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상상력’의 결합으로 새로운 연구분야 개척
‘빛’과 ‘상상력’의 결합으로 새로운 연구분야 개척
  • 문채영 기자
  • 승인 2018.07.1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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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끌어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을 움직인 인물들은 상상력을 통해 사물간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찾아내는 것을 생활화 한 결과 창조적 삶을 살게 되었다.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려는 것일까? ‘상상력열정이라는 무기로 자신만의 연구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연구자가 있다. UNIST 화학과 권태혁 교수가 그 주인공. 빛을 이용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며 주목받고 있는 그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UNIST 화학과 권태혁 교수
UNIST 화학과 권태혁 교수

 

 

빛으로 암 치료 가능한 이리듐 복합체개발

UNIST 자연과학부 권태혁·임미희·이현우 교수 공동 연구팀은 광감각제(Photo-sensitizer)와 빛을 활용해 암 조직만을 파괴하는 광역동 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에 효과적인 물질을 개발하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연구는 활성산소를 잘 만들어내는 방법을 분자공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통해 광역동 치료 전반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작용기작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암치료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연구로, 박사시절부터 이리듐(Iridium) 콤플렉스를 이용한 AMOLED 연구에 몰두해온 권 교수와 세포 소기관의 단백질체 역할규명을 연구해온 이현우 교수의 아이디어가 융합된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권 교수는 암세포는 계속해서 증식하기 때문에 산소가 많이 부족한 상태이며,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광역동 치료 하려면 활성산소 잘 내놓아야 하는데 좀처럼 실현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제가 AMOLED를 연구할 당시 이리듐이 활성산소를 생성해 디스플레이를 망가뜨린다는 점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였는데, 이번엔 이리듐의 성질을 역이용해서 활성산소를 잘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 광역동 치료에 활용하고자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광감각제는 외부에서 빛(에너지)을 받으면 들뜨는 상태가 되는데, 이 물질은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에너지를 외부로 배출시킨다. 이 때 에너지를 받아들여 활성산소로 변한 주변 산소들은 반응성이 좋아 암세포 등을 공격해 파괴할 수 있다. 해당 원리를 이용한 치료를 광역동 치료라고 하며, 구체적인 작용기작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연구팀은 산소를 활성산소로 잘 만드는 물질인 이리듐을 기반으로 몇 가지 광감각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파장이 긴 빨간색 빛을 활용하는 물질일수록 활성산소를 더 잘 만들어 냄으로써 몸 속 깊이 침투할 수 있는 적외선을 이용해 암세포 제거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리듐 복합체와 빛으로 생성된 활성산소는 세포 내 단백질을 산화시키나, 서로 다른 단백질을 뭉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치료의 효과를 높이게 된다. 더불어 이번 연구에서는 60초만 빛을 쪼여도 세포 내에서 단백질 사이에 교차결합이 이뤄지는 현상이 목격됐으며, 질량분석법과 세포 이미징을 통해 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과 소포체 단백질들이 산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광역동 치료에 적합한 분자설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작용원리, 실제 암세포에 적용한 실험 결과까지 총망라한 이 연구는 화학 분야의 권위적인 저널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 9월호에 실려 연구의 우수성을 입증 받았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는 권 교수는 정상세포와 암세포가 함께 있을 때 산소가 없는 것을 좋아하는 이리듐의 성질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가고, 활성산소를 내놓을 것으로 가설을 세우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고 위험성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연구 계획을 밝히며, 성공한다면 암환자들이 질병의 고통과 후유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누구보다 연구를 사랑하는 그의 눈은 흐트러짐 없이 빛나고 있었다.

