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자생 식물로 만든 비건 화장품을 통해 글로컬 기업을 꿈꾸는 ㈜섬섬바이오
전남 자생 식물로 만든 비건 화장품을 통해 글로컬 기업을 꿈꾸는 ㈜섬섬바이오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3.10.0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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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희 ㈜섬섬바이오 대표
㈜섬섬바이오 최문희 대표 ⓒ문채영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섬섬바이오 최문희 대표 ⓒ문채영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인구 소멸, 지역 소멸이 위기를 넘어 현실이 됐다. 지역들이 여러 대안을 내놓는 가운데, 전라남도는 청년 거주지 이동의 핵심을 ‘일자리’로 보고, 청년 인구를 붙잡을 대안으로 진정한 ‘로컬리즘’ 구현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로컬리즘이란 수도권 중심의 개발과 집중을 분산하고 유령화된 지역과 과소 평가된 지역의 발전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쉽게 말해 청년들이 전남에서 배우고 자라나 일자리를 찾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조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전라남도의 노력이 본격화된 가운데 그 중심에 섬섬바이오가 있다. 섬섬바이오의 최문희 대표는 단순한 동의를 넘어 지역과 사람, 자연이 상생하는 회사 운영을 통해 이를 실현해나가고 있다. 전라남도의 자원을 활용한 제품으로 농가를 살리고, 지역의 로컬리티를 부여하며 지역의 인재를 채용한다. 전라남도에 단단히 뿌리를 내어 푸른 미래를 만드는 곳, 섬섬바이오를 찾았다.

 

섬섬바이오 시어스 화장품 [사진=섬섬바이오]

전라남도의 자생 식물을 활용한 비건, 내추럴, 유기농 화장품 개발

섬섬바이오는 피부 건강을 최우선으로 유익한 자연 유래 성분만을 화장품에 정직하게 담아내는 화장품 회사다. 모든 제품은 대나무, 금화규, 비자, 동백 등 전라남도의 천연 자원을 이용한 비건 화장품이다. 올해 9월, ‘풀른(fullen)’에 이어 새로운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시어스(SEARCE)’를 런칭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사람, 환경, 자연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회사의 이념을 충실히 따를 새로운 브랜드 시어스가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곳의 최문희 대표는 화장품학, 미용향장학, 화학공학 등을 전공하고 산림자원연구소, 한국식품연구소와 오랜 시간 연구 협업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물이 기업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지난 2020년 섬섬바이오를 창업했다. 연구가 단순한 과제로 끝나지 않고 시장에 유입되어 산업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역의 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해 실험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과 더불어 숨겨진 보물 같은 지역 원료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 또한 회사의 주요한 이념이다. 마침 최 대표가 나고 자란 전라남도에는 화장품의 원료가 될 천연자원이 산지에 가득했다.

최 대표는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원을 지키며 지역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문화와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의 국제 운동 ‘슬로시티’를 언급했다. 슬로시티 국제연맹의 실사를 거쳐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된 곳이 바로 전라남도의 4곳(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이다. 슬로시티로 대표되는 전라남도의 청정하고 고유한 자원을 발견하고 전라남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이것이 섬섬바이오가 추구하는 것이다.

섬섬바이오는 폴리페놀, 파이토케미컬 등 피부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가진 전남 산지 식물들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다. 여기에 자체 기술력을 통해 유효 성분 함량 효과를 증대시키며 경쟁력을 높였다. 회사와 연구소가 속한 지역에서 나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신선한 원료로 좋은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은 물론, 신속하고 효율적인 운영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최 대표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좋은 제품을 통해 전라도에 로컬리티를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로컬을 넘어 글로컬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대부분 ‘비자’나 ‘동백’하면 제주도를 떠올리는데요. 사실 난대성 수종은 전라남도가 시작이에요. 90% 이상이 자생하는 자생지인데도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이 부족하다 보니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거죠. 전라남도가 가진 지역 고유의 특징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로컬리티가 중요한 이유예요. 섬섬바이오의 제품으로 전라남도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이들은 수많은 천연자원 중에서도 전라남도 자생의 난대수종을 선택해 주원료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지난 10년 연구개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나무는 전남 담양군의 청정 대나무를 원료로 사용하며 대나무 생육에 필요한 영양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2~3년생에서 채취한 원료를 사용한다. 식물성 콜라겐을 다량 함유해 ‘콜라겐꽃’이라고도 불리는 금화규 성분을 사용한 샴푸와 트리트먼트, 바디워시와 바디로션도 회사를 대표하는 제품이다.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떠올리는 비자 역시 전라남도 장성에서 수급하여 제품으로 만들었다. 현재 시어스 비건 대나무 샴푸, 동백 바디 화장품 등 전남의 친환경적인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비건 라인을 구축한 데 이어 내추럴과 유기농 라인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화학성분을 배제하고, 원재료부터 화장품 패키지까지 힘이 닿는 한 친환경을 고집하겠다는 그의 진심은 깐깐한 소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섬섬바이오 최문희 대표 ⓒ문채영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섬섬바이오 최문희 대표 ⓒ문채영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전 제품 인증, 원산지 증명서 등 독보적인 안전성과 기능성을 갖춘 제품

최문희 대표는 섬섬바이오를 4가지의 신념으로 운영한다. 지역 유래, 연구기반, 식물성 원료 사용, 친환경. 회사명에도 이러한 신념이 담겨있다. 섬섬바이오의 ‘섬’은 엑셀 시트에서 원하는 값의 숫자를 더하는 함수값의 섬(SUM)이다. ‘섬섬’은 ‘더하고 더하다’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데, 섬섬바이오가 더하는 항목에 지역, 자연, 사람 그리고 가치가 자리한다.

