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다양성 존중하며 미래전에 대비할 때” 목소리 높이는 국제인도법 전문가
“개개인의 다양성 존중하며 미래전에 대비할 때” 목소리 높이는 국제인도법 전문가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1.04.06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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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유 박지현 교수

사회가 고도화되고 국제사회가 더욱 가까워지는 동안 이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와이즈유 박지현 교수는 인도원칙에 기초하여 무력분쟁의 전략적·전술적 조건을 규제하고 개인의 보호와 존엄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제인도법을 연구하며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제자들이 고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박 교수를 만났다.

와이즈유 박지현 교수 Ⓒ김윤혜 기자
와이즈유 박지현 교수 Ⓒ김윤혜 기자

한국인 최초 ICRC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박지현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국제학술지인 국제적십자리뷰 편집위원에 위촉됐다. 1863년 설립된 국제적십자위원회는 국제적·비국제적 무력충돌, 내란 혹은 긴장상황 발생 시 자발적으로 또는 제네바협약을 근간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가장 오래된 국제 인도주의 기구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노벨평화상 수상 4회로 최다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박 교수가 편집위원으로 위촉된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국제적십자리뷰는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학계 전문가, 신문기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독자로 보유한 국제 인도활동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로 손꼽힌다. 편집위원 위촉에 대해 박 교수는 "ICRC가 한국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에 고맙고 놀랍다,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밝은 미래를 위해 일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세계의 국가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아시아인, 그리고 한국인의 관점으로 국제인도법을 해석하며 이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의 국제인도법 연구 관련자들이 국제사회와 호흡하도록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지도교수와 가족에 대한 감사도 함께였다.

다자간 환경조약과 무역조약의 충돌에 관한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한 박 교수는 그간 환경 분야와 무역 분야에 중심을 둔 연구를 수행해왔다. 2008년부터는 국제인도법 분야에의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 민간군사기업의 법적지위와 책임에 대한 주제를 소개하며 법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노력해온 그다. 특히 니수르 광장의 학살을 주제로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을 학살해 문제시 된 사건으로, 이후 이와 관련한 행동지침을 담은 몽트로 지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최은범 교수와 함께 다루며 국내에 소개했다. 해당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종신형과 장기형을 받은 블랙워터 용병 4명을 사면하며 다시금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교수는 민간군사기업은 국제기구에서도 경호를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국가마다 규제체계가 다른데다, 통상적으로 국경을 넘으며 활동하기에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이해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부터는 국방부 과제로 적십자표장이용에 관한 입법방안을 연구했다. 해당 연구는 연내 대한적십자사에서 대한적십자사조직법 개정을 통해 표장이용에 관한 법류를 정비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환경법 분야에서는 2006년부터 EU에서 제정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분류, 제한에 관한 REACH법을 다뤘다. 한국 기업에게는 사활이 걸린 환경규제였기에 해당 법체계에 대해 한국의 학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소개하는 한편 동향을 추적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관련법이 제정 및 개정되는데서 나아가 지난해에는 생활화학제품법이 제정되었다. 박 교수는 현재 생활화학제품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하며 15년 동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기후변화나 원전폐로, 원전온배수, 폐기물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국제경제법 분야에서는 WTO 농업협정문해설서를 이화여자대학교 최원목 교수와 함께 작성했다. 박 교수는 지적재산권 분야는 WTO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당시 기업관련 업무로 자산평가도 진행했기에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실무뿐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박사학위 우수논문상 수상 및 연세대학교 미래 여성지도자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인도네시아와의 학문적 교류 통한 공감대 만들어가

국제인도법 전문가로 활동해온 박지현 교수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교류를 지속해왔다. 대한국제법학회 감사, 국제경제법학회 이사, 부산시 분과위원, 양산시 분과위원, 인도네시아 다수 법학저널 편집위원, 문광부 산하 인도네시아 반둥세종학당 학당장, 학교에서는 세계화추진센터장과 한국어센터 센터장 등을 역임하며 바쁜 나날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2010년부터는 인도네시아 대학들과의 교류를 토대로 한 학술발표에 무게를 싣고 있으며, 매년 2회 정도 교류대학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다. 박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국제학술대회 참여가 늘어나 연 3회 이상 참석하고 있다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조치가 전 세계적으로 부각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질문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나아가 비대면 방식이긴 하지만 활발한 학술교류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되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영산대의 자매대학인 UII대학은 5년 이상 복수학위 교류를 이어왔으며, 학문적 공감대를 크게 형성해왔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 한국의 법제정과 사회동향을 주제로 한 논의에 큰 관심을 보였죠. 최근에는 학생들이 한국의 자가격리 시스템을 직접 교류하는 등 한국의 코로나19 대처가 인도네시아에 전파되고 있습니다.”

