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 - “Nobody is perfect but who wanna be Nobody!
발레리나 강수진 - “Nobody is perfect but who wanna be Nobody!
  • 남윤실
  • 승인 2015.06.09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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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마디마디가 기이하게 변형된 발레리나 강수진. 그는 자신이 ‘타고난 발레리나’도 ‘발레 천재’도 아니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특별히 뛰어나서 업적을 이룬 것이 아니라 운에 맡기지 않고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한계를 이겨낸 덕분이라는 것이다. 강수진은 “공연은 해야 하는데 발이 너무 까지다 보면 완전히 피부가 벗겨져 아무리 테이핑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한번은 최후의 수단으로 피부와 비슷한 생고기를 토슈즈 안에 넣고 공연을 하는데, 공연 도중 생고기를 집어넣은 부분에서 피가 나왔지만 이를 악물고 공연을 다 끝낸 후 울었습니다”라며 그녀의 백만 불짜리 발에 대한 고통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외국 학생과 수준차이가 심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모두 자는 오후 11시까지 기다렸다가 멀리서 비춰지는 왕궁의 불빛에 의존해 새벽까지 연습했습니다”라고 말해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휴일마다 국제전화로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그의 맨발을 찍은 사진이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1985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1위, 1999년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무용수로 선정, 2007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50년 역사상 단 4명에게만 주어진 ‘캄머 탠처린(궁중 무용가)’선정...발레리나 강수진이 20여년 동안 이룬 일들이다. 
 
| 발레리나 강수진
| 발레리나 강수진
 
“Nobody is perfect but who wanna be Nobody!
 
자신을 단련시키고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었던 신념이 있을 거 같은데요.
“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누가 ‘아무도’이고 싶겠는가?’라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고, ‘아무도’로 살고 싶지 않다는 도전 정신이 생겼습니다. 동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 혼자 연습에 몰두했죠. 아주 사소한 것 하나도 운에 맡기고 싶지 않았어요. 가장 자주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평범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대단한 내일을 이룬다’는 것이에요. 발레단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생각 못했고, 그런 큰 꿈도 없었어요. 최초, 최고가 되겠다는 큰 꿈은 더더욱 없었죠. 프리마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욕심도, 오늘 하루 동안 많은 동작을 완성하겠다는 욕심도 없었어요. 그냥 하다 보니까 재미가 붙었어요. 재미 붙는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발전하는 과정을 보람 있게 느끼는 마음이, 저는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오늘’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시던데요.
“하루하루 제 발전이 저의 큰 꿈이었어요.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매일매일, 순간순간 열심히 살기가 제일 힘들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큰 목표에 서서히 다가가게 되더라고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그날 할 수 있는 내 최선을 하는 거예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연습을 충분히 하지는 못하지만 단 10분이 되더라도 연습을 하죠. 그게 그날 저의 최선인 거죠. 그러면 그 다음날 후회가 없어요. 그런데 힘들다고 연습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후회하고, 그렇게 후회를 하면 그 다음날이 더 힘들어져요. 어떤 날은 굉장히 많은 걸 할 수도 있고 어떤 날은 반, 어떤 날은 80% 밖에 못하지만, 그래도 그날의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어요. ‘얼마나 위대한 삶을 살 것인가’, ‘내 명성을 얼마나 널리 알릴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이 ‘나의 능력과 열정으로 100% 채워진 그 하루를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 자신을 혹평하는 편이기 때문인지 제가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될지는 몰랐어요. 단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면 후회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내일을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내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 하는 일에 충실히 몰두해서 하다 보면 사람들이 불러주고, 인정해 주고, 성공적인 캐릭터라고 얘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형적으로 변한 발가락 사진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그렇게 지독하게 연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예요?
“저는 어떤 선택을 앞두고 할지 말지만 생각했어요. 힘들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정신적으로 금방 무너져버리니까. 또 하나 제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안 하면 안 했지 일단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노력하는 게 맞잖아요. 그게 반복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견고한 믿음이 생기는 거죠. 저랑 일해 본 사람들은 잘 알아요. 아침에 열이 40도 이상 나지 않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예정된 하루 일과를 끝낼 거라는 점을요. 당장 내일 은퇴한다고 해도 후회는 없을 거 같아요. 저의 유일한 경쟁자는 어제의 저라고 생각해요. 어제 살았던 삶보다 더 가슴 벅차고 열정적인 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오늘의 제가 있을 뿐이에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요?
“한번 한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아요. 그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에요. 실수할 수도 있어요. 저도 엄청나게 실수하고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잘못된 선택도 제가 한 것이니까 책임도 져야 하는 거죠. 그러면서 배우는 거예요. 실수하지 않으면 배울 수가 없어요. 그걸 자책하지 않아요. 그때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 발레리나 강수진
발은 보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발이 저를 울게도, 웃게도 만들어요. 발이 진짜 아프고 제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제 발을 보고 울어요. 그런데 제가 웃고 기분이 좋을 때는 발을 보고 웃기도 해요. 그런데 발이 못 생겼다거나 아름답다는 생각은 안 하고요. 아플 때 발을 보고 있으면 울적하니까 울고, 그러다가도 ‘참 못생겼다, 그치?’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고 웃고 울고 웃고 그래요(웃음). 하나의 피카소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 거니까 좋은 거죠. 제 마음대로 울고 웃고 할 수 있으니까요.”
 
