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OECD 규제정책평가에서 대한민국은 최초로 주요 평가 분야인 규제영향분석(RIA)과 사후평가 분야에서 1위, 새롭게 도입된 투명성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체계적이고 선진화된 규제정책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새 정부의 규제합리화는 ‘경제·산업 도약’, 그리고 ‘민생·안전과 공정·상생’ 두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규제개선 과정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도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 체감형 규제혁신과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을 동시에 달성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 30년간 국무조정실에서 국민과 기업의 불편을 듣고, 규제개선을 위해 국정 전반을 총괄해온 손동균 실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소개와 함께 독자분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손동균입니다. 저는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국정운영기관인 국무조정실에서 30년을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규제조정실장으로 부임하였고, 범정부 규제정책을 총괄하며 국민 불편을 덜고 기업부담을 완화하는 규제합리화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황당규제 공모전으로 국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는 규제를 찾아 개선하는 적극적인 사업을 펼쳤는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규제총괄정책관이던 2023년, 황당규제 공모전을 처음 개최한 뒤 현재 규제조정실장으로서 올해까지 총 3차례 공모전을 진행해왔습니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 생활 속 불합리한 규제를 제안·개선하는 행사인 만큼,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큽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덕분에 이제는 명실상부한 ‘민생 규제개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개선 사례가 나왔습니다. 첫 회였던 2023년 1차 공모전에서는 ‘아동급식바우처’ 제도의 불편을 해소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식료품을 살 수 있는 카드였지만, 봉투는 구입할 수 없어 식료품을 그대로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를 개선해 봉투도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024년에는 산후조리 도우미 지원사업을 손질했습니다. 기존에는 시어머니가 자격증을 갖고 주소지가 다르면 정부 지원이 가능했지만, 친정어머니는 자격증이 있어도 직계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불가했습니다. 공모전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복지부가 즉시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올해 7월 열린 제3차 공모전에서는 시골 지역의 지역상품권 사용처 확대(하나로마트 사용 허용), 그리고 장애인분들이 기차역 무인 발매기에서도 할인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 등이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규제개선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관계부처와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군사규제를 극복했던 ‘전남지역(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 사례입니다. 이 사업은 2035년까지 해외 등 민간자본 48조 원을 투입해 총 26개 단지, 8.2GW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해상풍력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핵심이지만, 주민 수용성, 복잡한 인허가(30여 건, 10개 기관), 그리고 군 작전성과 관련된 제한이 발목을 잡았고, 기본계획 수립부터 상업운전까지 10년 이상 소요되어 실제 보급률이 저조했습니다. 특히 발전기 대형화 추세에 따라, 높이가 250m에 달하면서 군 레이더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체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는 사업 주관기업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을 초래함은 물론, 해외투자사 이탈 등으로 국제소송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해상풍력이 단순한 발전사업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관계기관 이견 조정에 뛰어들었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민·관·군이 머리를 맞대고 수십여 회 회의 끝에 이견을 조정하고 대안을 마련해 냈습니다. 그리고 모든 관계기관이 대안을 이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의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규제 장벽을 극복한 ‘전남지역(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올해 5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전남해상풍력 1단지’(0.9GW, 약 9조 원 투자)를 시작으로, 나머지 25개 사업도 계획에 따라 진행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대규모 민간투자가 지역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규제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새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합리화 방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 정부의 규제합리화는 “경제·산업 도약”, 그리고 “민생·안전과 공정·상생” 두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우선, AI·바이오헬스 등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핵심 신산업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규제를 전면 유예하는 ‘규제 제로화’를 추진하고, 3·3·5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규제샌드박스 전 주기 통합관리,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규제특례를 설계하고 중앙정부가 정책패키지를 제공하는 대규모 메가특구 신설, 대통령 중심의 컨트롤타워 운영 등을 통해 신기술·신산업의 성장 토대를 선제적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국민 생활과 밀접한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소상공인·취약계층의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생명·안전 규제는 한층 강화할 예정입니다. 과거의 규제완화가 주로 기업부담 완화와 투자 촉진에 집중했다면, 최근의 규제합리화는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 사회적 안전사고 등을 교훈 삼아 생명·안전규제는 강화하여 국민을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규제개선 과정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새 정부 규제합리화의 주요 특징입니다. 국민·경제 단체 등 모든 규제애로와 건의사항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총괄 처리하고 현장방문과 소통을 통해 규제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AI를 활용한 규제정보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기업이 다양한 규제정보를 일상생활과 기업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새 정부는 국민 체감형 규제혁신과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을 동시에 달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 3·3·5 성장 : 인공지능(AI) 3대강국 실현, 잠재성장률 3% 달성, 세계 주요 5개국(G5) 진입
