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 위한 새로운 치료 대상 ‘맥락막총’, 알츠하이머 정복의 출발선 기대
치매의 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 위한 새로운 치료 대상 ‘맥락막총’, 알츠하이머 정복의 출발선 기대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4.01.0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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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평균 수명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기능의 상실이 더 두렵다고 말하곤 한다. 치매 환자의 고통을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할 가족들의 괴로움을 염려하는 마음에서다. 이러한 염려에도 평균 연령의 증가와 노인 인구의 확대는 치매 환자의 증가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문원진 교수는 뇌 맥락막총의 부피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간 상관관계를 규명하며 치매의 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영상 지표를 제시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조기진단 도구를 개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조기진단 도구의 개발 가능성 시사하는 연구로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문원진 교수의 알츠하이머 치매의 새로운 조기진단 MR 영상 마커 개발 연구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었다. 뇌 맥락막총의 부피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간 상관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인지 손상에 있어 맥락막총의 부피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해당 연구는 사회적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조기진단 도구 개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치매 종류 중 하나다. 주요 발병 원인으로 세포 외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세포 내 타우 단백질 제거의 실패가 지목된다. 이때 단백질의 핵심적인 청소경로(clearance pathway) 대부분이 뇌척수액과 연결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분해 및 세포 흡수, 혈관-뇌 장벽과 혈액-CSF(뇌척수액, cerebrospinal fluid) 장벽을 통한 운송, 간질액의 대량 흐름, CSF의 순환 및 림프계 흡수 등이 포함된다.

뇌실에서 발견되는 맥락막총은 매우 투과도가 좋은 혈관 및 세포의 네트워크로, 뇌척수액과 맞닿아있는 표피세포는 혈액-뇌척수액 장벽(Blood-cerebrospinal fluid barrier)을 형성한다. 혈액에서 뇌로 가는 면역세포의 관문 역할은 물론 CSF를 생산하는 주요 장소이자 뇌세포에서 노폐물과 독성단백질을 청소하는 통로 역할을 수행하기에 뇌 건강 유지에 있어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졌다. 문 교수는 뇌의 신장(콩팥)’ 역할을 하는 부위라 설명했다.

그간 일부 연구가 맥락막총 이상이 단백질 청소의 장애를 일으켜 뇌 속 노폐물과 독성단백질의 축적을 초래하고, 면역 장애를 일으켜 신경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인지장애와 관련한 영상의학적 특징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에 문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 스펙트럼의 다양한 인지장애 단계에서의 맥락막총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를 MRI로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다양한 인지 저하 증상을 겪는 53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 Tesla MRI 구조적 영상을 분석한 것이다. 문 교수는 정상적인 맥락막총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투과도가 좋은 것이 특징이라며, 이 부위의 기능이 나빠진다는 투과도가 나빠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맥락막총의 변화가 퇴행성변화로 인한 미세석회화 침착 등의 화학적 조성과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또한 주요 연구주제 중 하나였다.

 

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 관여하는 독립 인자로서의 맥락막총 규명, 치매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 기대

맥락막의 기능과 조성을 목표로 문원진 교수 연구팀은 MR검사의 역동적조영증강영상을 이용해 조직의 투과도를 측정하고, 정량화 자율화 맵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석회화/철분 등의 조성 파악에 나섰다. 고해상도 뇌구조영상과 역동적조영증강영상, 정량화 자율화맵 등으로 맥락막총의 부피 및 생리학적 특징을 세밀하게 특정하고, 다양한 단계의 인지 손상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스펙트럼 환자에서 뇌 MRI 상 맥락막총의 부피가 인지장애 정도와 연관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맥락막총의 부피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다음은 경도인지장애와 주관적 인지장애 순이었다.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특징으로 알려진 해마 위축보다 더욱 강력한 변화였다. 환자의 생물학적 특성 중에서는 나이, 성별, 고혈압이 맥락막총의 부피와의 연관성을 보였다. 문 교수는 다중통계분석 결과 여러 요인을 공변인으로 고려하더라도 맥락막총 부피는 인지기능 저하를 예측하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분석되었다고 말했다. 맥락막총의 부피가 클수록 자기 통제와 계획 등을 관장하는 실행능력과 기억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자화율 맵에서는 환자군 간 맥락막총의 자화율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석회화나 철분 등 화학적 조성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문 교수는 조직의 투과도의 경우 경도인지장애에 비해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맥락막총의 투과성이 현저히 낮아짐을 관찰하여, 맥락막총의 기능 저하가 알츠하이머 치매와 연관성이 있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맥락막총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에 관여하는 독립적 인자임을 규명한 만큼 조기진단 마커뿐 아니라 치매 치료에 있어서도 맥락막총이라는 새로운 치료 대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 맥락막총의 역할을 새로이 밝힘으로써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뇌척수액과 맥락막총, 이로 인한 신경염증과 퇴행성신경질환과의 관련성 연구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 기대된다. 문 교수는 언제나 한팀으로 연구를 진행해온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문연실 교수 및 공동연구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이러한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가설을 입증할 실마리를 얻는 데 도움을 준 동료 연구자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또한, 문교수는 처음 건국대병원에서 치매연구를 시작하면서 많은 조언을 주신 신경과 한설희 자문교수님의 도움에도 감사를 표했다.