토슈즈를 하루 네 켤레나 갈아 신을 만큼 연습 벌레로 소문난 그의 절망을 이겨내는 방법 또한 ‘연습’이다. 하루에 18시간씩 연습하며 한 시즌에 200~250개의 토슈즈를 바꿔 신은 강수진의 연습 시간을 다 모으면 20만 시간이 넘을 거라고 하니 그의 하루하루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발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작품을 할 때 연습은 매우 중요해요. 가끔씩 3주 밖에 연습할 시간이 없어서 무대에 올라갈 때도 있지만 제게 중요한 것은 무대를 서기 위해 화장할 때부터가 아닌 연습할 때부터 이미 내가 아니고 그 역이 되는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이미 줄리엣이 되어 있는 것이죠(웃음). 변신을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발레를 사랑하는 거 같아요. 발레는 제게 슬픔, 기쁨, 즐거움을 다 느끼게 해요. 어렸을 때부터 내면에서 표현되는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사람이라는 게 매 공연마다 똑같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발레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야인거 같아요. 그렇게 때문에 예술이 아름다운 거 아닐까요? 저는 몇 십년을 발레를 했지만 늘 무대에 설 때마다 떨립니다.” 
 
40대의 나이로 10대의 줄리엣 역할을 맡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줄리엣이 보통 14~15세로 알려져 있어요. 예술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게 나이를 불문하고 그 역에 몰두를 하면 15세가 될 수도 있고, 70세가 될 수도 있어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40세가 넘어서 줄리엣을 연기한다는 게 처음 줄리엣을 맡았을 때보다 더 신선하게 느껴지니 신기하더라고요. 수많은 줄리엣이 있지만 강수진의 줄리엣은 저만의, 제 자신의 줄리엣이니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했을 당시 30대에는 40대에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드는 생각은 체력이 되는 한 평생 춤을 출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아요. 갈수록 발레의 깊은 맛을 느끼고 무대에서 보람과 희열을 느끼죠. 아직 닿아야 할 경지는 멀어 보이지만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이에요. 혹시 지금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뭐가 됐든 한번 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혹시 후회할까 걱정되시겠지만 오히려 안 하면 후회하게 되는 게 인생이죠.”
 
굉장히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으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들었는데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커피 머신의 전원을 켜고, 20여 분 동안 사우나를 한 뒤 아침 연습을 시작해요. 저도 사람이니까 힘들 때는 새벽에 2시간을 못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을 때도 5분, 10분이라도 하려고 노력해요. 왜냐하면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걸 알기 때문에 커피 한 잔 마시고 그냥 해버려요. 그날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2시간 동안 연습한 결과를 어떤 사람은 30분 만에 얻을 수도 있어요. 사람마다 자신의 연습시간 동안 얼마나 몰두하는가가 중요하고 그것을 꾸준히 한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시간의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연습을 하는 동안에 얼마만큼 자신의 두뇌와 모든 것을 집념해서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매일 매일 한다는 건 자기 단련이고 수련이에요.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오래 발레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어떤 분들은 제 생활방식을 두고 왜 저렇게 피곤하게 사나 하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저의 이러한 생활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수하고 있어요.”
 
국립발레단 단장으로서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나라 무용수들이 정말 발레를 잘해요. 그간의 단장님들과 단원들이 잘해 오셨고, 제가 발전에 기여해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워요. 올해는 새롭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많이 시도하려고 하고 있어요. 21세기의 발레단은 모든 스타일의 발레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용 외에 단원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직접 안무해서 창작 발레를 올린다든가, 그 외의 취미로 키워온 재능이 있다면 그런 재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요즘 세대는 정말 똑똑하고 다양한 재능이 있으니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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