 보급되던 시기에 업계 최초로 웹서비스를 제공했던 김시향 대표는 말 그대로 천리 밖을 내다보는 눈을 지닌 것 같았다. 오늘날 굿프린팅이 업계에서 e-business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패러다임에 편승해 서비스를 선도하다

굿프린팅의 김시향 대표가 인쇄와 맺은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그가 디자이너로 지내면서 느꼈던 애로사항 중 가장 절실했던 것은 바로 인쇄의 결과물이었다. 디자인의 가치가 결국 인쇄된 상품의 질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안타까웠다. 당시 인쇄업체의 시스템은 대부분 주먹구구식이었고 낙후된 기술을 발전 없이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가 미래에 대해 보다 확장된 고민을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저 역시도 제 디자인들이 인쇄물로 구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쇄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디자인 파일을 외장하드나 CD에 저장해 인쇄소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인쇄물을 생산하던 시기였어요. 1998년, IMF이후부터는 PC보급과 인터넷 확산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인쇄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어요. 우리도 이에 편승해 사업의 중심에 인터넷 기반을 접목해 기존 파일 전달 방식을 물리적 이동 없이 인터넷으로 전송하게 되면서 사업을 본격화 할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와 편리함도 잠시, 서비스 이용 고객은 급격히 증가했고 늘어난 고객만큼 니즈도 다양해졌다. 디자인 파일 용량과 주문량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져 당시 운영 중인 시스템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됐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시스템과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검토했고 사내에 자체 개발 인력과 인프라를 도입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김 대표의 추진력은 실로 놀라웠다. 회사 내부에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팀과 서버 시스템 장비를 꾸리고 전산실을 만들어 고객 니즈에 맞는 자체 시스템개발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보완점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역시도 굿프린팅이 처음 제공한 웹서비스처럼 기존의 인쇄소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혁신이었다. 문제 해결에 대한 그의 대응력이 언제나 근본적인 부분부터 접근한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열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별도의 조직으로 편성 보다 전문적인 기술개발과 서비스기획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

“4차 산업시대를 예측하면서 인공지능(AI)의 역할과 필요성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의도치는 않았지만 굿프린팅은 이 같은 개념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전부터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한 업무를 시작했어요. 인쇄소의 특성상 어떤 형태로든 인쇄할 내용이 디자인 된 후에 해당 원본은 인쇄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와 공정이 필요해요. 이때 인쇄할 용지와 수량, 인쇄 후 작업옵션들을 체크하는 행위를 시스템이 처리하도록 개발 구현해 사용하고 있어요. 초반 30%가 넘지 않던 인공지능 처리는 현재 60%에 달하고 있어요. 연구개발을 통해 상품 품목이나 디자인 파일의 종류, 특정 형태를 분석해 인공지능(AI) 자동화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인쇄 상품의 다각화를 고려한 자동화 분석 시스템으로 확대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굿프린팅은 물류배송과 납기 단축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소비 회전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상업 인쇄물은 주문받은 후 얼마나 빨리 공급할 수 있느냐 또한 아주 중요한 경영지표이다. 수도권 전 지역을 상대로 직배송하겠다는 결정과 모든 차량에 GPS를 장착하고 위치 정보를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던진 그는 “요즘에는 당일 배송이 당연하고 익숙해졌지만, 20여 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였어요. 고객사와의 상생을 위해 마진을 최소로 줄인 아낌없는 투자와 개발은 결국 고객감동으로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덧붙였다.

 

인쇄업계에 보기 드문 여성의 섬세함과 디테일

인공지능으로 디자인 파일을 분석하고, 바코드를 이용해 인쇄 공정과 물류 관리 시스템까지도 개발한 굿프린팅. 이 모든 동력은 결국 김시향 대표와 함께 하는 이들로부터 피어난 셈이다.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향상되고, 고객사에게 제공되는 편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김 대표는 다시금 내일을 기약할 힘을 얻으리라 확신했다. 말하자면 ‘제 식구’를 참 잘 챙기는 그는 아주 의외의 순간에도 예외 없이 다정을 베풀고 있었다.

“IMF 때 직업을 잃은 분들 중 몇 분이 회사로 찾아온 적이 있어요. 당시 고객사에 임직원으로 지내던 분, 중소기업을 5년 동안 운영하다 접으신 사장님도 있었죠. 무작정 채용을 바라는 게 아니라 일하는 공간에 함께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분들을 내칠 수가 없었어요. 삶의 의욕을 되찾아드리고 싶고,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자 점심시간과 퇴근 후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무료 인쇄교육을 시작했죠. 제게는 오빠이자 또 아빠일 수도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이 재기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참 뿌듯했어요. 경제는 늘 난항을 겪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녀는 인쇄가 바로 옆에 있는 가족처럼, 때로는 밥보다 더 가까이 우리 일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자, 카탈로그, 스티커, 길가의 현수막과 전단지까지. 둘러보니 세상이 인쇄물로 포장되어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위기는 호기라고 단언하는 김 대표의 신념이 그녀가 만들어낸 섬세하고 디테일한 인쇄물처럼 우리 사회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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