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공 로봇 갑상샘암 수술(SPRA)’로 세계 최초의 최소침습 로봇수술 성공시켜
‘단일공 로봇 갑상샘암 수술(SPRA)’로 세계 최초의 최소침습 로봇수술 성공시켜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2.0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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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공상과학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던 로봇수술 시스템은 이제 4세대에 이르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러한 기술의 진화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반기는 전 세계 의료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료현장에서 찾은 아이디어는 로봇수술 시스템 개선의 단초가 되어왔다. 최근 세계 최초의 단일공 로봇 갑상샘암 수술에 성공한 이진욱 교수는 새로운 기술과 수술법을 활용해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라 분명히 말한다. 주저함 없이 새로움을 익히고, 임상에 적용하며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세계 최초의 단일공 로봇 갑상샘암 수술 성공, 비로소 이룬 최소침습의 꿈

지난해 말 인하대학교병원 이진욱 교수는 세계 최초의 단일 공 로봇 갑상샘암 수술(SPRA)’ 성공 소식을 알렸다. SPRA 수술은 단일공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환자의 한쪽 유륜만을 절개해 갑상샘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갑상샘암 로봇 수술법 중 가장 보편화된 수술법 중 하나인 ‘BABA 수술에 비해 피부 아래 박리 범위가 50% 이상 줄어든 최소침습적 수술법이기에 환자의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BABA 수술은 로봇 팔 4개가 양측 겨드랑이와 양측 유방으로 들어가 수술하는 방법으로 양측 겨드랑이부터 양측 유방, 목 부위까지 광범위한 피부 박리가 필수적이었다. 이 교수는 SPRA 수술은 기존의 BABA 수술에 비해 수술시간이 짧고, 수술 후 환자의 통증과 절제 부위 빈 공간에 물이 차는 장액종 등 합병증 발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로봇수술 방법 대비 양측 갑상샘에 수술 도구가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2004년경 로봇수술이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이후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로봇 장비는 4세대까지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임상 경험이 축적되며 국민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수술법으로 자리 잡았다. 로봇수술기의 뚜렷한 장점은 로봇수술의 성공적 안착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다. 15배 이상 확대가 가능한 full HD 화질을 제공하는 로봇수술기는 선명한 시야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수술을 가능케 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갑상선 수술이 후두신경 보존과 부갑상선 저하증 발생 비율 측면에서 기존 절개 수술보다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맨눈으로 봤을 때 머리끈 정도 굵기인 신경이 15배 이상 잘 보이기에 신경 보존에 용이하고, 낫또 크기의 부갑상선 역시 훨씬 크게 잘 보이기에 부갑상선으로 가는 미세 혈관까지 보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수술기는 사람의 눈보다 훨씬 정확한 데다 수술 기구 자체가 훨씬 정교하기에 피도 한 방울 나지 않고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 수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 업은 성대 신경을 살리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자칫 잘못하면 목소리를 잃을 수 있으니까요. 로봇수술을 계속하다 보니 환자의 경과나 안전성 등에서 탁월한 우위를 지닌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내시경 로봇수술 술기 교육 센터설립해 더 좋은 의료기술 세계와 공유할 것

이진욱 교수가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인하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지난해 1220일 인천지역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기인 다빈치SP’를 도입했다. 2.8cm 직경의 원통에 카메라와 수술 기구 3개가 한 번에 장착되어 있기에 기존 로봇수술이 3~4개 이상의 절개 부위를 내던 것과는 달리 단 하나의 구멍, 최소한의 절개로 몸 깊숙한 장기까지 접근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킨 것은 물론 미용적 측면을 고려한 데다 일상으로의 복귀 시점도 앞당겼기에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인하대병원에서는 갑상샘암과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전립선암, 두경부암, 담낭, 탈장, 부신 종양, 종격동 질환, 부인과 질환 등에 대한 단일공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인하대병원은 로봇수술기를 이용하는 데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다며, 선착순으로 장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기에 병원의 로봇수술 역량이 단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 또한 연 200회 이상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전립샘암 또는 갑상샘암 등 일부 암 수술에서는 이제 로봇수술이 필수적인 수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존 절개나 내시경보다 훨씬 예후가 좋고 흉터도 적은 까닭이죠. 다만 로봇수술을 자신 있게 시행할 수 있는 의사가 한정적이라는 점, 높은 비용 등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인하대병원은 해외에서 갑상선암 술기 교육을 실시하며 발전된 로봇수술 방법을 세계와 공유하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조지아 Aversi Clinic에서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내분비외과 술기 교육이 이루어졌다. 이 교수는 갑상선암 구강 경유 내시경 수술 1건과 부갑상선암 구강 내시경 수술 1, 복강경 부신 수술 2건 등 내분비외과 술기 교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더 좋은 수술방법을 전 세계로 전파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인도와 필리핀 등을 직접 방문해 환자 수술을 진행하며 술기를 가르쳐온 그다. 이 교수는 인하대병원의 입지적 장점을 살려 향후 병원 내 국제 내시경 로봇수술 술기 교육 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빅데이터처럼 펼쳐야 합니다. 제가 아무리 훌륭한 의료기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저 혼자서 모든 환자들을 진료할 수는 없잖아요. 더 좋은 방법을 알리고 가르치며 의료기술을 발전시켜야죠. 세계인들이 더 좋은 의료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세계의 의료인들과 교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의료기술 받아들이며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하는 의사의 역할

