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을 통해 ‘모두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 실현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을 통해 ‘모두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 실현
  • 박금현
  • 승인 2021.12.30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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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평화와 번영, 새로운 강원 시대를 열어가다

강원교육청은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강원교육의 방향성을 담은 '강원교육 비전2030 미리보기'를 발표했다. 비전 추진단을 만들어 일년 동안 교육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은 것이다. 강원교육 비전2030에는 살아갈 힘을 키우는 기초시민교육, 꿈을 찾아 도전하는 고교, 더 넓고 깊게 배우는 마을교육공동체, 미래지향적 교원 인사제도, 자율과 책임의 학교자치, 미래형 교육환경 등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민병희 교육감은 우리 교육구성원들의 마음과 바람이 담긴 이 비전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 바랍니다. 임기 마지막날까지 교육 현안을 챙기겠습니다. 성과는 성과대로 잘 갈무리하고 미진한 점과 남은 과제들은 정리해서 미래 강원교육을 위한 소중한 거름으로 쓰이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박금현 기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박금현 기자

 

교육감님, 안녕하세요. 지난 1년간 소회와 함께 새해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다행인 것은 사망 같은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강원도교육청은 2학기부터 전면 등교를 시작하여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감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등교를 유지하는 것은 교육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준 덕분입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에는 마스크도 벗고 온전히 학교에서 만나고 배울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초대 민선교육감으로서 11년이 지난 지금 강원교육은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2021년은 제가 초대 민선교육감으로 선출되어 3선 임기를 마치는 해였습니다. 돌아보면 제 임기 동안 강원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 학교 민주주의 정착을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교육감에 취임할 때 도민분들께 고교평준화와 돈 안드는 교육, 두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평준화 이전 강원도에서는 교복 색깔에 따라 학생들의 계급이 나누어졌습니다. 부모들도 자식의 학교에 따라 서열이 정해질 정도였습니다. 지역의 명문고를 나오지 못하면 행세하지 못한다는 강박이 학생과 학부모를 짓눌렀지요. 평준화는 도민의 오랜 숙원이었지만 늘 하향 평준화라는 선동과 기득권의 저항에 막혔습니다. 이른바 명문고 동문회뿐만 아니라 도의회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저는 모교 동문회에서 배신자 취급을 당하기도 했고, 도의회는 과반수라는 보편적 의사결정 방식을 무시하고 도민 60% 이상 찬성이라는, 전대미문의 조건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빨갱이라는 둥 온갖 정치적 비난도 난무했습니다. 그래도 도민의 의지를 믿었습니다. 결국 주민 여론조사에서 70%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평준화를 도입한 이후 대입이 정시에서 수시모집 중심으로 급격히 변했습니다. 변화된 입시제도에 대응하고 학생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고교평준화는 더없이 적합한 환경이었습니다. 만약 평준화를 이루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할 지경입니다. 지금은 평준화를 공격하는 말을 들을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정착하였습니다. 무상급식을 처음 제안했을 때도 온갖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빨갱이라는 공격은 기본이고 재벌집 아이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냐는 감정적 공격도 난무했지만 차분히 설득했습니다. 무상급식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급식이다, 최소한 먹는 것에서 차별이 있어서는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없다, 이것만큼 중요한 복지 정책은 없다고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 학년 무상급식 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주 보수적인 의원 한 분이 아직 전 학년 무상급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교육청을 질타하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무상급식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고 이렇게 세상이 바뀌는 데 역할을 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작년부터는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도 현물로 지급하고 있고 고교 무상교육도 앞당겨 완전한 무상교육 기반을 갖추었습니다. 학교를 방문하면 교내 문화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교장 선생님이 직접 커피를 준비하고, 선생님들은 스스럼없이 의견을 이야기합니다. 젊은 교사들에게 옛날 교무실 분위기를 이야기하면 설마하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이런 문화는 교육자치 구현에 중요한 배경이 될 것으로 봅니다.

