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하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수월하리’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1.04.05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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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환 ㈜유비이엔지·세현테크 대표
장세환 (주)유비이엔지, 세현테크 대표  ⓒ문채영 기자
장세환 (주)유비이엔지, 세현테크 대표 ⓒ문채영 기자

 

반도체 배관 및 부품 제조를 하는 ㈜유비이엔지는 최근 마스크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마스크 제품명을 고민하던 장세환 대표와 직원들은 논의 끝에 ‘수월하리’로 제품의 이름을 정했다. 회사의 소재지인 평택시 수월암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마스크를 써도 숨쉬기가 수월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민들에게 친근한 제품으로 도움이 되는 회사로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최근에는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마스크를 기탁하며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 하는 회사, 작지만 단단한 회사, 나누는 회사로 지역을 대표하고자 한다는 ㈜유비이엔지 장세환 대표를 만나보았다.

 

국산 장비를 활용한 좋은 품질의 국산 마스크 제조

 

평택시 서탄면에 위치한 ㈜유비이엔지는 설립한 지 10년이 된 회사이다. 반도체 배관 및 부품 제조업을 이어오던 ㈜유비이엔지는 작은 유통회사 세현테크를 세우며 착실히 사업을 확장해왔다. 장세환 대표는 배관, 장비 분야 직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른 후반, 다소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반에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매출은 2~3,000만 원으로 작았고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배관 분야에서 ‘미들포라인’ 아이템을 개발하며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현재는 5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회사는 국내는 물론 중국 서안 지역에도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작년 6월 마스크 장비를 제조할 기회를 얻었고, 장비의 국산화를 목표로 마스크 제조에 뛰어들게 되었다.

“장기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저를 포함해 직원들이 엔지니어이고 도면도 있으니 프로그램만 입히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작년 7월에 장비를 활용해 마스크를 생산하고 식약처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제 막 생산을 시작한 단계예요. 사업부를 넓히면서 크게 배관 및 마스크 생산을 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회사는 우선 품질이 좋지 않은 기존의 중국산 마스크 소재를 국산화하며 품질 수준을 높였다. 불공정한 방법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제품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좋은 품질의 국산 마스크를 제작하기 위해 필터 및 소재를 국산화하는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삼성반도체 기준의 수준 높은 공조 시스템 클린룸을 적용하여 제조실 출입 시 에어샤워를 필수로 하고 있으며 항온과 항습을 유지하도록 최적의 제조 환경을 적용했다. 노력의 과정을 거친, 의미 있는 마스크는 지역의 이름을 따 ‘수월하리’라는 제품명으로 제조되었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사람들이 숨쉬기 수월한 마스크를 만들어보이겠다는 진심에서다.

“기존의 마스크산업은 cash flow가 원만하지 않고, 시장 내 불법 소재 공급과 중간 유통업체의 단가 절약, 장비운영 및 생산설비 가동 비용을 회사가 감당하지 못해 제대로 생산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다량의 저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였어요. ㈜유비이엔지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장비를 제작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제어했으며, 반도체 장비의 높은 품질 관리를 적용함으로써 권장 환경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의 사업에서 운영되는 원활한 cash flow를 통해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해 더 퀄리티가 높은 마스크를 생산하고자 하고 있죠.”

 

“잃을 용기가 있어야 얻을 수 있어요”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과 사업의 범위를 배관에서 마스크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장세환 대표는 회상한다. 중국에 인프라가 없어 납품을 위한 중간 관리자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을 당시, 대금을 못 받을 상황에도 처했었다. 불과 3년 전에는 대기업과의 납품 과정에서 특허 분쟁이 생기기도 했다. 저작권과 특허 비용을 받는 것으로 협의를 했지만 2년 동안 긴 법정 싸움을 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스크 생산을 결정한 후에도 문제는 이어졌다. 국산화를 위해 구입한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 겨우 문제를 해결해 제품을 생산했지만,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면 여지없이 다음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업의 안정화를 목표로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조금씩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누군가 마스크 사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마스크 제조 장비는 잘 모르면 응용이 어렵습니다. 초반에는 구현이 안 돼서 모두가 장비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죠. 직원들이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시장 상황에도 어려움이 많았어요. 필터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산 정품을 만들면 주문이 따라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도매 등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게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확신이 있고, 사업군을 키웠으니 어떻게 알리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온라인 판매도 계획하고 있고, 조달청 신청도 준비하고 있는 상태에요. 여러 각도로 판로를 찾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도전’을 인생에 꼭 필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멈춰있다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익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멈춤은 퇴보와 같은 말이다. 새로운 사업으로 마스크를 선정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서 반응하는 무언가를 찾아 나섰을 거라는 그. 현재는 마스크를 새로운 아이템으로 선정했지만, 이 사업이 안정화되면 생활과 관련한 기계 산업으로 또 다른 사업 확장을 꿈꾸고 있다. 물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눈도 키워야 한다.

