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열쇠 될 ‘종이팩’, 5,500개의 실험 데이터와 협업으로 종이팩의 활용 범위 넓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열쇠 될 ‘종이팩’, 5,500개의 실험 데이터와 협업으로 종이팩의 활용 범위 넓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7.03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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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리필리 대표
김재원 ㈜리필리 대표 ⓒ유지연 기자
김재원 ㈜리필리 대표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리필리는 종이팩에는 왜 우유만 담겨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김재원 대표의 질문처럼 종이팩은 재활용이 용이한데다 원자재 가격이 저렴하고, 유해균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음료라는 한 가지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리필리는 우유를 넘어 다양한 생활용품을 종이팩에 담아내며 플라스틱을 위한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의 대안이 될 종이팩, 협업 통해 빠르게 확산해간다

종이팩은 플라스틱 용기 대비 다양한 이점이 있다. 동일 용량 대비 탄소 배출량이 3분의 1 수준인 데다 제작비용 또한 플라스틱 용기 보다 원자재 가격이 저렴하여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미 재활용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데다 화장지, 벽지 등 고급 펄프로 재활용이 가능하기에 자원순환의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종이팩을 우유가 아닌 다른 제품군에도 활용하고자 답을 좇던 김재원 대표는 뜻밖의 사실을 마주했다. 국내에 종이팩을 만드는 회사가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필요한 회사만 수입해 사용하니 자연히 다른 제품군에서는 만나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종이팩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김 대표는 종이팩을 직접 제작할 것을 결심했다. 제품 개발 전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소비자들의 종이팩 선호도는 그가 찾은 종이팩이라는 아이템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해주었다. 종이팩 제작 원리를 좇아 집요하게 문을 두드리던 김 대표에게 한 엔지니어 회사가 종이팩 기계 설계 도면을 건넸다. 김 대표는 간단한 설계도면을 들고 국내 엔지니어 회사를 찾아 기계 개발에 돌입했다. 쉽게 터지고 새는 기존 종이팩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무게를 실었다. 초음파 접합 기술을 활용해 종이팩을 접어 실링(이음새를 봉함)하고, 원료를 충진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는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김 대표는 작은 온도 변화나 내부에 담는 물질에 따라 내구성이 달라지는 종이팩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자 노력했다며, 5,500여 개의 실험 데이터를 쌓은 결과 이제는 다양한 성분을 종이팩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202011월 창업한 후 이듬해인 20218리필리의 첫 제품이 출시되었다. 성분 안정성 분석을 통과한 천연 세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천연 성분이기에 예민한 종이팩 용기에 담아내기도 알맞았고,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 친환경 성분의 세제를 담았기에 소비자의 호응도 좋았다. 넉 달 만에 1,300개가 판매되었다. 김 대표는 기술 개발과 동시에 시장성을 검증하며 기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자 했다고 돌아봤다. 이러한 선택의 이면에는 최대한 빠르게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팩으로 대체한다는 리필리만의 미션이 있었다. 자체 브랜드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익숙한 제품들로 자연스럽게 허들을 낮추며 플라스틱 용기에서 종이팩 소재로의 소비자 인식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죠.”

리필리의 전략은 적중했다. 별도의 홍보 없이도 여러 기업에서 협업을 제안해온 것이다. 종이팩을 수입해 사용하던 대기업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하반기부터는 화장품과 손소독제, 알약 등 의약외품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공장의 규모도 커졌다. 다양한 용량과 모양의 종이팩을 동시에 대량 생산 가능한 리필리의 공장에서는 60종의 종이팩을 생산한다. 공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35년간 대기업 계열사 공장장으로 지내던 시니어 엔지니어가 공장장으로 합류했다. 현재는 종이팩 수거율을 높이고자 대기업과 함께 종이팩 수거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환경부와 지자체, 대기업 등과 손잡고 수거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간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재원 ㈜리필리 대표 ⓒ유지연 기자
김재원 ㈜리필리 대표 ⓒ유지연 기자

나와 내 가족, 지구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선보이는 리필리

김재원 대표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에서 경제공학을 전공하고, 탄소배출권 전략컨설팅 기업에서 근무했다. 자연스레 환경과 에너지 분야의 흐름을 읽었다. 물류 유통회사를 운영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창업을 꿈꿔온 그는 새로운 기회를 직감했다. 평소 문제라 여기던 플라스틱 소비재 분야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의 대체재인 종이팩을 제조·판매하는 리필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김 대표는 앞선 두 번의 창업 경험 위에 자신만의 가치와 비전을 새로이 쌓아가고 있다. 그는 구성원들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산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내가 왜 사는가부터 어떤 일에서 가치를 느끼고 일하는지 등 여러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의 답을 찾아갔죠. 저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에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더라고요. 플라스틱을 대체할 종이팩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리필리의 제품을 이용한 소비자들은 종종 고맙다라는 말을 해온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죄책감이나 불편함을 덜 수 있어서다. 김 대표는 가족과 지구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따로 모아만 두면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팩인 만큼 번거롭더라도 헹군 뒤 납작하게 펼쳐 모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였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위한 좋은 제품은 나아가 지구와 환경을 지키고 있다. 자원순환 경제 활성화를 앞당기는 리필리가 플라스틱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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