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수학으로 고지도를 분석하여 고려 서경 평양 위치를 찾다
세계최초 수학으로 고지도를 분석하여 고려 서경 평양 위치를 찾다
  • 정이레 기자
  • 승인 2018.01.05 12: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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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이 남겨 놓은 고지도를 통해서 선조들이 통치했던 영토를 확인할 수 있을까. 인하대학교 최규흥 교수는 고지도에 위상수학과 기하학, 대역 기하학 등 수학적 개념을 도입해 고려의 영토를 재조명했다. 고려가 압록강 이남의 조그만 영토를 가진 소국이 아닌 고구려 영토의 중요 지역을 대부분 통치했던 나라였음이 새롭게 인식되는 순간이다.

군산대학교 정택선 교수(좌),인하대학교 최규흥 명예교수(우)
군산대학교 정택선 교수(좌),인하대학교 최규흥 명예교수(우)

한국 최초로 미분방정식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에 논문 게재한 수학자

인하대학교 최규흥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마친 후 젊은 수학교수 사이에서 활발히 연구한 수학자다. 1989년 초 발표한 논문이 미국 수학 논문집 ‘Differential and Integral Equations'에 게재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후 30년 간 최 교수는 아내인 군산대학교 정택선 교수와 함께 위상수학적 방법을 사용한 경계값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1992년에는 미분방정식(편미분방정식 포함)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지로 인정받는 ‘Journal of Differential Equations'에 논문 ’An application of variational reduction method to a nonlinear wave equation‘(정택선 교수 공저)을 게재하며 또 한 번 이름을 알렸다. 당시 ‘Journal of Differential Equations'에 논문을 게재한 것은 한국 수학자 중 최초였다. 최 교수는 그간 150여 편의 논문을 출간해 왔지만 ‘Journal of Differential Equations'에서 논문을 발표한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영예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갓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1989년 당시 국제 수학연맹은 한국의 수학 수준을 Group2(4단계)로 평가했다. 국제학술회의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한국 수학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현재 한국의 지위는 2007Group4(2단계)로 상승, 세계 랭킹 10위권에 다다른 상태다. 최 교수를 비롯한 동료 수학자들이 일구어낸 성과다.

제가 주 연구 영역인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공학과 생물학, 물리학, 의학 등의 발달에 도움을 주고, 이들 분야의 발달은 수학에 새로운 이론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선순환을 이루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위상 수학적 방법으로 고지도를 다시 보다

현재 최규흥 교수는 연구재단과 함께 위상 수학적 방법을 활용한 비선형 경계값 문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 교수는 지난해 8월 이근호의 한국사를 움직인 100대 사건(2011, 청아출판사)‘에서 서경 평양성 고지도를 발견하여 고지도 연구를 시작하며 이 연구도 재단 연구과제에 포함시켰다. 이 책에서 평양성 고지도 둘레에 흐르는 강을 북한 평양의 대동강이라 설명하고 있었지만, 최 교수는 해당 지역이 북한 평양이 아님을 위상수학적 감각으로 확인했다. 해당 지역이 중국 요양시 궁장령구라는 사실을 위상수학적 방법, 기하학적 방법, 대역 기하학적 방법에 의해 분석하며 증명해냈다. 평소 그가 갖고 있던 고려의 영토에 대한 지식이 위상수학적 지식과 수리 논리에 의해 완전히 뒤 바뀐 것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 번역본에 제시되어 있는 통일 신라의 영토 역시 최 교수가 그간 알고 있던 지식과는 달랐다. 최 교수는 정택선 교수와 함께 위상수학을 활용하여 고지도 분석하고 고려 서경 평양 위치 확인이라는 주제의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저의 수학적 증명을 확인하기 위해 세종대왕의 어명으로 정인지가 쓴 고려사의 지리 부분을 탐독했습니다. 고려사는 고려가 고구려의 중요 지역을 대부분 통치한 대국임을 말해주고 있었죠. 그간 고려가 압록강 이남의 조그만 영토를 가진 소국이라 인지해 온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습니다.”

