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 총괄팀장 ⓒ 박금현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 총괄팀장 ⓒ 박금현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2015년 핀테크가 글로벌 훈풍을 타며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한국핀테크지원센터를 TF 형태로 설립했다. 이후 핀테크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높아지자 2018년도에 「핀테크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센터를 사단법인의 형태의 상설기관으로 전환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팀은 기업의 신청, 접수, 심사, 지정, 서비스 개시, 테스트, 규제개선까지 약 4년에서 5년 반이 걸리는 일련의 시간 동안 현황을 따라가고,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료요구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역할을 수행해왔다. 2023년 4월부터는 ‘핀테크 종합 지원실’을 마련하여 핀테크 기업의 창업 및 경영 관련 애로사항 등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샌드박스 신청부터 지정 전·후까지 전문가가 자문하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성하는 등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혁신의 문이 열릴 때까지 최일선에서 기업과 함께하고 있는 성백규 총괄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독자들에게 인사와 더불어서 팀장님과 규제샌드박스 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서 금융규제 샌드박스 업무를 담당해 오고 있는 성백규 팀장입니다. 2019년 1월 16일에 입사 후, 약 7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규제샌드박스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특히 제도 초기에는 약 1년 4개월간 금융위 샌드박스팀에 파견을 나가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닦는 데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기업이 금융 관련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때 관련 규제의 특례를 신청 및 지정 후 시범적으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지정된 기업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금융당국은 금융안전성 및 소비자보호와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금융 소비자는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2016년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한 제도입니다. 그 당시 영국은 금융허브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유럽 내 핀테크 중심국으로 남기 위해 조금 더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유럽 전체의 핀테크 스타트업 중 절반 가까이가 영국에 있을 정도로 혁신 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기존의 엄격하고 정형화된 금융규제 체계 안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신기술과 혁신 서비스의 시장 진입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후 이 제도를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이 도입하였고 대한민국은 2019년 4월에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약 70여개국이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그 어떤 나라보다도 시장의 관심과 기업들의 신청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체계 아래에 움츠려있던 변화의 요구가 표출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청된 서비스 중 현재까지 829건이 지정되어 기업과 국민들의 금융 환경에 많은 혁신과 편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제도를 대하는 기업들의 꾸준한 관심과 금융당국 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5명으로 구성된 저희 샌드박스팀원들의 노고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기업이 제출한 서비스의 신청, 접수, 심사, 지정, 서비스 개시, 테스트, 규제개선, 시장 안착까지 약 4년에서 5년 반이 걸리는 일련의 시간 동안 현황을 따라가고, 이슈를 모니터링하고, 기업 및 금융당국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국회 요구자료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해왔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큰 제도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면서도 서비스와 기술을 이해하고 균형감 있게 업무를 해야 하기에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하는 자세로 일을 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한국 정부의 디지털 금융 정책 변화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금융당국이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 온 디지털 금융 정책은 그 하나하나가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우선 2013~2015년도는 디지털 금융의 태동기로 핀테크라는 키워드가 글로벌 훈풍을 타고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화두가 된 해입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핀테크 출범의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2015~2017년도는 발전기로 핀테크와 기존 금융 산업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시기였습니다. 이때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비대면 실명인증 도입 등 금융 서비스의 사용환경에 효용감 있는 혁신을 적용한 때였습니다. 2017~2019년도는 성숙기로 디지털 금융 가속화를 위해 행정 조직, 예산, 제도를 구축하는 시기였습니다. 이 당시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였는데, 조직 내에 금융혁신기획단(現 디지털금융정책관)을 만들어 실행하였습니다. 또한,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법적 기반이 되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핀테크 지원사업 예산이 마련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20~현재는 확장기의 시기로 타이틀을 붙이고 싶은데요,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을 모든 금융 영역에서 확장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세계 최초로 전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법제화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행했고, 오픈뱅킹을 도입하였습니다. 현재는 클라우드 및 망분리 규제 개선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가상자산, 디지털 화폐, STO 제도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물론, 지난 10여 년간 핀테크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한 핀테크 혁신펀드의 운용 금액도 지속적으로 증진시켜 왔습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주요 사업과 역할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센터는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지원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으로 2015년도에 TF 형태로 설립되었고, 이후 핀테크 산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높아지자 2018년도에 사단법인 형태의 상설기관으로 전환하였습니다.

금융위원회의 디지털금융총괄과가 핀테크 지원 정책과 예산을 마련한다면, 센터는 이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예산을 받아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센터 사업에 대한 소개를 조금 더 드리겠습니다.

