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손상반응 억제제’로 항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DNA 손상반응 억제제’로 항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8.07.1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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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생명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를 갖고 있다. 사람 몸에서 하루 수 백만번 일어나는 체세포 복제 과정 중 여러 원인으로 DNA 손상이 발생하여 우리 몸의 DNA는 매일, 매 순간 손상되지만 다행히도 건강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것은 이런 손상을 고쳐주는 ‘DNA 손상 복구 반응 (DNA damage repair response)’ 라는 복구 기전이 있기 때문이다. DNA의 손상을 복구하는 기전에 결함이 생기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석아 교수가 연구하고 있는 ‘DNA 손상 반응 억제제는 이러한 암세포의 DNA 손상 복구 유전자를 억제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서울대학교 임석아 교수
서울대학교 임석아 교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기존의 치료법, 가능성을 발견하다

최근 20년 간 표적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대부분의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종양성장인자를 표적으로 삼는다. 종양 억제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도 암이 발생하는데, 이를 수선하기보다 오히려 이 종양 억제 유전자의 상보적인 역할을 하는 경로를 더 망가뜨리면 암이 치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역발상이 새로운 암치료 방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DNA의 손상 복구 반응에 이상이 있는 대표적인 암이 BRCA1, BRCA2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 유방암-난소암인데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Olaparib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의 기능을 저해하는 표적 치료제다. PARP 단백질은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데, PARP의 기능이 억제되면, 손상된 DNA가 정상적으로 수선되지 않아 암세포의 사멸이 유도된다. 임석아 교수는 BRCA1BRCA2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에 효과가 있는 PARP 억제제가 다른 DNA 손상복구 유전자 결함이 있는 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2007년 대한항암요법연구회-아스트라제네카 협동 연구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DNA 손상 반응 억제제를 이용한 항암치료 전략 수립 및 DNA 손상 반응 억제제에 대한 반응예측 선별 인자 발굴이라는 주제 하에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와 세계적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사와의 협동연구로 PARP 억제제를 BRCA1/2 돌연변이는 없지만, 다른 DNA 손상 복구 경로에 결함이 있는 유방암 세포주와 위암 세포주에 처리하여 그 항암효과를 확인하였습니다.” 지난 2007년 이러한 효과를 확인한 임 교수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R&D 센터-KuDos 캠브리지연구소에서의 연수를 통해 DNA 손상 반응 억제제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DNA 손상 복구 기전에 관여하는 RAD51C의 결함이 있는 위암과 유방암 세포주의 경우 PARP 억제제인 olaparib에 더 민감하고, DNA 손상을 감지하는 ATM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 역시 olaparib에 민감하게 반응함을 알아내었다. 이후 그는 존경하는 은사인 서울의대 방영주 교수님과 대한항암요법 연구회 참여 기관과 함께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paclitaxel +/- olaparib II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때, 위암 조직에서 DNA 손상을 감지하는 ATM 의 발현 여부를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이용하여 판단하는데 병리과 김우호 교수님 팀의 도움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II상 임상시험에서 olaparib의 추가가 환자들의 전체 생존 기간을 연장시키고 특히 ATM 결함이 있는 군에서 효과가 더 좋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미국 임상 종양학회(ASCO)에 발표했다. 이어진 III상 임상시험에도 p=0.026으로 paclitaxel olaparib 병용 투여군에서 생존기간이 연장되는 경향을 보여 olaparib 에 더 효과가 있는 환자들이 누구일지 차세대염기서열 분석과 RNA sequencing 등을 이용하여 예후 예측을 위한 선별인자를 알아내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임석아 교수는 이러한 대규모 임상시험에 암연구소 이행성 연구팀, 병리과 의료진, 국내-외 기관의 공동연구자 및 연구간호사는 물론 제약사의 이행성 연구팀과 임상 연구팀의 많은 분들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했고, 특히 서양인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연구 범위를 아시아로 확장해 그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세계와 호흡하며 유방암 치료제 연구

유방암은 우리나라보다 서양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암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중의 하나이고, 40~50대 유방암 발생률은 우리나라도 서양과 비슷한 수준이며, 전 세계 유방암 환자 중 아시아 유방암 환자가 약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BRCA1, 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암이 발생하는 유전성 유방암의 비율은 약 4%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 교수는 표준 항암 치료인 anthracycline taxane에 실패한 BRCA1/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OlympiAD 임상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최근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에 공저자로 연구결과를 발표 하였다. Olaparib을 투여한 환자들의 무진행생존기간의 중앙값은 7개월로 기존의 항암치료제를 투여한 환자들의 중앙값 4개월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 주었다. 특히, 탈모나 일반적인 세포독성 항암제의 다양한 부작용에서 벗어나 삶에 큰 지장을 받지 않으며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결과로 학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적용되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임 교수는 환자들의 생명과 삶의 질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밖에도 임 교수는 PARP 억제제 이후 개발된 ATR 억제제를 이용해 유방암 세포주와 위암 세포주에서의 항종양효과 연구를 통해 ATM이 낮은 세포에서 ATR 억제제에 의한 세포 성장이 더 효과적으로 억제됨을 의생명연구원 민아름 연구 교수, 이경훈 교수와 함께 밝혔다.

