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속 위대함’, 33년 간의 기록이 선사하는 꿈의 씨앗
‘평범함 속 위대함’, 33년 간의 기록이 선사하는 꿈의 씨앗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8.07.03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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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위대함이다.” 33년 간 교직에 몸담으며 함진홍 회장은 평범함의 위대함을 아이들에게 전해왔다. 그 과정에서 느낀 교육현장의 개선점을 담은 저서 <교무수첩 33, 사람이 먼저인 교육을 외치다>와 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한 행보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을 향한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뜨겁다.

창의교육연구회 함진홍 회장
창의교육연구회 함진홍 회장

 

33권의 교무수첩에 담긴 사람이 먼저인 교육

고등학교 미술교사로서 보낸 33, 함진홍 회장은 사람이 먼저인 교육실현에 앞장서왔다. 그가 한 권도 빠짐없이 간직하고 있는 33권의 교무수첩에는 학생들과의 시간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함 회장은 교직생활에서 얻은 소회를 사회에 전하고자 <교무수첩 33, 사람이 먼저인 교육을 외치다>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 어느 곳보다 열렬히 활동하고 있는 학교 현장이지만 정작 학교가 어떤지,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에서다.

“33권의 교무수첩 안에는 제가 있고, 아이들이 있고, 학교가 있고, 교실이 있습니다. 이번 책 발간을 통해 교무수첩 속에 고스란히 담긴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에의 열의를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출간의 이유는 단 하나, 제자들에 있다. ‘학교는 이런 곳이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정작 입시에만 매달리고 있기에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껴온 까닭이다. 그런 그가 펼쳐낸 <교무수첩 33, 사람이 먼저인 교육을 외치다>에는 교육 현장에서 찾아낸 문제점들과 이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수 위주의 입시일변도 교육커리큘럼에 창의성과 학업 흥미를 불어넣어줄 교과목을 강화하고, 담임교사의 업무부담을 덜어줄 부담임 교사제도의 전면적 실시 등 다양한 개선점을 제시한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부수적인 일들이 너무도 많아 이를 포기하게 되는 교사의 현실을 해결해 소통이 가능해진다면 교내에서 일어날 다양한 문제들이 예방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그다.

평교사로 33년을 지내는 동안 가장 안타까움을 느낀 건 소통입니다. 학교 시스템이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사, 교사와 관리자 간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학교를 바라보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조언을 통합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편 함 회장은 출간을 기념하며 공감 북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기획에서부터 진행, 촬영,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제자들과 함께했기에 더욱 뜻 깊다. 함 회장은 일반적인 출판기념회를 넘어 이 책을 왜 썼는지,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며 북 콘서트를 통해 그간 구상해오던 교육 정책들을 다시금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 콘서트에 전해진 제자들의 목소리는 자리를 한층 훈훈하게 만들었다. 교직 생활 중 2/3가 넘는 시간을 학생부 선생님으로 지냈기에 마귀’, ‘귀신이라는 별명이 뒤따를 정도로 제자들에게는 엄격하고 무서운 선생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 깔린 제자들에게 대한 애정은 제자들에게도 전해졌다. 엄격한 지도 속에서도 온기를 느꼈기에 지금까지도 선생님을 찾고 있다며 고백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함 회장에게도 커다란 감동을 남겼다.

 

교육현장의 변화 만들어가는 창의교육연구회

지난 2017년 교편을 내려놓은 함진홍 회장은 창의교육연구회를 창립, 교육계의 다양한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육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7년 결성된 이래 매주 정기모임을 가지며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인성교육을 진행하는 등 지역과의 소통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초중고 전현직 교사부터 제자, 학부모, 대학교수, 체육미술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창의교육연구회는 창의적인 수업모형을 개발하거나 현장 교육실태 조사 등의 활동을 통한 교육 관련 정책 마련을 목표로 한다.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교육 정책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교육 개선을 이루어내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교육은 결코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사회 전반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함 회장의 의지가 깃들어있다.

무엇보다 함 회장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충분한 체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다.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놀이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체험하는 동안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레 깨닫게 되며,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성교육까지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교과서를 벗어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퍼즐 등 다양한 교구를 통해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유초등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초등 과정에서 꿈의 씨앗을 심은 후 중등 과정에서는 이를 발아시키고, 고등 과정에서는 본격적으로 거름을 주며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배우지 못한 인성과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그렇기에 학교는 개개인의 차별성을 인정하되 그 차별성 속에서 차별 없는 교육, 즉 적성과 능력에 맞는 선택적 수업 과정을 제공해야 하죠.”

