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국가연구시설 및 장비 인프라를 총괄하며 관련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 수행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어느덧 창립 36주년을 맞이했다. KBSI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데이터의 중요성에 집중하며 그간 구축한 R&D 인프라와 신뢰도 높은 양질의 연구데이터를 생산하고 해석하는 전문 역량을 기반으로 연구데이터의 생산·저장·관리 및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방·활용하는 분석과학통합플랫폼 구축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외 추세에 맞춰 데이터 생산단계부터 메타데이터의 표준을 준용하여 활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국가플랫폼과 연계해 나가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양성광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협업과 양질의 데이터 확보·관리와 활용을 강조하며 “활용 수요가 높은 첨단연구장비 관련 데이터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메타데이터의 표준화부터 수집과 공유에 앞장서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기획 인터뷰로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인사 말씀과 함께 원장님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관한 개괄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양성광입니다. 작년 5월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으로 부임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는데요. 이제부터는 기관의 경영과 실적이 오롯이 제 책임이 된다는 각오가 새롭습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1988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36년이 되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국가연구시설장비의 총괄관리와 함께 우리 기관이 보유한 첨단 연구시설장비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학기술 개발 및 분석지원과 공동연구, 연구장비개발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1조 454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 오창에 구축되고 있는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의 주관기관이기도 합니다. 현재 본원은 대전시에 있으며, 지역조직으로 충북 오창,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등 총 7개 지역에 거점센터가 있습니다.

 

분석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R&D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연구장비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KBSI는 국내 최대 분석과학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 지난 36년간 첨단 연구시설·장비와 우수 연구인력을 기반으로 세계적 수준의 분석과학연구 및 분석지원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화학·생물·재료·지구과학 분야의 첨단 연구장비 약 600점과 관련 전문가 400여 명이 각 연구분야에서 필요한 최신 분석기술 및 장비를 개발·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분석연구지원과 공동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KBSI의 연구인프라 및 전문가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은 KBSI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활용하려는 연구장비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사전정보가 부족한 일부 연구자들은 KBSI 연구인프라의 활용에 다소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KBSI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약 1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첨단 분석과학 종합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수요자 편의성 및 분석지원 효율성 향상과 함께 AI 기반 연구데이터 활용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KBSI에 구축된 다양한 연구인프라 및 각 분야 연구장비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연구노하우를 이용자들이 보다 손쉽게 접근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36년간 축적된 노하우 및 정보들을 표준데이터로 만들고, 첨단 검색엔진을 탑재하여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능형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위해서 어떤 연구장비를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더라도 원하는 연구분야 등 몇 가지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 필요한 연구장비와 전문가 또는 논문 등을 추천하여 이용자들이 원하는 분석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분석과학 길라잡이’로써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KBSI에 구축된 원자분해능 전자구조 투과전자현미경이나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와 같이 일반 이용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첨단 대형연구장비들에 대한 작동원리를 배우고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및 VR 가상체험 환경을 구축하여 최첨단 분석연구장비에 대한 이용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가 분석과학 강국이 되는 데에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이외에도 연구장비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장비기업의 지원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연구산업진흥법에 따라 2022년에 연구장비성능평가기관으로 지정되어 2023년에는 주사전자현미경(SEM)의 성능평가를 수행하며 연구장비 성능평가서 발행, 성능평가 절차서 개선 및 업데이트를 실시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산업진흥단지 지원기관으로도 지정되어 대전지역 연구장비기업의 성장 지원에 앞장서고 있으며, 대전연구산업진흥단지 육성사업을 통해 총 11건의 연구장비기업 애로기술 해결을 지원하였습니다. 그리고 성능고도화 및 기반조성사업을 수행하며 국산연구장비 산업육성을 목표로 연구자가 국산 연구장비를 신뢰하고, 개발자 및 사용자 등 산업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는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산연구장비에 대한 연구자 인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연구장비 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운영, 연구장비 산업활성화 및 현장소통을 위한 릴레이 간담회 개최, 연구장비 S/W개발 지원을 위한 알고리즘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7년 준공예정인 오창 대형첨단연구시설 방사광가속기의 성공적 구축을 목표로 현재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방사광가속기는 기초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반도체,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 전략산업 분야와 신약개발 등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매우 높은 연구시설입니다. 현재 주요 선진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혹은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어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오창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KBSI는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의 성공을 위해 방사광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으며, KBSI 본원과 가속기구축사업단의 시스템을 정비하여 향후 운영단계까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서 한 단계 높아진 대형사업 관리기준을 충족함과 동시에 협력 기관들과 원활한 소통을 촉진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최신의 방사광가속기를 보유 또는 구축 중인 전 세계의 가속기 연구소 및 연구그룹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오창 방사광가속기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사양을 목표로 함과 동시에 양질의 방사광을 활용한 선도적인 분석과학연구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의 나노, 바이오 분야의 최첨단 전략기술 연구의 경우 방사광 실험기법뿐만 아니라 관련 첨단연구장비를 연계한 종합적인 분석체계가 필수적입니다. KBSI가 보유한 첨단연구장비와 전문인력을 활용하면 방사광가속기와 대전, 오창 권역의 첨단연구장비의 연계 분석체계 강화를 통해 기초과학 분야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분야의 방사광가속기 활용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상기 목표의 달성을 위해 부임 이후 KBSI 