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길 축산환경관리원장 [사진=축산환경관리원]](https://cdn.monthlypeople.com/news/photo/202510/701510_703145_92.jpg)
국내 축산업이 전례 없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악취와 가축분뇨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동물복지와 탄소중립까지 요구받는 축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근본적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연간 5천만 톤에 달하는 가축분뇨 처리 문제는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기존의 퇴비화, 액비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드러나면서, 고체연료나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산업 전반의 변화 속에서 축산인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30여 년간 축산 현장을 지켜본 축산환경관리원 문홍길 원장은 “축산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산업에서 환경을 살리는 순환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진단한다. 축산업계의 현실 진단부터 미래 전략까지,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방향을 짚어봤다.
이번 기획 인터뷰로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인사 말씀과 더불어 30여 년간 축산분야를 이끌어오신 원장님 및 축산환경관리원에 관한 개괄적인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축산환경관리원 문홍길 원장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가축 영양학을 전공한 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30여 년간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1월부터 축산환경관리원 원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축산환경관리원은 「가축분뇨법」 제38조의2를 근거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지속가능한 축산환경 조성과 축산악취 저감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한 축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희는 국내 유일한 축산환경 개선 전담기관으로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선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을 위한 축산농장 인증 및 지정 사업을 진행하며, 현장 중심의 악취저감 컨설팅과 축산환경 교육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학비료 사용 저감을 위한 경축순환농업 확산에 힘쓰고 있으며, 축산분야 탄소중립 체계 구축에도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저감 차원에서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고체연료나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저메탄사료, 질소저감사료 급여 등을 지원하여 환경친화적인 축산업을 알리고 교육하는 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축산환경 분야 국가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을 통한 국가단위 양분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축산환경관리원이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았는데요. 지난 10년간의 주요 성과와 의미 있는 변화, 그리고 축산환경개선 전담기관으로서 현재 수행하고 있는 핵심 사업들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지속가능한 축산환경 조성과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한 축산기반 마련을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퇴비화와 액비화를 통해 가축분뇨의 자원화율을 높이는 한편, 점차 어려워지는 퇴·액비 활용 여건을 고려해 고체연료나 바이오가스 등 처리방식을 다각화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환경 분야에서 10년이라는 기간이 ‘성과’를 언급하기에는 다소 짧다고 생각하여, 창립 10주년을 계기로 ‘성찰과 도약’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산업이 직면한 과제도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축산과 환경에 관한 관심과 우려, 그리고 축산환경관리원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지난 10년을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국내 유일의 축산환경개선 전담기관으로서 저희의 주요 사업을 부서별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원혁신부’는 가축분뇨의 친환경 처리 및 이용 사업을 담당합니다. 공동자원화 시설의 선정·평가·관리를 비롯해 경축순환농업 활성화, 가축분뇨를 활용한 고체연료·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가축분 퇴비의 수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환경친화부’는 환경친화 농장 인증 및 저탄소 축산활동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깨끗한축산농장·환경친화축산농장·동물복지축산농장’의 지정·인증과 사후관리, 저탄소 농업프로그램 운영과 저탄소 축산물 인증농장 사후관리를 진행합니다. ‘농장지원부’는 악취 개선을 위한 농장 컨설팅과 축산환경 인재 양성을 담당합니다. 축산악취개선사업과 축산환경컨설턴트 및 저탄소 축산물 인증심사원 양성, 축산환경 온·오프라인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업기반부’는 데이터 통계 및 시험분석 업무를 수행합니다. 전국 단위 축산환경 조사 및 분석 데이터 제공, ICT를 활용한 축산환경 정보 수집·분석, 가축분뇨 처리시설 및 관련기술 평가와 정보 제공, 가축분뇨 유래 양분정보 구축 및 관리계획 수립, 비점오염 저감 교육 및 홍보, 수질·비료 분야 시료채취 및 분석 등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축산환경관리원은 함께하고 있는 기업 및 기관과 단체의 종사자와 교육·연구자들과의 소통과 업무협업을 위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희가 추진하는 대외 소통과 협업의 핵심은 상생에 있습니다. 각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상주식회사와의 협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축산환경관리원은 ‘깨끗한 축산농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 9월 기준으로 7,714호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건강한 식문화를 중시하는 대상주식회사와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기업 참여 확대를 목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대상주식회사는 축산농가의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한 시설개선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고, 이렇게 조성된 깨끗한 축산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을 전량 유통하게 됩니다. 특히 깨끗한 축산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은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활용되고 있어 의미가 더욱 큽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부산경남양돈협동조합과의 협업이 있습니다. 