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로 ‘마음의 감기’ 치료하는 명의(名醫)
인술로 ‘마음의 감기’ 치료하는 명의(名醫)
  • 박성래
  • 승인 2015.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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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최근 통념적으로 ‘의술(醫術)’과 ‘인술(仁術)’을 달리 구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술은 국어사전에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 의술을 이르는 말’로 정의돼 있다. 그러니까 인술이라는 말은 원래부터 그 자체가 의술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마음의 감기’를 치료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그는 의술과 인술을 따로 구분하는 법이 없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인데, ‘모든 환자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 교수는 우울증이 치료와 상담 등을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한 질환임을 인식시키고, 환자들에게 ‘굿리스너(good listner)’를 자처한다. 나아가 우울증 치료 이후 사회복귀에 대한 두려움과 위축을 느끼는 이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1. 정신건강 위한 의미 있는 ‘한 길’을 걷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울증 명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는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흡하던 90년대 초반에 이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에 우울증센터를 개소, 직접 소장을 맡아오면서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 인물이다.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정신작용약물유전체센터> 소장과 <우울증임상연구센터> ‘한국인 우울증 표준치료지침개발’ 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더불어 우울증센터에서는 한국인의 우울증 척도를 정립해 유전체의 유형에 따라 약물을 선정하는 맞춤치료가 부분적으로 진행 중에 있는데 향후 혈액의 유전적 소인을 검토해 특성에 맞는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완성시켜 맞춤치료의 보편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지난 2011년 세계정신의학협회(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WPA) ‘Zone 17’ 대표에 당선된 이 교수는 3년여의 임기를 성실히 수행하고 2014년 9월 연임에 성공했다. WPA가 세계 117개국 20만 명 이상의 정신과 의사를 대표하는 협회이며, ‘Zone 17’은 한국을 비롯해 동북아시아 6개국을 포함한다는 것에 비춰봤을 때, 이 교수의 활동은 세계에 대한민국 정신의학의 기준과 수준을 격상시킨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시작된 시기보다 앞서 센터를 개소한 이후, 2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울증에 대한 시선들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1993년 우울증센터를 만들었고, 공식적으로 국가의 지원이 시작된 건 그로부터 10년 후 입니다. 당시 병원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죠. 우울증이 병이냐는 의견과 함께 ‘누구나 우울해지지 않아?’라며 우울증을 약으로 치료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5~6년 전부터 우울증의 실체를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지만, 갈 길은 멀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우울증 환자 중 95%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통계 결과가 있습니다.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에요. '우울증은 정신병이니까 낫지 않아'라는 식의 편견이 없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계몽이 절실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한국인의 우울증 척도'를 정립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척도를 토대로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는 ’맞춤치료‘도 개발 중이라고요?
“우울이라는 특성은 신체증상이 뒤따르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백척도 해밀턴척도 등에는 이에 대한 문항이 적었죠. 그래서 전국의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할 때 가장 잘 나타나는 증상을 모아 문항을 작성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백척도와 비교해 봤는데 전혀 손색이 없고, 우울증센터에 오는 분들께 적용해 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전적 소인을 나타내는 스닙(SNP)을 검토해서 환자 특성에 맞는 약을 데이터베이스화했으며 이들을 토대로 우울증 환자가 내원했을 때 최적의 약물을 찾는 맞춤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진단도 중요하지만 환자 개개인에 있어 서로 다른 환경과 증상을 어떻게 치료하느냐가 관건인 시대입니다. 물론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저마다의 전문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바라는 길이 곧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세계 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열 가지’ 중 우울중이 네 번째로 꼽혔습니다. 다른 질병에 비해 무서운 점은 무엇입니까?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인류를 가장 괴롭히는, 정상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질병 1위 내지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상당히 흔하다는 위험성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전파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대여섯 명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처럼, 가정주부가 우울증에 걸리면 남편이나 자녀들을 챙겨주지 못하니까 가족구성원들의 마음도 상당히 우울해지고 가라앉게 됩니다. 또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될 경우 ‘나만 없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울증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며, 자각증상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살다보면 수시로 슬프고 울적한 기분 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기분만 느끼는 건 ‘우울감’이고, 우울장애는 이러한 기분이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자신의 역할수행이 불가능하게 된 때를 말합니다. 자가진단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우울증 척도로도 손쉽게 체크해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각증상은 ‘나의 생활이 달라진다. 하루하루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진짜 우울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들어가서 그것조차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2. ‘진정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연구는 계속된다
이민수 교수의 하루는 움직임으로 시작된다. 일과 시간까지 여유를 두고 기상한 그는 해야 할 리스트를 살핀다. 하루 일정을 파악한 뒤에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스트레칭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한다. 일찍 하루를 열면 그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지기 마련이다. 오늘도 하루 스케줄을 확인하면서 인터뷰에 대한 기대감으로 옷장 속 붉은 넥타이를 골랐다는 그는 바쁜 업무가운데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생동감을 잃지 않았다. 더불어 ‘계획은 실천을 위한 시작이다’라는 소신을 바탕으로 인술을 펼치기 위한 그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정’보다 ‘사명감’에 눈을 돌린 그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로서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스트레스 해소는 전문가로서 환자에게 충실하기 위한 노력과도 연계됩니다. 일단 저는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걷고 있어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은 3시간 이상을 걷는데, 어쩔 땐 차라리 잠을 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그럴 때 일수록 더 충전이 되고, 살아있는 이유를 느낍니다. 환자가 아니더라도 슬프고 괴로운 감정에 직면한다면 밖으로 나가서 움직여보세요. 고민하지 말고 조금만 움직여서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면 대부분 해결 됩니다.” 

△시대가 급변함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직업적 특성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우울증 치료에 매진하다 보니 ‘아픈 사람들을 건강하게 치료하면 그것으로 내 소임을 다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 해답으로 ‘진정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연구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과거에 인생을 2막이라고 표현했다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현 시대는 3막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3막이라는 상황만 밝혀냈지, 그 길에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는 갖춰지지 못한 상태죠. 결국 길어진 인생의 길목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후대에게 위즈덤(wisdom)이라는 지혜를 남겨주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은 무엇입니까?
“세상을 살다보면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다양한 문제 앞에 놓이게 됩니다. 이 모든 문제를 없앨 수 없다면,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치료하고 유지할 때 몸과 마음의 아름다운 조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어느 가정이나 생활하다보면 생활쓰레기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쓰레기가 싫다고 하루에 알약 하나씩 먹고 살아간다면 그 삶이 과연 행복할까요? 스트레스나 여러 가지 처한 문제들에서 오는 괴로움은  나의 의지를 강하게도 하고, 약하게도 하는 것이지 결과적으로 적(敵)은 아님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쓰레기를 줄일지언정 굳이 없애려하지 않는다면 더불어서 친구가 되는 겁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는 ‘정신’과 관련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건강이라는 전체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신체와 정신이 50:50이 아니라 어느 쪽 하나가 1%가 모자라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때 어떤 것을 우위에 둬야 할까요? 정답은 없어요.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누구라도 결코 정신이 신체보다 하위가 되어도 무관하다는 것에 동의할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할 지 한번 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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