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 좇아 범인 찾아내는 과학수사대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흔적 좇아 범인 찾아내는 과학수사대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2.07.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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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과 과학수사대 현장2팀 경장

프랑스의 범죄학자이자 현대 과학수사의 개척자라 불리는 에드몽 로카르는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맹활약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과학수사대는 지문과 족적, 혈흔 등 범죄 현장에서 채증·감식한 증거물을 기반으로 범인을 특정하며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는다. 범행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범인이 남긴 흔적을 좇으며 진실에 다가서는 과학수사대는 미제 사건 해결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김태섭 경장 / 사진 박성래 기자
김태섭 경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범인이 남긴 흔적 추적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 찾는 과학수사대

“발로 뛰며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와 달리, 범인이 남긴 흔적을 통해 추적한다.” 과학수사대 요원들의 사명이다. 생물학, 화학, 혈청학 등 자연과학과 사회학, 논리학, 법의학 등 사회과학이 총망라되는 과학수사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증거까지도 찾아내 범행을 입증하고, 진범을 확정한다. 날로 발달하는 감식장비와 분석기법은 미궁에 빠진 장기 미제 사건들을 하나 둘씩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수사 시스템의 발달로 살인범에 대한 검거율이 높아지자 강력 살인사건이 대폭 감소하기도 했다. 과학수사대는 지문, 족적, 유전자 등 현장에서 채증한 증거물을 분석하며 담당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단서를 제시하는 현장 감식 업무 외에도 수중과학수사 업무, 프로파일링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다.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과 과학수사대 현장2팀 김태섭 경장은 형사들의 수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학수사대가 등장하며 많은 분들이 과학수사대를 친숙하게 느끼실 거예요. 일반적으로 아시는 현장감식 업무 외에도 수사를 보조하기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학수사요원들은 경찰수사연수원에서 각 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현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 경장은 현장감식 업무 외에도 수중과학수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강과 하천이 많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수중과학수사 업무는 매우 필수적이지만 수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물속은 그간 과학수사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오지라 불려왔다. ‘현장이 증거의 보고’라는 말이 무색하게 물속에 잠겨버린 증거들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중 유기 시체 및 증거물 대부분이 소방당국이나 민간 잠수부들에 의해 단순 인양되는 실증이었다. 이에 경찰청은 2014년 강·호수·저수지 등에서도 체계적인 범죄증거 확보와 시신을 비롯한 각종 증거물들의 인양작업을 수행할 과학수사요원들로 구성된 ‘수중과학수사대’를 발족했다. 수중과학수사대는 물속에 직접 들어가 사체와 증거물을 찾아 감식하고 인양한다. 시신 훼손을 최소화하고, 흉기나 지갑 등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건져 올린다. 현장에 대한 꼼꼼한 기록도 빼놓지 않는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해양경찰이 담당하지만 육지 내 저수지나 하천, 강에서 발생한 사건은 수중과학수사대가 나선다. 김 경장은 6명의 대전경찰청 수중과학수사대 요원 중 한 명이다.

수중과학수사를 위해서는 과학수사와 다이빙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업무 수행을 위해 훈련을 이어가던 김 경장은 2020년 제주도에서의 신혼여행 중 직접 인명을 구조하며 ‘LG 의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태풍 ‘마이삭’의 영향권에 접어들던 당시 한 남성이 순식간에 높은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서 멀어져가는 모습을 발견한 김 경장의 아내는 이 사실을 김 경장에게 알렸고, 그는 지체 없이 스노클링 장비와 오리발을 챙겨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는 인명구조훈련을 토대로 해양구조법을 활용해 의식을 잃은 남성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훈련만 했을 뿐 실제 입수자를 발견해 구조한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변사자 인양은 해봤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인양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자칫 저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구조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입수자가 완전히 의식을 잃었기에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들에게 인계해 응급조치를 취했죠. CPR 후 의식을 차리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는 안도와 함께 인명구조의 어려움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영아 학대 살인범 검거의 결정적 단서 된 ‘손목시계’