신사업·신기술 혁신의 실험장인 규제샌드박스 운영 현황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규제로 인해 시장 진입이 어려운 신기술·신산업 분야에 실증과 시장출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9년에 도입한 제도입니다. 현재 ICT융합, 산업융합, 규제자유특구 등 8개 분야 규제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도 도입 이후 6년이 지난 현재, 약 2천여 건의 사업승인, 490여 건의 규제개선을 통해 약 24조 원의 투자유치, 약 1조9천억 원의 매출, 약 2만5천 명의 고용 창출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14개 시도에 42개의 규제자유특구와 7개의 글로벌혁신특구를 지정하여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규제샌드박스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경북 배터리 리사이클링,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 자율주행 배송로봇의 도로주행 허용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도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의 경우, 전기차 폐배터리 관련 법적 기준이 없어서 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2019년 규제샌드박스 허용을 통해 실증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실증사업 진행 중 신속한 법령정비를 추진하여 이차전지 업체의 불확실성을 해소했습니다. 이 사업을 계기로 전주기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을 통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지역 일자리 및 투자유치 견인 등 지역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개선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24.8월)하여 동일·유사사업 패스트트랙, 특례 부여시 부가조건 최소화, 표준화된 안전성 검증방식 마련 등을 통해 심의, 실증, 법령정비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였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을 개정(‘24.12월 시행)하여 규제샌드박스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나 규제부처 갈등 사항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였습니다. 국가 전략적 추진이 필요한 과제는 정부가 먼저 제안하고 특례를 허용하는 top-down 방식의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도 신규로 추진하여 금융권 망분리, 데이터안심구역 내 데이터 개방·활용 등 5개 과제를 선정하여 추진 중입니다. 또 올해는 규제샌드박스 운영의 효율성·일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 운영에 통일적으로 적용할 범부처 공통운영지침을 마련(’25.4월)하였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사업자 간담회 등을 수시로 개최하면서 규제샌드박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규제샌드박스를 성과 중심으로 레벨업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규제샌드박스가 임시적 특례가 아니라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영구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며, 기업들이 규제에 막히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고도화해 나가겠습니다.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샌드박스 컨트롤타워 신설 등을 본격화하고 있는 부분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규제샌드박스는 다양한 신기술의 테스트배드로 활용되어 신속한 시장 출시 지원 등 성과를 창출하였으나, 그간 부처별 분절화된 운영에 따른 기업 불편이 지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를 해소하고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성과 중심 규제샌드박스 레벨업’을 목표로 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신청-심의-실증-법령정비-상용화 전주기를 통합 관리할 계획입니다.
현재 규제샌드박스 통합관리 체계와 8개 개별법으로 각각 분산되어 있는 규제 특례 운영 기준 및 절차 등을 통일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가칭)규제샌드박스 운영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마련과 병행해서 규제샌드박스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여 총리실의 책임·관리에 따라 규제샌드박스 주관부처는 심의 및 실증을 신속 처리하고, 사업의 상용화를 위한 기업 지원을 강화하여 기업에 대한 서비스를 일괄 지원하겠습니다.
개별 규제샌드박스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다부처 관련 과제, 현 8개 분야 미포함 과제, 기업이 재심의를 요청한 과제 등에 대해 직접 특례를 부여, 추진하기 위해 총리실에 별도의 전략기획형 샌드박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략기획형 샌드박스는 범부처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상위 개념의 샌드박스로서, 국가 산업적 측면에서 필요한 굵직한 덩어리 과제, 이해관계자 갈등과제 등은 top-down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제협력 측면에서 2024 OECD 규제정책평가 성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2024 OECD 규제정책평가에서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주요 평가 분야 중 두 분야에서 1위를, 그리고 새롭게 도입된 투명성 지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체계적이고 선진화된 규제정책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은 규제영향분석, 사후평가, 이해관계자 참여라는 세 핵심 분야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규제영향분석(RIA)과 사후평가 분야에서 1위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사전에 비용·편익을 철저히 검토하고, 도입된 규제가 실제 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규제 신설·개정 시 이해관계자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들도 잘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규제개혁신문고, 입법예고, 규제샌드박스 등은 국민과 기업이 규제 도입 초기부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열려 있고,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제약은 실증특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2024년에 처음 도입된 ‘투명성 지표’에서 법률과 하위법령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규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고 체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규제정보포털과 정부입법지원센터를 통해 규제 현황, 신설 규제 등을 사전에 공개하고 있으며, 행정절차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공청회 확대 등 국민의 정책 참여 기회를 강화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평가는 단순히 규제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참여적인 규제 운영체계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장님께서 공직자로서 걸어오신 철학과 신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규제총괄과장, 규제총괄정책관을 거쳐 규제조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규제조정실에서 근무하며 느낀 것은, 규제조정실은 국가와 국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심판자’이자 ‘중재자’라는 것입니다. 국민의 삶에 불필요한 짐이 되는 규제를 찾아 제3자의 눈으로 풀어내고, 그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그 성과로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모든 부처가 규제 완화를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제도와 절차를 바꾸는 일은 그만큼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저는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설득과 협의를 통해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답을 찾으려 합니다.
‘국민이 좋아할 만한 정책은 끝까지 설득해 현실로 만든다.’ 이것이 제가 공직자로서 지켜온 신념입니다. 규제 하나를 고치는 일은 작아 보여도, 누군가의 하루와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음을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의 규제합리화에 대해 국민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규제합리화는 규제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불편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완화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불필요한,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공정한 시장 조성과 생명, 안전을 위한 규제는 강화해야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원칙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앞으로도 규제조정실은 현장에서 직접 듣고,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며, 꼭 필요한 규제는 더 단단히 세우겠습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규제합리화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