의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한 질문에 이진욱 교수는 2008년을 떠올렸다. 그가 전공의 1년 차로 있었던 서울대 병원에서 최초로 로봇 BABA 수술을 시행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환자 한 명을 수술하는데 온 하루가 소요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 교수는 자신 또한 앞으로 로봇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복강경 수술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환갑이 가까운 스승 교수가 로봇을 활용한 수술에 처음 도전해 끝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 펠로우 선배들 말씀이, 복강경 수술이 막 국내에도 입되던 때에 군대에 다녀왔더니 이제는 전부 복강경 수술만 하고 있다고 하였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은 모두가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하죠. 이제는 충수절제술이나 담낭 수술에서는 절개 수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요. 로봇수술도 마찬가지라 생각했습니다. 로봇수술기가 국내에 들어오던 때만 해도 모두가 회의적 시선을 보냈으나 점차 로봇수술기가 보편화되며 이제는 로봇수술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죠.”

이 교수는 최근의 의학 트렌드는 의학계가 아닌 기술이 주도하고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며 의료현장에 적용하는 것으로 의사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이 교수가 세계 최초로 SPRA 수술을 시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4개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는 BABA 수술은 이점과 더불어 한계점 또한 명확했다. 이러한 한계는 기술의 한계로 극복되지 못했다. 이 교수는 언젠가는 단일공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 최첨단 로봇 장비인 다빈치SP가 개발되어 새로운 수술법을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보다 발전한 로봇수술법을 찾은 또 다른 이유는 환자에 대한 배려였다. 갑상선암은 수술 부위에 흉을 남긴다. 상대적으로 미용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 환자들이 많기에 이들이 흉터 부위를 바라보며 느끼는 스트레스 또한 크다. 이 교수는 흉터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며, 흉터 없이 할 수 있는 좋은 수술방법이나 연구결과가 있다면 이를 공부해서 따라가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 강조했다. 실제로 그를 찾았던 환자 중에는 관악기 연주자나 유명 여배우,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등이 있었다. 이 교수는 외과 의사가 수술을 잘하는 것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며, 수술 외에도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진욱 인하대학교병원 내분비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의술 위에 세운 인성’, 환자에게 따뜻한 치유 전하는 의사로 바로 서기 위한 노력 이어가

의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은 인성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 할지라도 인성이 나쁘다면 그 의사의 의료 행위는 환자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 의사와 간호사 등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거든요. 제자들에게도 항상 먼저 인간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고, 스스로도 언제나 인성이 바른 의사가 되고자 무던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진욱 교수는 바른 인성과 여유를 갖고 환자를 바라본다면 환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거나 환자에게 도움이 될 더 나은 연구를 수행하는 등 보다 좋은의사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수술법이나 최신 기법 등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전하는 그다. 이는 이 교수가 언제나 인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항상 제자들에게 인성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갑상선암의 수술적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 갑상선암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 유전자 발현 및 후성유전체 발현과 같은 기초연구 등을 수행해온 이 교수는 코로나19와 갑상선 질환 및 갑상선암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시대에 갑상선암 수술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암이 더 심하게 진행된 환자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한 까닭이다. 최근 국가 암 통계 또 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검진 수가 줄어 암 진단 건수 또한 줄었으며, 이는 조기 발견이 늦어져 암 병기가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끝으로 이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부터라도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의사들의 진료·수술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나 정작 우리나라의 필수의료를 견인해가는 필수 임상과 의사들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소위 돈 안 되고 몸 힘든과라 여겨지는 외과 계열과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산업의 미래는 이러한 필수 임상과 의사 없이는 담보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정부와 의사 단체가 머리를 맞대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양성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차선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들이 수술을 위해 해외로 향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였다. 실제로 전공 의가 없어 소아의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 한 대학병원의 사례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외국인 의사의 국내 채용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필수 의료인력이 향후 외국인 의사로 많이 대체될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을 개방하고 외국인 의사들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인하대병원에는 터키 의사가 외과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인하대병원에서 연수 중인 터키 의사가 학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만약 국내 병원 취업에 성공한다면 외국인 의사가 국내 병원에서 일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 전했다.

갑상샘 종양 제거를 위한 구강 경유 내시경 및 로봇수술 분야에서 국내외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이 교수는 여전히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임상에 적용하고, 자신의 경험과 성취를 다시 세계와 공유하며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스로를 경계하며 의사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는 이 교수가 대한민국 보건의료산업의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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