크게 4가지 영역의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첫째. 금융규제 샌드박스처럼 금융 혁신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는 ‘디지털 금융혁신 지원사업’, 둘째. 공간지원, 보육, 멘토링, 교육 등 중·소 핀테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핀테크 기업 육성 지원사업’, 셋째. 컨설팅, 번역, 현지 조사연구 등 해외진출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전시 참가를 지원하는 ‘해외 진출 지원사업’, 넷째. 코리아 핀테크 위크 행사 개최 및 산업 동향 보고서 발간처럼 핀테크 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핀테크 기반 구축 사업’입니다. 이 4가지 사업 안에는 세부적으로 약 30개가량의 개별 사업들이 마련되어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을 촘촘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 총괄팀장 ⓒ 박금현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 총괄팀장 ⓒ 박금현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핀테크 서비스의 고도화와 금융산업의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컨설팅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들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관련 연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핀테크 서비스들의 큰 흐름은 번들링과 언번들링을 지나 리번들링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점은 명확한 비즈니스 컨셉과 엣지 포인트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서비스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불어 기존의 B2C에서 나아가 B2B향 사업 모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 과정에서 AI 기술과의 접목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2019년도부터 현재까지 매주 10개사 안팎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부터 빅테크, 핀테크 기업까지 정말 다양한 소속과 업권의 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내에 있는 금융 관련 기업과 스타트업 모두를 만난 것은 아니지만, 각 영역에서의 주요 기업들과 라이징 기업은 컨설팅을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과정에서 유·무형의 자료가 축적되다보니 서비스 또는 업권별, 시기별 규제 애로사항을 인지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금융당국의 규제정책 의도나 방향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컨설팅은 단순히 묻고 답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기업을 세우고 서비스를 고안하게 된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는 시간이며 이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에 봉착했고, 이 상황을 타개할 여러 옵션 값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액션의 범위를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때문에 회사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시간이라는 점을 항상 인지하고 있으며, 신청해주신 분들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은 크게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일반 컨설팅입니다. 이것은 샌드박스 업무 담당자와 사내 변호사가 제도 절차 및 운영 과정, 신청서 작성 방법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 드리는 컨설팅입니다. 둘째. 핀테크 현장자문단 컨설팅입니다. 이것은 금융감독원의 현직자 분들이 센터로 출장을 오셔서 핀테크 기업들에 금융감독원 담당자 관점에서의 의견을 전달해주시는 컨설팅입니다. 이것은 기업들 입장에서 금융당국 분들의 시각과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셋째. 전문지원단 컨설팅입니다. 컨설팅을 보다 깊이 있고 실효성 있게 제공해드리기 위해 센터는 2023년 4월, ‘핀테크 종합 지원실’을 마련하여 핀테크 기업의 창업 및 경영 관련 애로사항 등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샌드박스 신청부터 지정 전·후까지 전문가가 자문하는 맞춤형 컨설팅 지원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컨설팅 법인, 법무법인, 특허법인, 연구기관, 민간회사 등에서 약 60여 명의 전문가 풀을 구성하여 기업의 상황과 신청 내용에 최적화된 컨설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핀테크 기업의 신청 내용을 검토하여 ①창업지원, ②경영일반, ③사업화 지원, ④샌드박스 컨설팅 등으로 1차 분류를 하고, 2차로 사업모델을 분석하여 ①금융 서비스, ②데이터, ③금융기술, ④경영관리 분야에서의 전문가를 연계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전문가분들의 컨설팅 비용은 전액 센터가 부담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컨설팅 지원을 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인가요?

새롭게 구상하시거나 현재 영위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설명, 그리고 관련하여 어떤 배경에서 어떤 질문이 있으신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컨설팅을 진행하기 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답변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어진 컨설팅 시간 동안 사실관계 이해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해결책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데 시간을 더욱 사용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합니다.

 

최근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현상을 보면, 대형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소 핀테크 기업이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테스트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아쉬움이 많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운영 초기에는 우수한 핀테크 기업들이 메기 역할을 해주어 금융시장에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어 줄것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도운영 초반 1~2년차에는 중·소 핀테크 기업들의 지정건수가 금융회사보다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도운영의 해가 거듭될수록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의 지정 비중이 높아져 갔는데 이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제안된 신청 내용을 검토하는 금융당국 실무자분들이 제도에 대한 업무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지정 눈높이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융회사나 빅테크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구상하는 능력이나 기업 영위역량 및 재무상태가 열악한 중·소 핀테크 기업들의 지정 소구력이 약하게 보여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의 신청 및 지정 경험이 쌓이면서 잘 준비되고 잘 쓰여진 신청서가 접수되고 있고요.