고려사 제5(고전연구실, 1997)의 지리부분 304~532쪽에는 조양진(朝陽鎭)에서는 태조 13년에 마산에 성을 쌓았다. 양암진(陽岩鎭)에는 태조 21년에 성을 쌓았다. 수덕진(樹德鎭)에는 성종 2년에 성을 쌓았다. 안융진(安戎鎭)에는 광종 25년에 성을 쌓았다, 통해현(通海縣)에는 태조 17년에 성을 쌓았다와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지명들은 한반도에 존재하지 않는 지명들로, 요령성 지도의 서쪽 경계선 부근에 조양시 마산 이 위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요양에서 서쪽으로 약 500리쯤 떨어진 곳이다.

수학을 활용해서 평양부와 평양성의 고지도를 분석하고 고려 서경 평양이 요양시 궁장령구라 밝혔다.

개성에서 북한 평양까지는 약 300리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기마술이 뛰어났던 태조 왕건은 한나절이면 다다랐죠. 말을 못타는 왕이라 할지라도 마차로 3일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고려사 세가 편에는 고려의 모든 왕들은 거의 매년 수일에서부터 3개월 이상 서경에서 국가를 경영했음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서경으로 출발 후 짧게는 7, 길게는 32일이 지나서야 도착했음을 비추어볼 때 개경과 서경은 상당히 먼 거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지도 속 평양부와 현재의 평양은 전혀 다른 지역임을 확인

지난해 11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고지도편에서 고려 왕건 시대의 평양부 고지도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려조나 조선조의 위상도는 지도를 제작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지도의 방위가 변화합니다. 지도에 영역을 나누고 부호를 붙여 평양부의 위상도와 현재의 북한 평양 근방의 실제 지도를 비교했습니다.”

최규흥 교수는 고려 초 평양부 고지도와 북한 평양의 지도가 대동강이라고 칭하는 두 강의 비교에 위상 수학적 방법을 적용했다. 고지도의 대동강에서 오른쪽 상단 안쪽에는 1개의 섬이 그려져 있는데, 이 영역의 강물로 이루어진 영역을 이라 하면 섬 1개가 빠지므로 이 영역의 평면 위상의 종수(genus) 이 된다. 한편, 북한 평양의 대동강에서 오른쪽 상단 내부에는 2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이 영역의 강물로 이루어진 영역을 이라 하면 섬 2개가 빠지므로 이 영역의 평면 위상의 종수(genus) 이다. 위상수학적 동형을 판단하기 위해 두 영역의 종수를 비교하면 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고지도의 오른쪽 강 상류지역( )과 북한 평양 지도의 오른쪽 강 상류지역( )은 같은 지역의 지도가 아니다. 고지도 평양부의 대동강에서 왼쪽 하단 부분 안쪽에는 5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이 영역에서 강물로 이루어진 부분을 이라 하면 섬 5개가 빠지므로 이 영역의 평면 위상의 종수(genus) 이다. 한편, 북한 평양의 대동강에서 왼쪽 하단 안쪽에는 두루섬을 포함해서 4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이 영역의 강물로 이루어진 부분을 이라 하면 섬 4개가 빠지므로 이 영역의 평면 위상의 종수(genus) 이다. 고지도에는 두루섬처럼 근방의 섬보다 상대적으로 큰 섬도 그려져 있지 않다. 위상수학적 동형을 판단하기위하여 두 영역의 종수를 비교하면 이다. 따라서 고지도의 왼쪽 강 하류지역 과 북한 평양 지도의 왼쪽 강 하류지역 은 같은 지역의 지도가 아니다. 최 교수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고지도와 현재 북한의 대동강은 같은 강이 아님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두 지도 간 지류 비교 및 3차원 기하학적 방법에 의한 비교 등의 방법으로 두 지도가 일치하지 않음을 규명했다. 고지도에는 1번 강과 5번 강이 그려져 있지만 북한 평양 지도에서는 1번 강과 5번 강에 해당하는 강을 찾을 수 없다. 2번 강과 3번 강 사이 산을 많이 그려 넣은 고지도와 달리 북한 평양 지도에서는 2번 강과 3번 강 사이에 산이 별로 없다는 점 역시 두 지도의 차이점이다. 또한 고지도에는 3번 강의 지류 3-1, 3-2, 3-3이 있고, 지류 사이 산이 많이 그려져 있지만 북한 평양 지도에서는 3번 강은 대응이 가능하나 지류 3-1, 3-2, 3-3 주변에 그려 넣을 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이러한 산과 강을 3차원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고려 초 평양부와 북한 평양은 같은 지역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묘청의 서경 평양성 고지도(1135)와 고려 초 평양부 고지도(920)을 분석하는 논문 두 편을 완성해낸 그다.

