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9명이 1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만큼 황 권한대행에게 재신임 여부를 일임하겠다는 뜻이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한 실장과 청와대 수석 이상 고위 참모들은 이날 오전 회의를 마친 뒤 황 권한대행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전달했다. 사표 수리 여부는 총리실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사표를 낸 수석은 △허원제 정무수석 △조대환 민정수석 △강석훈 경제수석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배성례 홍보수석 △현대원 미래전략수석 △김용승 교육문화수석 △김현숙 고용복지수석 △정진철 인사수석 등이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구속 전 사퇴로 공석이 된 정책조정수석은 사실상 강 수석이 겸직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떠났음에도 법적으론 참모들의 신분에는 변함이 없다. 인사혁신처는 "대통령 궐위시 해당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수석이 당연 퇴직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태를 맞아 청와대 참모들도 그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참모들의 판단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는 황 권한대행이 결정한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로 박 전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이후 청와대는 황 권한대행 보좌조직으로 전환됐다.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참모들의 사표를 모두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경우 대선 전까지 약 두달 간 국정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통령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의 성격을 띤 이번 대선의 특성상 차기 정권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해야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조기에 일괄사직할 경우 국정 인수인계에 적잖은 차질이 우려된다. 그러나 한 실장이나 정무·민정라인 등 대통령 파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부 참모들에 대해선 선별적으로 사표가 수리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