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늄 항산화 효과에 대한 새로운 작용기전 밝힌 연구
셀레늄 항산화 효과에 대한 새로운 작용기전 밝힌 연구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4.04.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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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규 단국대학교 의생명과학부 교수
이남규 단국대학교 의생명과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이남규 단국대학교 의생명과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단국대학교 의생명과학부 이남규 교수는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김도훈 교수, 박성진 박사 등과 함께 항산화 물질인 셀레늄의 새로운 작용기전을 밝혀냈다. 셀레늄은 셀레노단백질의 구성 성분으로 항산화 기작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연구진이 발견한 대사는 셀레노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중간 생성물로만 알려진 셀레나이드가 직접 코엔자임Q를 환원하여 지질과산화를 막는 기작이다.

 

 

대사체의 두가지 얼굴 조명: 암 독성화를 통한 세포 사멸’ vs ‘페롭토시스억제

이남규 교수는 단국대학교 교수로 부임하기 전 독성대사체를 활용하여 암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김도훈 교수 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교수와 김 교수는 독성대사체를 활용하여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대사경로를 탐색하던 중 셀레노시스테인 합성경로에 있는 셀레나이드 처리하는 효소인 SEPHS2를 저해하여 셀레나이드 축적을 유도하여 암을 선택적으로 독성화 시켜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로 2020년에 Nature Metabolism 저널에 투고하여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셀레노시스테인 합성경로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던 중 우연히 셀레나이드가 낮은 농도에서는 오히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작용기전에 의해 세포를 보호할 수 있다는 현상을 관찰하였고 관련 실험들을 진행하여 셀레늄의 항산화 효과에 대한 새로운 작용기전을 밝혀냈다.

셀레늄은 필수영양소이자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 가운데 하나로, 셀레노시스테인(selenocysteine)을 만들어 총 24개의 셀레노단백질(selenoprotein)을 합성하는 데에 사용이 되며, 24개의 셀레노 단백질 중 일부는 항산화 단백질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셀레늄이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셀레노단백질은 항산화 기능뿐만 아니라 갑상선 기능조절, 감염 및 면역시스템 강화 등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셀레노단백질 중 GPX4라는 단백질이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방지하여 세포 사멸 기작인 페롭토시스(ferroptosis)를 저해하는 가장 핵심 인자이기 때문. 페롭토시스는 활성산소가 세포막을 과산화하며 일으키는 철 의존적인 세포 사멸 기작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새로운 대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셀레노단백질 대사와 달리, 셀레노시스테인이 합성이 되는 대사 경로상의 중간 대사물로만 여겨졌던, 셀레나이드가 산화·환원에 관여하는 조효소인 코엔자임 Q10에 전자를 제공하며 시작한다. 환원된 코엔자임 Q10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의 과산화를 막아 페롭토시스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것. 또한, 연구진은 셀레나이드의 코엔자임 Q10의 환원 대사가 SQOR(Sulfide Quinone Oxidorductase)이라는 효소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셀레늄이 셀레노시스테인-셀레노단백질을 만들어 세포를 보호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셀레늄이 셀레노시스테인 합성 경로상의 중간 대사물로만 여겨지던 셀레나이드가 항산화 물질인 코엔자임 Q10을 환원시켜 보호한다는 것을 밝혀, 셀레늄의 세포 내 작용기전을 새롭게 추가한 것인데요. 이러한 셀레나이드는 페롭토시스와 관련된 다양한 질병(뇌졸중, 간질환 등)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셀레늄의 기능에 대한 전통적인 견해를 수정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이번 연구는 셀레늄이 세포보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 이상으로 우리 몸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는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후 연구에 따라 질병 진행이나 치료 과정 중 페롭토시스가 일어나는 암, 퇴행성 뇌 질환, 뇌졸중, 간 섬유증 등 세포 사멸 관련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셀레늄은 안전한 농도에서는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세포를 죽이는 역할로 변한다. 가축이나 사람에게서 독성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셀레늄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찾아 나가려 한다. 나아가 전통적으로 중간 대사물로만 여겨지던 다양한 세포 내 대사체들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 연구에 깊이를 더하며,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는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다짐이다.

 

선배 연구자로서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이남규 교수의 곁에는 언제나 그가 연구자로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들이 있었다. 셀레늄 연구의 시작을 이끈 매사추세츠 김도훈 교수와 박성진 박사를 비롯해 UC 버클리 대학교의 제임스 오스만 교수, 코엔자임 Q10 연구에서 특히 도움을 받은 제시카 스피리 교수 등이 그의 연구와 발전에 씨앗이자 양분이 되었다. 진심과 열정이 담긴 가이드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 삶으로 경험한 그는, 이제 자신이 멘토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이끄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훌륭한 연구자/교수님들을 닮아가려고 노력하면, 어느 순간 저도 학생들이 독립된 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비춰주는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교수는 생물학을 들인 시간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학문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연구는 예측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그의 경험에 따르면 이런 실패조차 빛을 발하는 시간이 결국은 온다. 그 길을 조금 앞서 지나온 사람으로서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이들에게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연구하다 보면 흥미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심을 전한다. 이 교수가 꿈꾸는 이상적인 스승의 모습은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국·내외 다양한 연구팀과 공동 연구의 기회를 마련하여, 실험실 내에서 보유한 기술 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여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른 팀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얻을 실험결과를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효과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멘토링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교수가 받았던 기회, 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쌓았던 시간과 실패와 좌절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동기부여까지 자신이 받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돌려주기 위해 끝없이 자신의 것을 흘려보내기를 다짐하고 있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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