평양부의 위상도는 묘청의 서경 평양성 고지도보다 훨씬 자세하게 큰 강과 지류, 지류의 지류, 강 속 섬들을 위상적으로 그려놓았습니다. 지도 해석을 위해서는 옛 선조들이 현대식 방위 개념과 기하학적 거리 관념을 우선시하기보다 각 위치의 위상 관계를 중시하는 지도를 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즉 중국 요양시 동쪽 지역의 태자하(太子河)에서 좌측에 한하(寒河), 우측에 탕하(湯河)를 두고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면서 위상기하학적으로 지도를 제작하면 고려초 평양부 고지도가 완성됩니다(그림 1 참조).”

위상수학에서는 두 평면 도형이 동형임을 판정하기 위해 종수(genus)'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최 교수는 지도 해석에 있어 종수 개념을 사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요령성 요양시 궁장령구의 모습을 선조들이 위상적으로 그리면 고려 초 평양부 지도가 완성됨을 확인했다. 최 교수는 고려 초 평양부 고지도와 묘청의 고려 서경 평양성 분석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지식과의 차이점이 상당함을 발견했다. 그는 수학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향후 고지도 분석에 더욱 무게를 싣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학적 분석으로 고지도를 새롭게 규명해 나갈 것

“1983년 인하대 수학과 전임교수로 부임하면서 수학 교육과 수학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4년 인하대 수학교육과로 옮기며 수학 교육에 매진하다 지난해 교수를 졸업했죠.”

최규흥 교수는 그간 수학 연구와 수학 교육에 푹 빠져있었지만 최근에는 고지도 연구에 더 많은 방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수학회 평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향후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겠다는 다짐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가을 학술회의에서는 묘청의 고지도에 대한 수학적 분석과 함께 실제 평양성 위치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저희 집에는 박사가 4명 있습니다. 저의 영원한 수학 공동 연구자 정택선 박사와 제 아들 최승호 공학박사, 그리고 며느리 박나영 식품영양학 박사죠. 최승호 박사는 최근 생체 나노 구조에서의 앤더슨 응집 현상의 독창적 연구로 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최 교수는 한국의 교수들이 많은 강의 부담을 지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의 시수가 많으면 자연스레 연구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가 교수로 재직하던 1983년부터 1987년까지는 1주일 강의 시수가 20시간이 넘어 학기 중 연구가 불가능에 가깝기도 했다. 그는 1990년을 경계로 강의 기본 시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현재까지 연구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기적에 가까운 이야기라 토로했다.

연구를 열심히 하는 교수들에게 강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학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암기와 문제 푸는 훈련이 대학교육에서도 주를 이루는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는 창의성을 키우기 힘듭니다. 실력에 비해 창조력이 약한 셈이죠. 현재와 같은 교육 방식으로는 1억 명 중 100~1,000등 사이의 인재를 많이 길러낼 수 있겠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재 배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지도에서 찾은 새로운 사실은 최 교수를 고지도 분석에 매료시켰다. 한국 수학연구의 선구자로서 최 교수가 그간 닦아온 학문적 성과들은 고지도 분석에 새로이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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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실 2019-02-26 20:07:42
위대한 발견을 겨우 대중서중에서도 아주 초보적인 청아 출판사 서적에서 찾다니 너무도 황당하군요..ㅎㅎ 이런 논문을 학회지에 실린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나라의 쪽팔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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