또 다른 이유로는 신규 서비스의 제안 수요 차이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은 지금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비례해서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도 다양합니다. 그만큼 규제 특례를 받아 개선하고 혁신할 거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중·소 핀테크 기업들은 단일 사업모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업의 생존이 우선이기에 규제 특례를 받으면서까지 신규 아이디어를 추진할 여력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신청 건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정 건수도 비례해서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면 관계상 크게 두 가지로 말씀을 드리고,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조금은 완화할 수 있을까 고민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우선 본 업무를 하면서 금융당국 분들과 직·간접적인 소통을 해보면 정말 바쁘신 상황에서도 검토 사안에 대해 깊고 넓게 생각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신청서비스에 대해 검토하고 신청한 회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행정의 수혜자 측면에 대한 배려와 고민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동일행위, 동일기준, 동일규제‘의 대 원칙상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검토의 눈높이를 낮춰달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닌, ’핀테크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다른 창업의 영역과 달리 금융분야에서의 창업은 매출과 수익의 성과가 나오기까지 조금 오래 걸립니다. 때문에 효과가 크고 혁신성이 뛰어난 제안을 하는 핀테크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현황의 열악함을 근거로 하여 기업의 영위역량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양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센터도 앞서 언급드린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핀테크 기업들이 ’잘 준비되고 잘 쓰여진 신청서‘를 완성하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B2C 서비스 영역이 빅테크 기업발 과포화 및 수요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하에 다음 두 가지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첫째. 금융회사와의 협업지원 강화입니다. 이를 위해 약 40여 개 금융회사를 한자리에서 만나 B2B 협업 모델을 제안할 수 있는 ’금융회사·핀테크 기업 상호 만남(Meet-up) 행사‘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있으며 협업 매칭 비율은 약 75%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둘째. 해외 진출 지원 강화입니다. 해외 진출 방법론에 있어서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만,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기에 보다 실질적인 결과가 산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단순히 지정 건수나 출시 건수, 투자 유치금액 등을 말씀드리는 것보다 주요 서비스가 국민들의 삶에 어떻게 녹아들어져 갔는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서학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해외주식 소수점 투자 서비스’는 30개 증권사를 통해 1,100만 명이 누적 거래대금 20조 원을 기록할 만큼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또한,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는 3개사를 통해 300만 명이 이용, 전자금융거래법 개정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출성, 보장성, 예금성, 투자성 상품 등의 비교·추천 서비스를 활성화하여 비대면으로 최적의 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 여행시 외화포인트를 선물할 수 있게 한 서비스, 선불충전금과 은행의 요구불계좌를 연동하여 이자를 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 등을 국민 체감형 서비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렇듯 가장 큰 변화는 규제 때문에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실행하지 못하던 과거의 환경에서, 이제는 ‘샌드박스로 한번 시도는 해보자!‘하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목표는 지정된 서비스가 테스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필요성이 인정될 시 규제정비까지 완료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과거의 규율이 우리 시대에 맞춰 바뀌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지정된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건들의 규제정비가 많이 진행되었고,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는 금융당국 관계자분들이 힘들게 고민하고 노력해주신 결과입니다.

 

올해 금융 규제혁신의 추진 방향이나 새롭게 도입되는 내용이 있을까요?

우선 금융규제 샌드박스만으로만 좁혀서 말씀드리면 올해 상반기에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상에 명시된 ’배타적 운영권‘을 구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하였습니다. 이것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가 금융 관련 법령상 정식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 인·허가 등을 받은 경우, 일정 기간 우선권을 주어 금융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올해 처음 그 사례가 발생하게 되어 구체적인 ①발생요건, ②존속기한 산정을 위한 절차와 기준, ③발생 범위, ④공시 시스템, ⑤침해 시 보호 조치 요구 등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비욘드 샌드박스(Beyond SANDBOX) 추진 등 핀테크 스케일업 지원을 위한 실행 방안이 구체화 될 예정입니다.

한편, 금융위원회의 3대 핵심목표인 시장안정, 민생회복, 금융혁신 중 금융혁신 영역에서는 각 금융 업권별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하되, 특히 자본시장 선진화와 디지털 전환, AI 활용, 가상자산 시장 규율 추진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 총괄팀장 ⓒ 박금현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성백규 한국핀테크지원센터 금융규제샌드박스 총괄팀장 ⓒ 박금현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최근 미국을 필두로한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 디지털 화폐 도입, RWA 등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 및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실행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놀랐습니다. 여러 경제적, 정치적, 미·중 패권전쟁의 전략적 이유로 생각됩니다.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크립토 산업의 발전,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결합, 제도화 등 여러 각도에서 금융 환경에 큰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3년도에 「MiCA」를 통해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EU는 이미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은 최근 가상자산 관련 3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가까운 싱가포르, 홍콩, 일본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기회로 맞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 관련 제도화를 진행하였습니다.