 

학문간 융합 통해 새로운 연구 결과 도출

태양전지 분야에서 자신만의 연구영역을 구축해 온 권태혁 교수. ‘OLED display에 주원료로 사용되는 이리듐 화합물의 미세 색조정을 계산을 통해 예측할 수 있고 다양한 색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한 그의 박사시절 첫 논문은 현재까지 100회 이상 인용될 정도로 학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인광물질인 이리듐을 바이오 연구에 적용해 형광물질보다 인광물질의 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의 디바이스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오딘(Iodine) 전해질의 문제점(휘발성, 인체 유해성, 부식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페로센(Ferrocene) 전해질 시스템과 이에 적합한 새로운 유기 염료를 최초로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각이 담긴 연구들을 이어왔다.

기존 연구에 비춰봤을 때, 이번 JACS 논문의 방향이 색다르다는 기자의 질문에 권 교수는 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며, 전기를 생산하거나 암세포를 죽인다는 결과가 다를 뿐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OLED display의 에너지 전이 원리를 인광 바이오 센서에 응용하여 인광센서의 선택도 향상에 기여한 연구논문은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Energy Recognition Lab의 연구테마는 으로, 빛을 모으고 인식하고 전달하는 현상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모으고 저장하는 연구(유기태양전지, 슈퍼커페시터) 인광 바이오 이미징 및 광치료 연구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위해 권 교수는 새로운 에너지 주개-받개 물질을 합성하여 유기태양전지 및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전이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새로운 소자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연구를 초음파 스프레이를 기반으로 진행함으로써 태양전지의 상용화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단백질 및 세포 소기관을 인식하기 위한 인광 바이오센서 및 알츠하이머 및 암 등에 사용되는 광치료제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한다. 이러한 빛 에너지 활용 기술을 기반으로 연료전지, 물 분해, 염료 감응형 배터리 및 슈퍼 커패시터, OLED, LEC 등으로 연구의 파이를 확장하고 있는 권 교수는 융합연구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내놓았다.

자신만의 연구 분야가 확실히 구축되었을 때, 응용을 바탕으로 진정한 융합이 가능합니다. 본인만의 확고한 영역과 다른 이가 구축한 영역 간에 터널을 어떻게 뚫을지 고민하는 것이 곧 융합연구의 시작이며, 이러한 고민이 이어진다면 새롭고 유의미한 연구결과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독립적 연구자 육성하며 학계에 이바지

권태혁 교수는 교육자로서 독립적인 연구자들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지도교수의 도움 없이 학생들 스스로 연구주제를 찾아 실험하고, 논문을 쓰고, 최종 승인되는 과정을 일찍 훈련한다면 향후 연구자 생활에도 큰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학부 때부터 학생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현재 권 교수가 이끌고 있는 연구실에는 12명의 대학원생과 6명의 학부생이 소속되어 있다.

개개인의 연구역량은 교육을 통해 발전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실에서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논문 스터디를 진행 합니다. 스터디에서 발표자는 스스로 선택한 논문의 제1저자가 되어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발표를 듣는 학생들도 논문을 완독해 오고 있습니다.”

미래 설계를 구체화하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꿈을 위한 의미 있는 전진을 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권 교수. 매일 아침 8, 그의 연구실에서 열리는 논문 스터디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연구들을 직·간접적으로 이해하며 지식을 축적하게 하는 것 역시 후학들에게 가능성이라는 꿈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또한 트레이닝에 앞서 먼저 인성을 갖추는 것이 연구자의 덕목이라 믿는 그이기에, 제자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이자 연구자가 되자고 주문하며 늘 안전을 강조한다.

저는 연구자인 동시에 교수입니다. 의미 있는 연구 성과로 학문발전에 이바지하는 것만큼 학생들을 잘 육성해야 합니다. 학생들을 독립적 연구자로 키울 수 있는 최적의 교수법을 남기는 것 역시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학생들 또한 연구자의 길을 공부라 생각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창조를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으로 여기고 이공계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보다는 연구자로서의 가능성과 열정을 보여준 권태혁 교수. 앞으로 그는 빛을 실생활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탄소저감형 건물을 완성하고, 빛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를 여는데 최선을 다할 뿐 아니라 자신의 연구실 구성원들이 본인 이상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을 줄 계획이다. 같은 필드에서 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연구를 진행할 날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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