오는 5월에는 인도네시아 UII대학 복수학위 학생들과 공저로 인도네시아 판례 30(Indonesian Case 30)’을 영문본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국내에 인도네시아 판례가 책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박 교수는 저술 당시 받은 리뷰를 통해 한 국가의 사회적 관점을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법적인 관점에서 이미 다루어진 판례라 할지라도 인도네시아인적인 관점에서 판단해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제사회가 서구사회 중심에서 벗어나 아시아인의 관점을 반영한다면 보다 현명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박 교수는 현재 출입국관리를 위한 데이터 법·정책 연구를 인도네시아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인권법적인 측면과 안보 측면에서의 데이터 사용을 다루며 법과 정책운영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연구가 마무리되기까지 10년에서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국제인도법 분야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주제를 푸는 것이 저의 바람이지요. 최근에는 이산가족과 실종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20만 명의 재미한인 이산가족의 상봉을 추진하는 법안이 상정되었다. 국내 이산가족 또한 생존자 48천명, 사망자 84천명대로 변화가 있었다. 박 교수는 ICRC의 중립적 역할을 부각하며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이산가족과 실종자에 대한 합의점을 북한으로부터 이끌어내기 위한 최대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전했다.

와이즈유 박지현 교수
와이즈유 박지현 교수 Ⓒ김윤혜 기자

연구와 삶의 기준이 된 학생

박지현 교수는 학생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단순한 고민이라도 함께 방향을 찾았을 때 제자들의 미래가 달라짐을 목도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가 20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채식주의자 생활 또한 학생에게서 비롯되었다. 박 교수는 토론수업 중 개고기합법화에 대해 논의하던 당시 한 학생이 소고기와 개고기의 차이를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를 법적으로 구분 지을 논리적 답변을 떠올리기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식용개고기를 반대하는 것을 넘어 채식주의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의 변호사 생활을 뒤로 하고 학교를 선택하고, 학생들과 호흡하며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원동력은 학생들이 지닌 순수함과 근본을 바라보게 하는 궁금증에 있었다.

2014년부터 외국인 제자가 늘어나자 박 교수는 학생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지도록 돕고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 전공 학사를 취득하기도 했다. 현재는 외국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살피는 한편 인도네시아 반둥의 세종학당 학당장으로서 한글의 우수성 알리기에 나섰다. 그는 태생적 차별에 더한 능력주의가 각국에서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나 마이클 샌들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이 제시하는 사회현상을 비춰볼 때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수정가능성과 교육을 통한 사회적 계층이동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사회가 차별을 멈추고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집중하도록 도와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개개인 간의 고유한 특성을 갖춘 만큼 모두가 포함되어 협업하는 통섭주의가 미래의 줄기가 될 때 비로소 세계에 산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가 ICRC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된 것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자 하는 ICRC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새로운 편집위원들은 성별이나 직업 측면에서도 다양성을 갖추며 미래전에 대비했죠. 자라나는 아이들이 고유의 색깔을 융합할 수 있는 용기 있고 멋진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나간 세대가 배려하고, 사회적 가치기준을 정할 때에는 공공의 선을 중심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다양성 존중하며 미래 만들어가야 할 때

학생들의 고민을 마주하며 박지현 교수는 안돼라는 말을 절대 꺼내지 않는다.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고 희망을 주고자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고민을 안고 그의 교수실을 찾은 학생들은 대부분 밝은 표정으로 돌아간다. 박 교수는 제자들의 문제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고, 최선의 해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교수로서의 역할이라 말했다. 미래를 고민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박 교수에게 대학은 그가 추구하는 인도주의를 교육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고마운 공간이었다. 그는 국제인도법이 비주류에 선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향후 국제사건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많은 법조인들이 국제법에 관심을 가지길 당부했다. 끝으로 그는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인도, 베트남, 중국, 우즈벡에 돌아가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로 환원하는 자리에 설 학생들의 미래에 응원을 전했다.

공공의 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우리나라는 인도주의를 실천하기에 적합한 나라입니다. 아이에게도 공부는 타인을 돕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지만, 이타적으로 쓰이지 않으면 독이 된다고 강조해왔죠.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이 자신의 배움을 타인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며 자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롯이 소신에 따라 이로운 교육을 행하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그가 앞으로 행할 성과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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