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324개에 달하는 일반대와 전문대 가운데 60%를 넘는 대학이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곳곳에 많은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교육·연구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의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역대학은 교육기관의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인적·물적·문화적 자산이자 지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역산업의 발전 역시 대학의 연구역량과 맞닿아 있습니다. 대학의 연구역량 강화는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술주권 확보를 통해 미래 국익을 담보할 수 있는 중차대한 과제로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학의 역할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의 ‘대학-기업-지자체 간 협력(Triple Helix Model)’, ‘기업가적 대학’에서 최근에는 산·학·관과 시민사회가 새로운 지역혁신의 주체로 참여하는 ‘대학-기업-지자체-시민사회(Quadruple Helix Model)’, ‘참여적 대학’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학도 지식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참여주체로 역할이 변화해야 합니다. 소규모 또는 소극적 행태의 사회공헌이 아닌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역재생을 주도하는 차원의 적극적인 지역혁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대학의 수가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750여개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을 넘는 대학들이 입학정원 50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지역대학입니다. 이들 소규모 대학들은 특성화된 분야의 강점을 가지고 지역과 밀착된 교육·연구를 수행합니다.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허브를 일군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과 스웨덴 말뫼대학 등도 대학이 지역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국가거점국립대학과 지역 소규모 대학의 역할 분담과 특성화 전략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원대학과 지역 15개 대학이 참여하는 ‘강원 LRS 공유대학’ 모델과 같이, 국가거점대학은 지역의 대학과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교양 교과목, 기초학문, 비교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거점대학으로서의 자원과 역량을 공유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역의 소규모 대학은 지역에 필요한 특성화 분야에 대한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산업과 밀착된 연구과제를 수행해, 지역발전을 위한 가치와 성장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의 혁신과정에서 지역대학이 특성화된 분야의 강점을 가지게 된다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폐교보다, 정부가 특성화된 분야의 강소대학을 육성하고 존치시키는 방향으로의 접근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교수와 학생을 비롯한 대학의 구성원들이 지역사회 현안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합니다. 교수나 학생들이 사회현안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겸직이나 수당 등에 대한 인정이나 학점 및 학위를 부여한 방식에 대해서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과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고 인정하는 LRS 기반 플랫폼 구축 등의 방안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강원대학교는 2016년부터‘오픈 캠퍼스’를 기치로 내세워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앞장서 왔습니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서로 문을 열고, 자원과 인재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대학 외부에 있는 지식이나 산업체가 대학으로 들어와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우리 대학은 군장병 취·창업 교육을 위한 ‘강원열린군대’ 사업, 접경지역 주민에게 양질의 대학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원 네트워크 캠퍼스(KNC) 구축사업’, 삼척캠퍼스 방재전문대학의 ‘호우 재해영향 모델 고도화 사업 리빙랩’ 및 ‘빅데이터 기반 양간지풍 도시산불 방재관리 기술 리빙랩’ 등을 운영하며 지역발전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이 밖에도 강원대학교는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아카데미’, ‘춘천학 강좌 운영’ 등 지역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원대학교는 지역의 발전에 앞장서 온 국가거점국립대학으로, 지역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7년 ‘춘천농업대학’으로 개교한 이래, 지난 75년 동안 강원도민과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올해 개교 75주년을 넘어 새로운 도약의 100년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