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깨끗한 축산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로 브랜드를 출시하고 유통판매를 지원하는 협력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축산업은 우리의 먹거리를 지키는 중요한 산업입니다. 이에 축산환경관리원은 가축분뇨 처리, 악취 저감, 축산농가 환경 개선,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축산업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축산농가 환경 개선에도 적극 앞장서며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요. 그렇다면 원장님께서는 현장에서 느끼시는 가장 시급한 과제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축산농가, 정부, 관련 기관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정부와 현장, 관련 기관 간의 원활한 협력을 위한 매개자이자 조정자, 그리고 촉진자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와 현장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널리 확산시키는 한편,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바라보며, 보여주기식이 아닌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소통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축산업계에서는 효율성과 환경 관리의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기술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축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데이터의 체계적인 수집과 관리가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축산환경관리원에서는 축산환경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해 AI나 IoT 기술 도입 과정에서 어떤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축산환경 관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정확한 데이터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에 축산환경관리원은 축산분야 탄소중립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축산환경조사를 처음 실시했습니다. 주요 축종인 한·육우, 젖소, 돼지, 닭, 오리 농가 약 10만호와 가축분뇨처리시설 약 900개소를 전수조사해 사육두수, 분뇨 발생 및 처리량, 에너지 사용 현황 등 축산환경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했습니다. 이 자료는 축산환경 개선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앞으로 5년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중간에는 표본조사를 통해 자료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일부 축산농가나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에 악취 측정 ICT 장비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농가 및 지자체에 제공함으로써 축산악취 저감을 위한 사전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축산환경 관련 데이터의 수집·분석 및 디지털 기술 활용 측면에서 초기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향후 IoT 및 AI를 활용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수집과 상황별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친환경적인 가축사육환경 조성과 가축분뇨의 효율적 자원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에 함께해 온 축산환경관리원이 앞으로 어떤 기관으로 자리하고 싶은지, 향후 기관의 목표와 방향성에 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축산환경관리원은 현재 정규직원 55명, 총예산 약 100억 원으로 운영되는 비용 효과적인 기관입니다. 평균 연령 37세의 젊은 임직원들이 열정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3년 연속 청렴기관 선정과 지난 5년간(2021~2025년) 평균 1.7%의 낮은 퇴사율은 저희가 건전하고 우수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기관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더 큰 책임감과 진정성을 갖고 지속가능한 축산환경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축산환경 관리,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적 접근,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축산업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의 전반적인 환경문제에 대해 과학적이고 정책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농업농촌의 성장엔진으로 발전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해 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현장의 축산인들과 젊은 세대 축산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나 격려와 당부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혁신해 나가야 합니다. 현재 축산업 현장은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악취 등 환경에 대한 일반 국민의 요구는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고, 동물복지나 생산성 향상 등에 관한 사회적 압박과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축산인 스스로가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축산인과 일반 국민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사육과 분뇨 처리방식의 도입은 필수적입니다. 더 나아가 가축분뇨를 더 이상 처리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고체연료나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자원화한다면 오히려 환경을 살리는 순환경제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노력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축산환경관리원은 축산인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정책 개발과 기술 적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가축분뇨를 고체연료와 바이오가스로 전환하고, ICT와 AI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며,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통한 친환경 축산물 유통 체계를 확산시키는 일들이 단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축산환경관리원이 추진하는 경축순환농업과 탄소중립 정책은 축산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민간기업과의 협업 모델처럼 기업과 축산농가,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구조가 확산된다면 축산업은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가축분뇨가 환경오염의 주범에서 순환경제의 핵심 자원으로 인식이 바뀌고, 축산농가들이 친환경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며, 관련 정책과 제도가 현장 중심으로 개선되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국내 축산업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