먼저, 섬섬바이오의 화장품은 안전성 면에서 독보적이다. 안전성, 기능성 등을 인정받기 위한 임상 시험은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진행이 어렵다. 여드름 적합 화장품의 임상 비용은 1억 원이 넘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섬섬바이오는 전 제품의 인증을 거쳐, 식약처 인증기관에서 피부임상시험을 거친 제품만을 출시하고 있다. 제품의 원산지가 역내산임을 증명하는 전남 지역 농가 원산지 증명서도 첨부하는 것은 물론이다. MOQ(Minimum Order Quantity, 최소주문수량)를 낮춰 생산 순환 주기를 빠르게 유지한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최 대표의 말에 따르면 섬섬바이오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신선한 우유처럼 생각한다고. 소비자에게 섬섬바이오의 화장품을 믿고 써도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신념을 지키며 단단하게 마련한 회사의 기반을 발판삼아 더 높이 나아가야 하는 지금 시점에 회사에 필요한 건 정부와 지역의 지원이다. 활발한 연구개발을 비롯해 임상 시험, 홍보 등이 필요한 때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모든 면에서 비용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기업의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판로 개척, 투자 등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과의 긴밀한 협업 또한 중요하다. 특히, 지역에서 발견한 재료들을 좋은 제품으로 공급하는 로컬 기업인 만큼 지역과 기업 그리고 산업이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최 대표 또한 기업의 다음 스텝을 이끌 길을 적극적으로 찾으며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올해 4월에는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와 비교우위 난대수종 등 산림자원을 활용한 향장제품 개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장품 개발을 위한 원료 생산 체계 구축 및 효능 연구, 원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생산 농가와 협력 체계 구축, 향장품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등을 협력한다. 전라남도의 우수한 산림자원을 대량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약속한 것인데, 이를 통해 전라남도와 섬섬바이오 모두 임가 소득 창출을 통해 임업 실현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설립된 지 3년 남짓한 기업이지만, 섬섬바이오의 올해 매출은 작년과 비교해 2배 이상을 기록하며 큰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온·오프라인 제품 판매망을 구축한 것은 물론, 판매 채널을 확장해 글로벌시장 진출도 목표로 한다. 올해는 두바이 미용 박람회 참가 기업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바이에서 매년 개최되는 두바이 미용 박람회는 전 세계 66개국, 1430개사가 참여하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전문 박람회다. 섬섬바이오는 K-뷰티를 대표하는 참가자로서 박람회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며 더욱 넓은 수출 판로를 개척할 예정이다.

 

㈜섬섬바이오 최문희 대표 ⓒ문채영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섬섬바이오 최문희 대표 ⓒ문채영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전라남도에 새로운 기회를 여는 기업으로 자리를 지킬 것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는 118곳의 지역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라남도 역시 여수, 광양 등 몇몇 공단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위험하다. 최문희 대표는 말한다. 전라남도의 청년들은 서울로 가길 원한다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좋은 학교도, 좋은 일자리도 서울에 많으니까. 그러나 정작 수도권의 대기업은 지역의 인재들에게 손을 뻗지 않는다. 그래서 섬섬바이오가 탄생했다. 전라남도의 자원을 활용한 제품으로 지역의 로컬리티를 부여한 것부터 그 시작이다. 이는 단순히 전라남도라는 지역을 국내외에 알리는 것 이상의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 지역 경쟁력의 약화로 농민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가의 자원을 구매하는 것은 지역의 순환을 만들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안정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면 더 많은 인재를 채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섬섬바이오는 채용 관련 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최 대표가 작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올해의 성과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매출 10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거듭남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을 살리고, 알리는 일에 동참하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최근 로컬(Local)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신조어인 ‘로코노미’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적 특색을 담은 제품을 말하는데, 맥도날드가 로코노미를 활용해 농촌을 살리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1년부터 ‘한국의 맛’ 로컬 소싱 프로젝트를 출범하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버거를 선보였다.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이러한 문화는 지역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외식업계에 집중된 지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문화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대표는 명품보다는 지역 특색 제품을 향한 관심이 생기길, 백화점 오픈런보다 여러 지역을 찾고 그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특색 있고 품질 좋은 제품들을 가치 있는 소비, 멋진 소비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어요. 여기 사람으로 나고 자란 저는 이곳을 지키기로 했어요. 누군가는 전라남도를 지켜야 하잖아요. 최선을 다해 성공한 사례가 될 거고, 좋은 기업을 만들어 더 많은 농가, 인재들과 함께하며 희망을 줄 거예요. 또한, 로컬 크리에이터에서 한 단계 나아가 로컬 파워가 글로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은 중국의 철학자 장자를 찾아온 한 선비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선비가 크고 울퉁불퉁하여 목수들이 쳐다도 보지 않는 나무에 장자의 이론적인 가르침을 빗대 쓸모없음을 비판하자 장자는 대답한다. 햇빛이 쨍쨍한 날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치는 날엔 훌륭한 울타리가 되며, 큰 나무가 산을 보다 푸르게 해주지 않냐고. 그러니 사람들에게는 물론 동물들에게도 얼마나 고마운 존재냐고. 섬섬바이오는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경쟁력을 잃은 농가에, 비어버린 지역에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업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 섬섬바이오가 전라남도에 고유의 색과 생기를 입히는 존재로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잎을 키워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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