“저는 자꾸 움직이고 싶어요(웃음). 먼 목표도 벌써 정했습니다. 최근의 기계 산업은 대기업에 치중되어 있어요. 창조적인 기계가 없고 카피가 많죠. 똑같이 생산하고, 다량으로 생산해서 단가만 낮추는 구조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현실에 멈추지 않고, 품질이 좋고 새로운 장비를 만들고 싶어요. AI가 대세 산업으로 떠오르는데 기계화가 필요한, 생활과 밀접한 기계들과 관련한 사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올해는 배관 분야에서 국내 및 해외에 납품처를 확대하고, 마스크 사업을 우선 안정화하려고 합니다. 사업 안정화를 이루면 잠깐의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지고 다시 도전해야죠. 사업도, 회사도 멈추지 않고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다양한 곳에 작은 도움을 꾸준히 전하는 회사

최근 ㈜유비이엔지는 송탄출장소를 방문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 지원에 힘써 달라며 KF94 마스크 5,000개를 기탁했다. 마스크가 시장에 많이 보급되었지만, 약국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저소득 및 취약계층은 아직도 덴탈 마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웃들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이번 기부에 대해 장세환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기부하게 됐다”며 계기를 밝혔고, 이에 송탄출장소 김이배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이웃들을 위해 따뜻한 기부를 실천해 준 ㈜유비이엔지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정성을 담아 기탁하신 물품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부된 마스크는 코로나19 불황 속에서 마스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내 취약계층에 배부될 예정이다.

“어려서부터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때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치열하게 살다가 시기를 놓쳤는데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기부인 것 같더라고요. 이번 기부에는 ‘시작’이라는 의미를 두고 싶어요. 많이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는 시작, 드러나지 않는 분야로 기부를 확장하는 일의 시작이죠.”

장 대표는 또한 장애인 지원 사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장애인 사업의 안정화와 관련된 활동으로도 영역을 넓힐 생각이다.

 

직원들의 노력을 헤아리는 대표가 되고 싶어요

직원으로서 보낸 경험과 10년의 대표 경험으로 장세환 대표는 균형 있는 신념과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험이 자주 있었다는 장 대표. 직원들이 경험하는 일종의 좌절감은 힘을 가진 결정권자가 그들의 입장으로 고민할 때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유비이엔지의 직원들은 열심히 한 만큼의 보상을 받도록 하는 체계를 가장 먼저 만들고 싶다.

“열심히 해도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저는 매번 현장을 지켜봐요.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대표보다 관리자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저는 학벌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회사 내에서, 자신의 위치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됩니다. 성과에 따른 마땅한 보상을 주고,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고 싶어요.”

사업을 하며 자주 흔들린다는 그는 처음 다짐했던 신념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다만 함께 해주는 직원들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다고. 일을 마치고 직원들과 편하게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순간이 그의 행복이란다. 사업 초반, 혼자 빠르게 가기에 급급한 시기도 있었지만, 그 길 끝엔 언제나 지치거나 아무도 따라오지 못해 혼자였다고. 그래서 이제는 함께 가기로 했다. 가까운 곳을 가려면 혼자 가도 되지만, 멀리 가려면 동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사업의 작은 모토로 삼았다.

“제가 의견을 관철하는 부분이 직원들에게 힘들 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잘 조율해 나가겠습니다.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간다면 즐겁게 또 멀리 갈 수 있어요. 좋은 인재들과 목표를, 회사를 공유하며 함께 키워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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