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변화하는 세상,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유(思惟)
[MonthlyNow] 변화하는 세상,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유(思惟)
  • 신연진 기자
  • 승인 2021.04.0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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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배슬론(Cybathlon)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Cybathlon은 세계의 장애인 선수들이 보조 로봇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역량을 겨루는 대회를 지칭한다. Cybathlon은 인조인간을 의미하는 사이보그 (Cyborg :생물 본래의 기관과 같은 기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기계 장치를 생물에 이식한 결합체)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201610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최초의 생체공학 올림픽 제1회 사이배슬론에서 김병욱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데 올 20201113, 14일에 대전 KAIST에서 열린 사이배슬론 2020’에서 1회 때 동메달을 땄던 김병욱 씨가 착용형(웨어러블) 로봇 부문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는 개가를 올렸다. 김병욱 씨와 함께 엔젤로보틱스 소속인 이주현 씨도 동메달을 수상했다.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을 입고 꿈을 현실로

외골격(外骨格) 로봇은 착용자가 움직이는 대로 동작에 맞춰 힘을 전달하는 웨어러블 로봇이다. 소프트 외골격 로봇은 근육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로봇들은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로 하여금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센서가 착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면 장착된 컴퓨터 시스템은 적정 순간에 각각의 연결 파트가 적절히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하버드 대학교 생체 모방 공학 연구소 코너 월시(Conor Walsh) 팀은 손가락 힘을 잃은 환자를 위해 로봇 장갑도 개발한 적이 있다. 착용자가 쥐는 동작을 할 때 외부로 감지되는 신경 신호를 센서로 포착하여 환자의 손가락 힘이 부족할지라도 장갑이 작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 로봇의 경우에도 착용자의 신체에 적절하게 작동하며 힘의 범위를 넓혀 간다. 착용자가 짐을 들거나 긴 시간 보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돕는다.

올해 사이배슬론 2020에 참가한 김 병욱 씨는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사이배슬론 2020 경기에서 KAIST 엔젤로보틱스 ( 대표 : KAIST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 팀은 외골격 로봇 (워크 온 슈트4)을 착용하고 기량을 겨루는 엑소(EXO)’ 종목에 도전했다. 종목의 세부 내용은 험지 걷기, 장애물 지그재그 통과하기, 계단 오르내리기, 경사로 및 문 통과하기, 소파에서 일어나 컵 쌓기 등 6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8개국에서 12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 내, 임무 완수의 정확성에 따라 점수를 얻게 된다. 선수 각기 3번 도전하여 최고 기록을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6년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김 병욱 선수가 동메달을 딴 것은 웨어러블 기기를 세상에 알리는 서막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제2 회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것은, 엔젤로보틱스의 참여 연구진과 선수들 모두 의지를 하나로 모아 인고의 시간이 이루어 낸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로봇 공학 기술이 탄생시킨 웨어러블 로봇기기의 눈부신 발전은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신체적 움직임에 핸디캡을 갖는 이들의 재활에 큰 도움을 줌과 동시에 그들의 삶에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뜻깊은 선물이 되고 있다. 장차 외골격 로봇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미비점의 개선과 보편적 인프라의 구성이 마련되면 가까운 미래에 불가능을 가능한 현실로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로봇에 투영된 의미

로봇(Robot)이라는 단어는 오래전부터 흔하게 들어왔던 단어이다. 로봇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나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로봇의 어원은 고된 일, 강제노동 등을 뜻하는 체코어로 로보타(robota)’이다.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 1890~1938)1920년에 쓴 희곡 <로섬의 인조인간 (Rossum’s Universal Robots, R.U.R.)> 에서 처음, 단어 로봇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robota에서 a를 뺀 robot, 즉 인조인간(人造人間)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카렐 차페크 희곡 속의 로봇은 안드로이드(인간 모습을 한 로봇)였다. 사람과 유사한 안드로이드들은 인간이 하는 일, 즉 비서, 정원사, 시종, 노동자 등 업무를 수행하며 인간을 위해 일을 한다. 종국에는 이 로봇들이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인간을 멸망시키며 로봇들도 자멸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1925년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는데 계급문학가 박영희가 인조노동자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개벽에 게재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육체적으로 고되고 반복되는 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인간 노동자를 대신하여 인간이 할 일을 떠맡을 존재, 과거의 이야기 속에 그려낸 로봇이 꿈에만 머무른 것이었다면 이제 로봇은 꿈이 아닌 현실, 그 자체가 되었다.

 

로봇의 다양성: 인간과 함께 또는 인간을 대신하여

1954년 미국의 조지 데볼(George Devol)에 의해서 처음으로 로봇 공학 관련 특허가 출원되었다. 데볼과 그의 동료 엔젤버거는 1950년대 중반, 첫 번째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생산했다. 유니메이트는 몇 미터 간격의 작업 공정에서 간격이 있는 작업대 사이의 이동 기능을 담당했다.