또한 HER2 성장인자 dimerization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인 pertuzumabdocetaxeltrastuzumab 에 추가할 때 생존기간을 연장시킨 CLEOPATRA 임상연구에 초창기부터 참여하며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 연구 결과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한 것은 물론 임상시험 진행 중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며 HER2 표적치료제에 대한 반응 예측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임상시험 진행 당시 국내에서는 표준항암치료와 trastuzumab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보험이 일부만 되고 치료에 대한 상당한 비용은 환자가 부담해야 했는데, 이 임상시험에 참여함으로써 세계적인 표준치료 혹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금년 6월부터는 이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하여 세 약제에 대한 보험이 허가되어 환자들의 부담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세계 250여 기관과 함께 진행한 HER2 양성 유방암 연구는 미국 FDA와 유럽 EMEA 로부터 모든 임상시험 과정의 적정성을 확인받으며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도 되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 대한 임상 연구에도 대한항암요법 연구회 유방암 분과 대표 연구자로서 참여하여 호르몬 수용체 양성 폐경후 유방암 환자에게 세포주기 조절에 관여하는 CDK4/6 억제제 palbociclibaromatase 억제제 letrozole 을 함께 투여할 경우 표준 치료제인 letrozole을 단독 투여에 비하여 무진행생존기간의 중앙값이 24개월로 유의미 하게 연장됨을 밝혀 호르몬 치료의 흐름을 바꾸는데 기여 하였다.

 

국내 넘어 세계와 교류할 수 있는 기틀 마련

임석아 교수는 암연구소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생명과학연구자이자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종양내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환자의 증상과 임상경과를 환자와 함께 경험하고, 이러한 결과들을 암 조직 및 혈액을 이용한 실험으로 연결해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그가 갖고 있는 큰 장점이다. 임 교수는 자신이 임상을 통해 환자들에게서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연구를 제안하고, 협업을 통해 그 성과가 환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모든 과정에 큰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겠다는 다짐은 그가 계속해서 연구에 임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현재 임 교수는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센터장,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학술부장 및 한국 세포주 은행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치료한 암환자들에게서 유래한 세포주 수립을 통해 세계적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외 제약사에서 개발된 신약 연구를 통해 특정 항암 표적치료제에 민감한 세포들의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밝혀 새로운 약제 개발을 이끌어가는 모습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임상시험은 각 병원 및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각 분야 및 여러 나라에서 함께 모여 더 의미 있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현재는 하나의 아이디어에 여러 전문분야의 선생님들이 협업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이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임 교수는 대한항암요법 연구회(KCSG)에서 유방암 분과위원장으로서 다기관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등 주요 연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교육위원회 위원 및 PRC(Protocol Review Committee) 위원으로활동을 하면서 후학 교육에도 힘을 쏟아 왔다. 특히 암 연구에서 세계적 협업이 필수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임 교수는 대한종양내과학회(KACO) 국제협력위원장 및 이사로 재임하며 세계의 과학자들과의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AACR(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에서 재미 과학자와 국내 의학자들의 교류를 이끌어내기 위한 상호 협력 행사인 Connecting the Dots in Cancer Research (CDCR) 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등 세계 여러 국가의 과학자들 간 학문적 교류를 돕고 있다.

세계 최고의 암 병원으로 알려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Alfred W.K. Yung 교수님의 지도로 연구전임의를 한 경험은 그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임 교수는 당시 유전자 치료를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신생혈관 형성에 중요한 VEGFantisenseadenovirus vector에 넣어 유방암을 치료하는 연구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

서울대 병원에는 환자진료를 하면서 석-박사 과정을 하는 전임의 전공의 들이 있고, 암연구소에는 의과대학 출신이 아닌 자연과학대학 출신의 종양생물학 학생들이 있습니다. 종양내과 교수들을 이 두부류의 학생들을 융합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과 항암 표적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에게 얻은 혈액 및 조직, 세포주로 실험실에서 분자생물학적 측면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보이는 학생들과 함께 항암제의 작용 기전을 더 명확히 규명하고자 합니다. 분자 생물학적 연구 및 임상연구를 통해 예측인자를 찾고, 지금보다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연구의 목표입니다.”

임석아 교수는 은사이신 이화의대 이순남 교수님, 서울의대 김노경 교수님, 방영주 교수님, 허대석 교수님께 배운 의술과 의과학자로서의 통찰력으로 동료, 후배 및 제자들과 함께 개발된 항암 표적 치료제를 더 적절하게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을 지속하는 내일을 그리고 있었다. 특히 환자 진료나 연구만으로는 통합적인 연구를 시행하기 어려운 만큼 의사과학자로서 중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자들을 키우는데 몰두하고 있다.

한편 그는 항암 임상시험과 중개 연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임 교수는 임상시험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부정적 시각을 가진 분들이 여전히 많다며, 특히 III상 임상시험의 경우 I상 과 II상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후 기존 치료법과의 비교를 위해 행해지는 시험인 만큼 안전성에 관하여는 안심해도 좋다는 조언과 함께였다. 실제로 임상시험을 통하여 진료 현장에 까지 적용되는 약은 100개 중 5개에 그칠 정도로 철저한 검증을 거친 약제들이다.

하나의 가능성이 실질적 결과로 인정받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던 시간 동안 임 교수를 지탱해준 것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생존기간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되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팀원들의 협동심, 가족들의 무한한 이해와 사랑, 여름날의 나무그늘과 같은 부모님, 남편과 삶의 활력을 주는 두 딸 근영, 근지의 응원이었다. 그의 연구들은 유의미한 결과로서 세계 암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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