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편에서 강자와 싸우며 사법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겠습니다
약자의 편에서 강자와 싸우며 사법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겠습니다
  • 오현지 기자
  • 승인 2018.07.19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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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회훈이다. 1907년 출범한 이래 올해로 109년을 맞이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국 지방변호사회 중 최대 규모인 12천여 명의 개업변호사들과 함께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목적 아래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 지원 사업, 사회공헌 활동, 회원 권익 옹호 및 복지 증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김한규 회장은 사회 약자, 사회적 소수를 위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새기고 전관예우 타파, 사법시험 존치 등 굵직한 문제들에 맞서는 그는 행동하는 법조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한규

 

12번의 도전, 변호사의 사명을 되새기다

김한규 회장은 늘 본질을 추구한다. 법과 정의,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변호사의 사명에 대해서 말이다. 지난해 취임 이래 시대를 밝힌 자랑스러운 변호사 조영래 기념행사를 통해 고 조영래 변호사의 삶을 재조명 한 것도, 광화문 변호사회관을 조영래홀로 이름 지으며 되살린 것도 모두 이러한 사명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법원이 초대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을 사표로 삼고 후배 법관들이 그를 따라 자신의 역할을 되새기듯 변호사들에게도 사표가 필요하리라 생각했습니다. 변호사들의 사표는 과연 누구일까 고민했죠. 100, 200년 후에도 우리들이 롤모델로 삼고 따를 수 있는 이로 수많은 법조인과 언론인들이 입을 모아 조영래 변호사를 말했습니다. 제가 은퇴하더라도 후배들이 인권 옹호와 사회 정의 실현이라는 변호사의 사명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표로 추대한 고 조영래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 중 한 사람이다. ‘전태일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부천 성고문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등의 중요 사건들 속 감동적인 변론을 보이며 후배 법조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 고 조영래 변호사를 이 시대 법조인들의 귀감으로 세운 김 회장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을 찾은 것이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공감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돕는 과정이 즐거웠고 대학시절 전공이 법학과였기에 변호사는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리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찾은 적성과 달리 변호사가 되는 길은 호락하지 않았다. 대학 입시에 삼수라는 긴 시간을 보낸 데다 사법시험은 12번의 도전 끝에 그에게 문을 열었다.

삼수를 하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며 천만 원 보증금의 월세집이 우리 가족의 전 재산이었죠. 고시원 총무, 고시 식당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식당일에 뛰어들었다. 3시간 정도를 일하면 한 달에 3, 40만원을 벌 수 있었기에 공부를 위한 충분한 경비가 되어줬다. 게다가 신림동 고시촌 근처의 식당에서 세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는 주변에 자신보다 더 힘들게 공부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좋은 시절을 생활과 공부에 매달렸기에 그는 사회의 절대다수인 약자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회 약자의 편에서 신뢰 받는 사법

김한규 회장은 취임 이래 다양한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한편 변호사 업계에 만연해있던 잘못된 관행들을 고치는 데 가장 공들이고 있다. 또한 그는 법조계의 대표적인 사시 존치주의자이기도 하다. 2017년 폐지가 예정된 사법고시의 존치는 그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마의 직접적 계기이기도 했다.

저는 30대 중반에 사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나이도, 경제력도, 학벌도 내세울 것이 전혀 없었기에 사법시험이 없었다면 법률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채무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미래 세대의 절대다수는 약자이자 소수일 것입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판검사, 변호사가 되는 것이 공정한 사회입니다. 지난해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들이 큰 화두가 되었듯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사법고시라는 희망의 사다리는 남겨둬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자체 보고서는 한국 국민들의 사법제도 신뢰도가 27%로 나타나며 조사 대상인 42개국 중 39위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에 관해 김 회장은 법조 브로커들을 규제할 시스템 마련과 전관예우 타파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변호사 또는 법무사 자격을 소지하지 않고 사건 처리에 개입하거나 개인회생 및 경매 업무 등을 대리하며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에 이들을 처벌하는데서 나아가 제도적으로 정교하게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관 비리다. 얼마 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재판받기 전 전관예우 논란이 인 바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재판부에 재배당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서기호 의원이 발의했던 변호사선임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전화 변론변호사의 형사처벌 등 전관 비리문제의 척결, 근절하는데 전념해야할 것이라 밝혔다.

변호사들이 대량 배출되다보니 변호사 업계 내부에서도 신규 변호사들의 처우가 점점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급여 체불, 부당한 근로 요구 등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고만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이는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한 문제로, 일을 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과거 지나치게 높았던 변호사 보수를 적절히 조절해 일반 국민들이 재판을 받거나 행정기관을 접하는 등 모든 공적 분야와 근로자와 사측 등의 관계 속 사회적 약자들이 변호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늘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변호사들이 많아지며 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변호사 선임은 부담스러운 일 중 하나다. 김 회장은 변호사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적절한 보수와 함께 국민들이 처한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자연스레 사법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라 전했다.

의료시스템이 부러운 점이 많습니다. 작은 감기에 걸리더라도 근처 병원에 편하게 가 진료를 받듯 변호사도 그렇게 편안하게 찾을 수 있다면 사법 불신은 해소되리라 믿습니다.”

 

강자들을 지적하고 싸우는 사법법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맞춰져야 합니다. 사회적 강자와 자본이 있는 이들은 법과 상관없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법은 사회적 소수자를 억압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강자들을 누르고자 있는 것입니다. 그래야 균형이 맞는 것이지요. 법을 다루는 법률가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시각으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에게 눈을 돌려야 할 것입니다.”

김한규 회장은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국민의 7, 80%가 사회적 약자이기에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 위안부 소녀상 옆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던 대학생들이 방한용 텐트를 쓸 수 있도록 인권위에 긴급구조를 신청하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로스쿨들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나이를 차별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를 없애줄 것을 인권위에 진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들이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맥락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변호사회의 회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강자들을 지적하고 싸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바둑을 좋아한다며 말문을 연 그는 11번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반성하며 공부법, 컨디션 조절 등 실패의 이유를 복기했다고 말했다. 시험을 붙고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각 시기에 맞게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낸 것이 그가 찾은 합격방법이었다. 그런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서도 열심히 노를 젓는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제 역할에 맞게 노를 열심히 저어가고 있습니다. 그 방향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입장과 사명이 되겠죠. 목표를 향해 남은 임기 동안 매일매일 노를 저어 간다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2004년 사법고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 회장은 그로부터 11년 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당선됐다. 유효 투표 7053표 중 2617(37.1%)를 받으며 후보 5명 가운데 압도적 1위로 우뚝 섰으며, 당시 1위와 2위 간 득표율 차이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에 서울 이외 지역의 대학 출신 변호사가 당선된 것도 처음이었다. 대형 로펌 출신도, 법조인을 많이 배출하는 대학 출신도 아니었던 그가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은 그가 묵묵히 변호사의 사명을 가슴에 품고 변호사의 길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흔히 사회지도층이라 표현되는 사회 주류들이 현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법률가는 법에, 재계인은 경영에, 정치인은 입법에, 정부는 행정을 집행함에 있어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한규 회장의 이러한 신념이 우리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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