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교 니어솔루션 대표
정영교 니어솔루션 대표

물류 산업은 지금 거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서 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IoT, 그리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의 발전은 공급망 관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단순 반복적 노동에서 고부가가치 지식 노동으로의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기술 도입의 속도는 글로벌 경쟁 구도와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혁신의 수용을 넘어, 기존 산업 구조와 인력 운영 체계 전반에 복합적인 고민을 던지고 있다. 효율성, 안정성, 비용 최적화라는 전통적 과제에 더해 작업 프로세스와 직무의 재구성, 기술 적응 속도의 불균형, 그리고 이에 따른 전문성 부족과 업무 방식 재정의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외 선도 물류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WES(Warehouse Execution System)와 로봇을 결합해 운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컨대, AI 알고리즘은 피킹 경로를 자동 최적화하여 인력 동선을 줄이고, 로봇은 야간 및 고위험 작업에 투입되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성 15~20% 향상, 인건비 절감, 안전사고 감소라는 성과가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성과 이면에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기존 숙련 인력의 역할 축소와 재교육 필요성이다. 현장 직원들은 더 이상 단순 작업자가 아니라, AI·로봇과 협업하며 시스템을 관리하는 오퍼레이터로 변모해야 한다.

둘째, 기술 도입 및 유지·보수 비용의 상승이다. 초기 도입 비용을 넘어, 지속적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데이터 품질 관리, 사이버 보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장과 경영진의 시각 차이도 엄연히 존재하고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다.

경영진은 ROI와 KPI 중심의 수치를 통해 기술 도입을 바라보지만, 현장은 “적응 속도”와 “작업 방식의 변화”라는 현실적 과제에 직면한다.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하면, 첨단 기술이 오히려 생산성 저하나 조직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기술의 효과성은 인적 역량, 교육 체계, 조직문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AI와 로봇은 강력한 도구이나, 불확실성의 완전한 제거자는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공급망 충격, 정치·경제적 변수, 고객 수요의 급변 등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기술=해답”이라는 단순 공식은 성립하지 않으며, 기술+전문가 역량의 결합이 진정한 경쟁력으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물류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는 시대, 최종적 해답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다.

새로운 전문가는 단순히 현재의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신기술에 대한 지속적 탐구, 산업 변화를 읽어내는 분석력, 그리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력을 겸비해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지적 호기심은 단순한 개인의 자질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조건이다.

결국 물류 현장의 고민과 해답은 기술적 진보와 함께, 전문가로 성장하려는 개인의 노력과 집단적 학습 체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AI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시대. 그 전환기에 우리는 각자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재 정의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변혁의 파고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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