물을 아껴쓰자’, ‘생명은 소중하다’, ‘불은 위험하다라는 가르침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에 대한 답이다. 메마른 강바닥과 처참한 화재현장을 직접 목격한 아이는 따로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고 이를 실천하게 된다. 이는 함 회장이 어린 시절 더 많은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재능과 흥미를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는 학교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사회가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회장이 지적하는 교육현장의 또 다른 문제는 의욕을 잃은 아이들이다. 이는 아직 재능과 흥미를 찾지 못한 아이들보다 더욱 변화시키기 어려운 아이들이기도 하다. 그는 치밀한 상담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초등학교 내 전문상담교사를 늘려야 함을 역설했다. 보다 전문적이며 세밀한 상담을 통해 아이들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의 안타까운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이 전해졌다.

 

마라토너이자 산악인, 시인이자 미술가체험하고 실천하는 삶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습니다.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며 교육에 대한 저만의 철학을 다듬고자 합니다.”

다양한 체험의 힘에 대한 함진홍 회장의 믿음은 그의 삶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라토너로서, 산악인으로서, 시인으로서, 미술가로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그다. 몸이 약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함 회장에게 마라톤과 등산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발이 부어서 구두를 신지 못할 정도였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의 도전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체력이 늘어남을 느낄 무렵 하프마라톤에 성공하고, 이어 풀코스 마라톤을 수십 번 완주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울트라 마라톤(100km)에까지 그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를 위해 함 회장은 10km를 매일 쉬지 않고 한 달 간 연습하며 극한에의 도전을 준비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함은 물론 제자들에게 한 사람의 기개와 도전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현재까지도 동호회 활동을 통해 마라톤 대회장으로서 대회를 개최하거나 초청선수로 참여하는 등 마라톤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울트라 마라톤을 하면서 깨달은 바는 어떠한 말로도 설명할 수 없어요. 제 인생의 축소판이 곧 울트라 마라톤이죠. 이걸 해내면 못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기 6개월 전 함 회장은 뇌에 있는 동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10시간에 걸친 수술에 이어 6개월 이상의 회복 기간이 걸렸다. 수술을 받은 후에도 휴직이나 휴가를 내지 않고 가발을 쓴 채 자리를 지켰다. 해야 할 일은 해내고야 마는 그의 성격 탓이다. 그는 다른 선생님에게 끼칠 피해와 학생들이 느낄 빈자리를 생각하며 자신의 할 바를 성실히 수행해냈다. 함 회장은 마라톤 외에도 지리산과 설악산을 각 50회 이상 종주하고, 영남알프스 환종주 5코스를 완등하는 등 꾸준함을 통해 여전사라는 별칭을 얻어냈다. 시와 수필로 문단에 등단한 그는 소장도서 1,200권을 남일고, 한국조형예술고, 남산고 등 근무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장애인이나 다문화와 관련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학생과 소통하는 학교, 학생이 즐거운 학교

학교는 아이들이 오고 싶은 곳이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역시 즐거워야 하죠. 학교에서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을 키웠으면 합니다.”

교단에서 느껴온 갈증들을 창의교육연구회를 통해 정책적으로 정리해온 함진홍 회장은 6.13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며 이를 현장에서 풀어내기 위한 또 다른 등정에 나선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포옹하며 웃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33년 동안의 염원을 담은 행보다. 그는 결코 쉬운 꿈도, 계획도 아니지만 그간의 경험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평범함 속에서 위대함을보이는 교사이길 바라던 그가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내민 도전장이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33년 간 학생들과 함께하며 느낀 문제점들을 이번 저서를 통해 정리했죠. 문제점을 안다면 답을 찾는 것은 너무나 쉽습니다.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보다 나은 학교 현장으로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는 진정한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지자체 등 유관기관은 물론 학부모, 지역 공동체가 함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어른이 변화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변화를 보여준다며, 가정에서부터 먼저 아이를 사랑으로 다독일 것을 당부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진심어린 관심과 관찰을 통한 칭찬은 아이를 변하게 할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였다. 칭찬을 통한 발전은 아이의 인성함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환경과 정서가 완전히 다른 요즘의 아이들에게 옛 교육방식을 도입한다면 당연히 소통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를 살피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죠. 특히 자아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이를 속단하기보다 아이를 관찰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 찾아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

평범함 속 위대함을 선보이겠다는 함 회장의 의지는 새로운 교육 정책으로, 제자들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로 결실 맺고 있었다. 그간의 경험과 의지로 갈고닦은 새로운 정책으로 교육현장의 변화를 주문하는 함 회장의 목소리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꿈의 씨앗을 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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