방사광활용연구단을 구성하여 방사광 연계 분석체계 고도화 및 국제공동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향후, 방사광 활용 연계연구 및 국제협력연구와 관련과업들을 KBSI의 핵심 연구사업으로 추진하여, 방사광가속기 구축 이후 방사광 활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또한, 현재 계획된 10개의 빔라인 이외에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빔라인을 추가로 구축하고,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를 이끌 수 있는 빔라인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KBSI는 오창 방사광가속기의 성공과 국가 가속기 구축·운영·활용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송도 소재의 글로벌 바이오기업 등의 연구역량 확대를 위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의 수도권통합센터 인천 건립 계획 및 추진방향에 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수도권센터 구축사업은 KBSI가 2019년부터 추진해 온 지역조직 고도화 및 운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서울센터(고려대 소재), 서울서부센터(이화여대 소재), 춘천센터(강원대 소재) 등 수도권 소재 3개 센터를 통합하여 국내 첨단바이오연구의 메카인 인천 송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메디컬 분석과학전문연구소를 2026년까지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KBSI는 지난 1월에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KBSI 수도권통합센터 구축·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현재 KBSI는 수도권센터의 본격적인 구축을 위한 설계에 착수하였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분석과학전문연구소 구축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수도권센터 구축 이후 본격 운영단계에서는 본원, 오창 및 타 지역센터의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장비를 재배치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대형연구장비를 신규로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수도권센터가 보유한 전문 연구인력 및 최첨단 연구장비를 기반으로 바이오메디컬 분야의 미래 유망 연구분야를 도출하여 수도권에 소재한 다양한 연구 주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KBSI 수도권센터의 운영이 본격화되면 송도 내 바이오 분야 앵커 기업 및 대학병원과 협력연구를 통해 국내 신약개발 및 치료제·백신 생산 등 바이오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KBSI는 수도권센터가 국가 바이오산업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바이오메디컬 연구 글로벌 허브로 성장토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관의 대내외 소식도 궁금합니다. 이번 창립 36주년을 맞아 기관에서는 임직원의 독려를 위해 평소 어떤 부분을 강조하시는지, 창립일을 기념해 한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올해로 창립 36주년을 맞는 KBSI 앞에는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와 함께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놓여 있습니다. 저는 우리 KBSI 직원들에게 주변 환경이 어렵게 변한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맞서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당부하려 합니다. KBSI는 대학이나 연구소가 개별적으로 보유하기 힘든 연구시설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어 그동안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으나, 최근 대학의 거점시설(Core Facility)을 기반으로 한 연구장비 구축 확대와 민간의 분석지원 서비스 확산으로 우리 기관의 역할이 상당 부분 축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관에는 그동안 축적된 분석과학 역량과 우리 기관 특유의 첨단 대형 연구시설장비를 기반으로 전략기술 및 기초과학 분야에서 협업연구를 선도할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기회는 놓치지 않도록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구성원들이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세운 KBSI의 비전은 다른 기관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연구생태계 안에서 도전적인 연구시설·장비, 그리고 전문화된 연구인력을 자산으로 세계적으로 연구자들을 끌어들여 함께 연구 난제를 해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우리 기관이 보유한 첨단 연구장비와 방사광가속기라는 강력한 연구 인프라를 연계하여 연구자에게 보다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분석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협력연구를 선도하는 분석과학전문연구기관의 일원이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제가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년이나 남았다’라는 각오로 올해부터는 작년에 수립한 기관운영계획을 기반으로 혁신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여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고 합니다. 저 역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일한 35년여의 경험을 다 쏟아부어 KBSI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하고, 기관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각오 하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정된 국가자원 속에서 전폭적인 R&D 지원과 연구결과를 창출해내는 국가라는 점에서 저성장 시대에 맞는 R&D 전략의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미·중 기술패권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주요국 간의 기술 경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개방적 글로벌 혁신체제를 지탱하는 자본, 인력, 기술의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이동에 제한을 주고, 글로벌 저성장을 초래하였습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반도체,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전략기술 및 이머징기술 분야에서 기술주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국가 R&D는 ‘연구를 위한 연구, SCI 논문만 양산하는 연구’를 지양하고, ‘전략기술 분야의 원천성이 매우 높은 연구나 기업이 직접 하기 어려운 기초 분야의 지식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각 분야의 연구 인프라 역시 고도화, 집적화,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과 동시에 저변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연구는 누가 더 첨단 연구시설장비를 갖고 있느냐가 연구의 수월성을 좌우하고 있으므로 한 개 기관이 갖추기 힘든 대형 연구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구축해 세계 최고의 연구그룹을 끌어들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연구를 선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속기와 같은 대형 첨단연구 인프라는 기획부터 구축, 그리고 운영단계까지 많은 인력과 예산, 그리고 기간이 투입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형 연구 인프라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차별화된 지원정책을 전략적으로 마련하고, 우수 인력 확보 및 활용 효율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KBSI는 오창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공동기관인 포항가속기연구소와 한국방사광이용자협회, 해외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4GSR, 4th Generation Storage Ring) 구축 및 활용 기관들과 긴밀히 협의하여 필요한 아젠다를 발굴하고, 인력과 네트워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인터뷰를 끝으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 주셔도 좋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다’라는 ‘월간인물’의 부제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지만, 월간인물을 통해 소중한 분들과 이어졌다고 생각하니 고맙기도 하고, 혹시 누가 될까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제가 살아온 인생경로에서 제가 한 수많은 선택과 타인에 의해 받은 여러 번의 선택에 의해 저와 제가 속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필연처럼 인연이 되었고, 월간인물에 소개된 인물들과도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연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어질지 몰라도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적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갈수록 더욱 더 소중하게 생각되고, 매번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