산업용 로봇은 직장 동료라고도 할 수 있지만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동료다. 19791, 미국 미시건 주 플랫 록(Flat Rock)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계식 팔을 가진 1톤짜리 로봇이 선반에 있는 부품을 찾지 못하여 작동하다 멈추었다.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로버트 윌리엄스는 직접 부품을 가져오기 위해 선반으로 올라갔고 때마침 다시 작동한 로봇 팔에 머리를 부딪친 윌리엄스는 즉사하고 말았다. 그는 로봇으로 인해 사망한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되었고 그 사건 이후 산업용 로봇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었다. 현대 산업에서 사용되는 협동 로봇은 사람과 함께 안전하게 작업하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인식이 뚜렷이 반영되고 있다. 사람의 두뇌와 로봇의 힘이 결합되어 효율적인 팀워크가 구현되는 형태이다.

애그로봇 (AGROBOT) 농업에 이용하기 위해 만든 로봇이다. 농촌에서 과일을 수확할 때 단순 반복적 작업이 연속된다. 농촌 현장에서 저임금, 단순노동 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을 찾는 문제는 쉽지 않다. 애그로봇은 스페인의 딸기 생산지 우엘바(Huelva)에 있는 회사에서 2015년에 만든 세계 최초 완전 자동 딸기 수확기이다. 각각의 로봇 팔에 과일 검사용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고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초음파 센서, 위치 추적 센서 등이 달려 있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로봇이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게 하는 움직임을 동기화한다. 애그로봇은 고되고 힘든 농촌 노동을 크게 덜어 줄 수 있다. 노동 임금이 갈수록 상승하는 현 시대에 애그로봇의 발전은 보다 큰 경제적 효용성을 가져다 줄 것이다.

20113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진도 9.0의 지진 발생으로 대형 쓰나미에 의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거대한 해일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친 재앙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원전 내부는 방사능 물질로 가득 차서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다. 당시 도쿄 전력은 로봇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중장비용 로봇과 정찰용 드론이 투입되었고 여러 국가에서 군사용, 재난용 로봇을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일본도 자국이 개발 중인 로봇을 투입했으나 실제 현장에서 로봇의 역할이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여기서 유의미한 지점은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춘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여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데에 있다. 이후 미국 방위고등 연구 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 : DRC)가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재난대응 로봇에는 KAIST의 오준호 교수팀이 개발한 휴보가 있다. 인간형 로봇 휴보는 2015DRC에서 우승을 거둠으로써 우리나라 로봇 기술력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의료영역에서도 현재 병원에서 수술 시 의료용 로봇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기가 1999년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사에 의해 처음 출시되었다. 기기에 다빈치 (DA VINCI)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최초로 로봇을 생각해 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기는 최소 절개를 통해 복잡한 수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교히 설계되었다. 그 외에도 로봇이 의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신체 부위의 까다로운 수술을 행할 때 의사를 대신하여 수행한다.

이제 일상에서 드론(drone: 자율 항법 장치에 의하여 자동 조종되거나 무선 전파를 이용하여 원격 조종되는 무인 비행 물체)의 사용은 어색하지 않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 가정용 로봇이라든지, 노인이나 어린이를 돌보는 로봇도 상용화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과거 산업화 시대 이전, 사람이 직접 해야만 했던 힘들고 고되지만 표나지 않는 가사 노동들을 일찌감치 기계가 다 떠맡은 지금, 시대 우리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스마트 시대를 누리며 살고 있다.

 

우리 앞의 미래, 로봇과 함께하는 생활과 인간

걸을 수 없는 자가 걷는다는 것은 과거, 기적과 같은 신의 영역이었다. 물리적 한계를 한정짓는 육체. 그 명백했던 경계를 벗어나 기적을 여는 과학. 이제 과학의 도전, 로봇공학이 인간을 돕는다.

주변에서 여든 정도 연세가 되는 많은 노인들이 보행의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된다. 고령의 나이가 되면 젊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노쇠해 가는 육체의 어려움이 다가온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행의 어려움을 겪는 고령의 노인들에게 웨어러블 로봇 공학의 발전은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불가능은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인간 삶을 더 나은 경지로 이끌어 갈 것이다.

아주 어릴 적,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てづかおさむ: 192811~19892) 의 애니메이션 우주 소년 아톰 <철완(鐵腕)아톰 : 1963년 만화 영화로 제작되어 후일 한국에 수입 방영됨>’을 본 적이 있다. 반짝이는 큰 눈망울에 힘센 팔을 지닌 로봇 소년 아톰. 아톰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 그 발밑에서 선명한 예쁜 불꽃이 인다. 로봇이 인간을 도와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 귀여운 아톰의 모습은 어린 아이의 마음에 순수함의 이미지 그 자체로 각인되어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인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논의는 아직도 분분하다. 다만 인류가 기술 진보를 향해 나아갈 때 인간을 최대한 모방하여 기계를 만든다 해도 초월할 수 없는 경계는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마음의 영역까지 창조될 수 있을지. 인간과 기계의 명백한 한계. 그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다양한 휴먼 마인드(human mind), 바로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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