사실, 대한민국도 조심스럽지만 꾸준하게 논의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2018년 1월 중요 이벤트 발생 이후, 4년의 시간이 지나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 2023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디지털 자산 산업이 제도권 금융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두 법은 규율을 통해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법이 아닌, 디지털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 방지업무 의무를 부여하고 불공정거래 방지 및 투자자 재산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자산 업계가 느끼는 시간은 여전히 2018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한편으로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동시에 금융당국에서는 2019년도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각투자 서비스 테스트를 해왔고, 동 제도를 활용해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7곳이 CBDC 사업에 대한 1단계 실증테스트를 올해 4~6월까지 완료했습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가상자산 위원회를 개최하여 관련 논의를 진행하였고, 올해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상·하반기로 나눠 대상 기관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일반법인의 전면적 시장참여는 외환·세제 등 관련 제도 정비 완료 후 허용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올해 6월 새로운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정 주요 과제 중, 경제성장전략의 일환으로 디지털자산 영역에서 ’디지털자산 규율체계 마련 및 현물 ETF 제도화‘를 과제 목표로 발표한 이후부터 관련 논의가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재 의원 입법안은 나왔고 정부 입법안이 곧 나올 예정이므로 의견 조율 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 등의 과정을 거치면 글로벌 변화의 물결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을 알리는 공개 행사를 하는 모습(2019.01.16)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을 알리는 공개 행사를 하는 모습(2019.01.16)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실무를 접하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도의 바람직한 발전과 기업의 성장을 위한 팀장님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7년간 규제 개선을 희망하는 많은 기업들을 만나고, 한편으로 그러한 희망을 검토하시는 금융당국 분들과 소통하면서 양쪽의 관점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금융당국 분들께 부탁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인데, 방식의 장단점을 떠나 우리나라가 걸어온 경제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최선의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기업이 시장을 혁신하는 지금의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이러한 규제 방식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유효한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늘 있습니다. 바뀌기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접근 방식과 스탠스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 전 세계 7개 국가만 달성했다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들어갔습니다(3050클럽). 추격경제 역사에서는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신냉전 시대가 개막된 지금부터는 선도경제 전환이 요원하지 않으면 국가의 성장이 녹록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하향된 0.8%입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규제를 혁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잘 활용하면 정책의 사전검증 장치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정된 기업을 신뢰하고 부가조건을 조금 더 완화해 주어, 보다 자유로운 테스트가 진행될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활용을 고민하시는 기업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수년간 발생한 핀테크 혁신, 디지털 금융 혁신은 금융 소비자의 접근성 확대, 더 빠르고 쉬운 정산 체결, 낮은 거래 비용 달성 등 높은 효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절차적 혁신이 주이지만, 아주 가끔 파괴적 혁신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 검증되지 않은 혁신의 위험에 대한 규제 당국의 우려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즉, 혁신과 위험의 균형 사이에서 의사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담당자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 그 이상의 것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시스템상에서 새로운 기술과 방식은 매력적인 장점을 약속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험을 내포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레거시 금융회사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는 혁신을 촉진함과 동시에 위험을 관리하고 피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규제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일과 기존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도전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나가려고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되었다고 해서 위너도 아니며, 지정되지 못했다고 해서 루저도 아닙니다. 언제든지 상황과 입장은 바뀔 수 있고, 피보팅을 통해 보다 새로운 기회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업무를 하며 실제 이러한 사례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초기의 의지가 살아 있는지 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씀을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이 업무를 7년 넘게 하면서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 업권의 금융 서비스를 공부할 수 있었고, 과거의 규율이 현재의 상황을 따라오지 못해 발생하는 규제 공백에 대해서도 몸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금융회사, 빅테크 기업, 핀테크 기업 가릴 것 없이 우리 국민들에게 더 좋은 금융 서비스와 편리한 방식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신청서를 들고 찾아오시는 반짝거리는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드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금융을 혁신하고 글로벌 금융 경쟁력 강화에 작게나마 일조하는 것이라는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완벽한 제도는 없기에 금융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시장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제도를 개선해 왔으며, 국무조정실에서도 규제혁신 정책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기업의 접점에 있는 실무자로서 기업들의 바람이 정책을 수립하는 의사결정자 분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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