 

2021년 강원도교육청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와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2021년의 최대 관심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학교문을 여는 것이었습니다. 1학기에는 일부 원격수업을 병행하다가 8월부터는 전면 등교수업을 시작해 지금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부 우려도 있지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원칙을 허물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 선생님들과 만나면서 성장합니다. 만남이 차단되면서 학생들의 정서적 공백이 학습보다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가정 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돌봄 문제도 대두되었습니다. 등교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해결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명백하다는 판단에 학교문을 연 것입니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수요에 맞춘 방역 인력 배치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학습격차를 해소하고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교육을 하기 위한 지원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협력교사를 확대 배치하고 2~3명 정도 소규모 보충 지도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학생용 태블릿 PC를 보급하고 교내 무선망을 갖추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동해선 최북단 역에서 통일과 유라시아 대륙의 꿈을 체험하는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 고교생들의 진지한 진로 탐색을 돕는 진로청소년 인생학교”, 문화생활로 학생들의 정서를 함양하기 위한 슬기로운 문화생활 카드등도 올해 주요한 성과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무직 임금협상 등으로 인한 갈등이 연중 계속 되었다는 점입니다. 필요한 인력인 만큼 법제화가 되어 정부 차원의 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21 교육감과 함께하는 청소년정책토론회를 통해 학생들과 어떤 점을 소통했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 정책토론회는 매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19명 학생과 함께 했는데, 학생들은 토론으로 의견을 모아 동아리 지원 활성화’, ‘고교 선택과목 수 확대’, ‘고등학생 대상 취업 안내 사이트 구축’, ‘학생자치 활동 활성화등을 제안했습니다. 학생들이 제안한 것들을 보면 모두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내용이었습니다. 평소에 주위를 잘 관찰하고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제안한 내용 중에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도 있고, 더 숙성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학습격차 해결과 고교학점제 정착 등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교육감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학습격차는 늘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이를 더 심화시키면서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이죠. 사실 학습격차 문제는 불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원격수업 상황에서 취약 계층에 있는 학생이 학습지원이나 돌봄에서 불리한 환경에 놓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강원도교육청은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소집단 교과 보충학습, 학습 컨설팅, 심리지원 프로그램, 장애학생 맞춤형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예산이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아이들의 학습과 정서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예산이 얼마가 들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고교학점제는 방향은 맞지만, 현재 일정대로 정착이 가능할지 의구심도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와 정시확대라는, 어울리지 않는 정책이 같이 추진되는 것도 우려됩니다. 다양한 강좌를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 부전공 연수 등이 필요하고 학교 내 소규모 수업에 맞는 공간도 확보해야 하는 등 선결 과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준비해야 고교학점제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육감님의 삶의 소신과 교육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생들을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 땀을 흘려라. 이웃을 위해 눈물을 흘려라. 정의를 위해 피를 흘려라. 물론 학생들이 피 흘리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불의와 부정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살아온 과정이 제 소신을 보여줍니다. 비민주적 교육제도에 저항하다 해직되었고, 주도적으로 제도를 바꾸기 위해 교육위원을 거쳐 교육감으로 활동했습니다. 제가 꿈꾸는 교육은 간단합니다.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는 교육,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 우리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 배려와 협력을 실천하는 민주 시민으로 자라는 교육, 돈 안 들고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를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강원교육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박금현 기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박금현 기자

 

현 교육의 현안과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교육감님의 생각과 정책제언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구 감소와 코로나19를 함께 겪고 있는 지금을 교육 대전환기라고 합니다. 미래사회에 대비해 교육 시스템과 체질을 바꿀 기회라는 것이죠. 출생률 0.84라는 상황에서 얼마나 소중한 아이들입니까? 이 아이들을 무의미한 경쟁으로 내몰아서는 안 되고 한 명 한 명을 성숙한 시민으로 키워야 합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려면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고 교원을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 논리만 앞세워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입시 제도를 고치는 것도 더 미룰 수 없습니다. 지금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그것이 과연 생산적인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합니다. 대학은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하기는 어렵게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입니다. 당장 어렵다면 창의성을 갉아먹고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어렵게 하는 수능의 영향력이라도 줄여야 합니다.

 

강원도 지역 특집을 맞아 학생들과 교육관계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우리 강원도 학생들을 비롯한 교육구성원 여러분, 2년 동안 지속된 코로나 상황에서 견디어 내시느라 참 고생하셨습니다. 우리가 안정적으로 전면 등교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헌신 덕분입니다. 마스크와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너무도 안타깝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마스크 너머에는 배려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손잡고 작은 힘을 모아 이 난관을 헤쳐 온 것처럼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성장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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