지난해 여름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던 대전 20개월 여아 학대 살인사건의 범인을 검거하는 데도 과학수사가 빛을 발했다. 당시 범인은 폭행으로 숨진 아기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시신을 은폐한 후 도주했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자동차 등을 사용하지 않는 등 3일 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도주 중인 범인 검거를 위해 해당 사건을 담당한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경찰 내부에 범인을 공개 수배했다. 김태섭 경장은 경찰청 내부에 공개되었던 CCTV 영상 속 오른쪽 손목에 시계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범인이 왼손잡이라는 특징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4일째 아침, 대전경찰청에는 식당 침입 절도 신고가 들어왔다. 통상적으로 식당 포스기에서 현금만을 빼 달아나는 식당 침입 절도와 달리 당시 범인은 식당에 서너시간 머무르며 식사를 마친 후 현금을 훔쳐 도주했다. 김 경장은 해당 사건에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도주 중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재차 범죄를 저질렀다는 가설을 세운 그다. 김 경장은 사건을 신고한 식당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왼손잡이인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곧장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와 연계해 단서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단순 절도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살인 용의자 검거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형사들이 검거하기 가장 어려운 케이스가 자동차나 휴대폰,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뚜벅이’에요. 식당 침입 절도로 3일 간 행적을 찾을 수 없던 범인의 흔적이 드러났죠. 이 단서를 토대로 역추적한 결과 범인이 숨어있던 모텔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모텔 주변을 수색해 범인을 검거했죠.”

지난 5월 27일 해당 범인에 대한 선고가 내려졌다. 항소심 법원은 의붓아버지인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원심인 징역 30년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판단이다. 아동학대방지 시민단체들은 대한민국 법원이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판결이라 평가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양정식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요청도 받아들였다.

“과학수사대는 대전 관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지원합니다. 관내 강력사건들에 관여하다보니 사건 모니터링이 수월한 편이에요. 관내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유심히 살피며 사건해결을 위한 단초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사건 현장, 팀워크 토대로 감정 컨트롤에 집중

참혹한 사건 현장에 노출되는 현장감식 요원들은 업무 특성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태섭 경장은 업무의 70%를 현장 감식 업무에, 30%는 변사자 검치에 할애한다. 현재 병원 외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할 경우 사인을 확인한 후 장례를 치르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사인을 확인하는 것 또한 과학수사대의 업무 중 하나다. 김 경장을 매일 2, 3구의 망자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150구 정도의 사인을 확인했을 때 범죄와의 관련성이 있는 것은 1, 2구 정도다.

“살면서 한 번도 망자를 마주한 적이 없었어요. 지구대에 있을 때도 변사사건에 투입된 적이 없었죠. 과학수사요원이 되고자 결심했을 때 주변의 걱정이 컸어요. 혹여 트라우마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고요. 처음에는 이렇게 사망사고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생각보다 참혹한 사건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참혹한 사건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무뎌진 것 같아요.”

현장을 자주 접하며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자 노력하는 김 경장이지만 가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피해자 및 유족들을 볼 때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가족 몰래 암 투병을 하던 한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나 영아 관련 사건 현장을 찾았던 기억은 그에게도 잔상을 남겼다. 김 경장은 감정 컨트롤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번 녹록지만은 않은 사건현장을 접하지만 크고 작은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수사지원부서이기에 직접 검거를 하거나 피해자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 동료 경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김 경장이다. 아이를 출산하기 전에는 대전경찰청 내 동호회 활동도 즐기며 동료들과의 유대관기를 쌓기도 했다. 그는 대전경찰청 내 다양한 관할부서와 협업하다보니 동호회 활동이 도움이 된다며, 동호회 활동으로 쌓은 팀워크가 현장에서 빛을 발하곤 한다고 말했다.

“2인 1조로 움직이다보니 팀원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3년 째 같은 팀으로 활동 중인 염영미 형사님께 특히 감사한 부분이기도 하죠. 때론 여경에게 버거운 현장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임하세요. 특히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끈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김태섭 경장 / 사진 박성래 기자
김태섭 경장 / 사진 박성래 기자

과학수사에 대한 고민과 연구 이어가며 ‘과학수사대 전문수사관 마스터’ 될 것

고등학교 시절부터 경찰을 꿈꿔온 김태섭 경장은 현재까지도 업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과학수사대 요원으로써 필요한 다양한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최신 수사기법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역량을 쌓아간다. 그는 현장감식과 수중과학 등 기초부터 심화까지의 교육을 받으며 심화전문수사관 자격을 취득하는데 이어 궁극적으로는 각 교육과정을 섭렵해 과학수사대 전문수사관 마스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과학수사대 마스터는 현재 대전경찰청 내 단 한 명 뿐이다. 그는 전문 교육과정을 수료하며 보다 전문성을 갖춘 수사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가장으로서의 다짐도 이어졌다. 김 경장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보람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깨달았다며,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정신적으로 힘이 되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기꺼이 지원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경찰 과학수사는 ‘과학을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으로 형사 사법 정의 실현’을 목표로 범죄의 실체를 증명할 증거물을 수집하고, 과학적인 증거물 감정과 분석을 통해 진실에 다가선다. 범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증거를 은폐하며 경찰과의 두뇌싸움을 벌이지만 학문과 기술의 융합이 진행될수록 과학수사는 더욱 정교하고 예리하게 진실을 파헤칠 것이다. 김 경장 또한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로 증거를 찾으며 수사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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