 

알츠하이머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질환의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며 치매 기전 규명 및 진단에 기여하고파

문원진 교수는 건국대 의대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신경영상의학을 담당하는 한편 건국대학교병원의 연구지원실장으로서 병원연구부의 연구 활성화, 연구사업기획 및 연구 대외교류협력 등을 총괄하고 있다.

주로 뇌와 전신기관을 차별화하는 뇌장벽에 관한 연구에 무게를 실어왔다. 특히 뇌세포를 둘러싸고 외부물질이 뇌혈관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를 주목한 그는 BBB의 투과도 변화를 영상화한다면 치매 기전을 규명하고, 진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2017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임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정상 노인 연령에서의 BBB 투과도 정상범위치를 보고한 그는 MR 영상으로 측정한 BBB가 뇌 영역에 따라 상이함을 최초로 규명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더불어 경도인지장애와 정상인을 비교했을 때 성별과 연령에 따라 BBB 투과도 차이가 있으며, APOE4 유전자변이 유무에 따른 BBB 투과도의 차이가 있음을 보고함으로써 BBB 투과도가 APOE4유전자변이에 의한 병리를 반영하는 영상표지자가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나아가 아밀로이드 병리 여부에 따라 BBB 투과도과 타우병리와 신경 손상과 연관 관계가 달라짐을 발표하여 아밀로이드 병리가 있는 환자에서는 BBB 투과도가 증가할수록 해마의 위축이 심해짐을 보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에 달하지만, 경증인 경우에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데다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치매의 원인 질환 중 하나인 외상성 뇌손상이 침묵의 전염병이라 불리는 이유다. 다른 질환과 달리 임상 양상이 다양하여 경과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외상성 뇌손상의 진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 교수는 2020년부터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혈액뇌장벽 영상 인자와 인지기능 예후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문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BBB와 맥락막총을 포함한 뇌척수액 장벽, 뇌액(neurofluid)의 흐름 및 신경염증을 통합하여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영상마커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전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신경질환의 진단 및 치료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인공지능 방법론을 활용해 새로이 발견한 영상마커를 고도화하는 연구와 임상현장에서 영상진단을 보조하는 알고리즘 개발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적 감각 장애와 기능적 신경질환에 대한 객관적 영상진단 도구를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연구지원실장으로서는 현재 건국대병원이 글로벌 연구역량을 확보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연구디지털 융복합 혁신의료기술 연구등 중점 연구 분야를 키우는 데서 나아가 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의료 서비스 및 최신의료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겠다는 다짐이다.

 

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문원진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Be guided by problems, not methods of fields', 치매 진단 및 치료라는 단 하나의 주제 좇는 연구자
본과 2학년 때 처음으로 신경과 강의를 접하며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라 생각했어요. 여전히 미지의 분야가 많다는 점 또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죠. 그때 90세가 넘으신 외증조모께서 치매 증상을 보이시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지력이 뛰어난 분이셨기에 당황스러웠죠. 그때 처음으로 아직 기전이 밝혀지지 않은 치매 연구로 치료에 기여하겠다는 꿈으로 미래 진료를 신경과 의사로 생각했었습니다. 당시 모교에서는 신경과의 여자 전공의지원을 금하였고, 이런 관행이 일반적인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원진 교수는 처음으로 진로를 정하던 시절 택했던 연구주제를 여전히 파고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신경과가 아닌 영상의학과를 차선책으로 택했으나 여전히 공동연구를 통해 치매 치료의 길을 찾고 있는 그다. 문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은 물론 연구 수행에도 여러 어려움이 따르지만, 초기에 세운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는 그간의 고생을 잊을 만큼 보람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인용될 때면 자신의 연구가 옳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환자 진료 및 신약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이야말로 자신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예전에 비해 기초 및 임상의학연구에 관심 가지는 의과대학생이 많아진 반면, 실제 전공의를 거쳐 전문의가 되면서 오히려 그 관심이 감소하는 안타까운 경향이 있다고 아쉬워하면서 연구를 향한 자신의 노력이 예비 의사들 중 한 사람이라도 새로운 연구로 환자에게 기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오래전 'Be guided by problems, not methods of fields'라는 문장을 읽고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방법이나 분야가 아닌 문제에 집중하라는 의미이죠. 유행하는 방법이나 분야를 좇기보다 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하여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실제 치매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학적 발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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