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인물]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학술 프로그램 ‘크라프트 서밋 1’이 회담장을 꽉 채운 가운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여름이 다시 온 듯 30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진 6일 오후 2시, 세계 각국의 정상급 큐레이터와 작가, 디자이너 등 공예 관련 전문가들이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8동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건 다름 아닌,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학술 프로그램 ‘크라프트 서밋 1’, 글로벌 공예도시 청주가 마련한 이름 그대로 공예분야의 정상회담이다.
강재영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비롯해 동경예대 아키모토 유지 명예교수, 루쉰 미술대학 구츠나 미와 교수, 독립큐레이터 왕 이웬,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 중인 스튜디오 더스 댓의 케빈 루프, 역시 본전시 참여작가인 서도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올 비엔날레의 주제인 ‘사물의 지도’를 두고 열띤 담론의 장이 벌어졌다.
기조연설을 맡은 아키모토 유지 동경예대 교수는 자신이 기획해 2021년과 2022년 개최한 ‘GO FOR KOUGEI’를 사례로 ‘공예에서 전개한 예술’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일반적으로 공예적인 것의 본질은 ‘소재와 기술’이라 여긴다고 짚은 그는 장인정신으로 대변되는 ‘뛰어난 기술’과 반대 의미의 ‘서투름’으로 양분되는 판에 박힌 가치 축을 해체해야 공예를 현대예술의 마이너 혹은 하위 분류로 평가하는 계층의식이 변하고, 공예를 축으로 예술 전반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루쉰미술대학 구츠나 미와 교수는 동아시아 근대미술을 전공한 입장에서 보면 공예적 요소를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인 현대 미술작품에 특히 여백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여백이 바로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가치고 아시아 현대공예의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라고 되짚었다.
특히 왕 이웬 큐레이터는 200년 이상의 도자기 제조 역사를 가진 대만 잉거, 싼샤 지구 예술도시를 사례로 공예 중심의 도시 계획과 지역사회 개발이 이룬 성과를 들려주면서 공예도시 청주가 나아갈 길에 대한 의미 있는 좌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공예 정상회담에도 발제자들은 물론 참여한 관람객까지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과 진지함으로 공예비엔날레 학술 프로그램의 위상과 필요성을 입증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렇게 공예에 대한 시각을 고찰하고 깊이 있게 담론을 나누는 장이 된다는 점에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갖는 국제적 영향력이 남다르다”며, “공예도시 청주가 새로운 공예론을 지속해서 발굴해 세계공예문화의 메카이자 허브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크라프트 서밋은 오는 21일 오후 1시 문화제조창 본관 5층 공연장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이어간다. ‘크라프트 서밋 2’의 주제는 ‘Next 문화도시,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향해’로 이배용 초대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케빈 머레이 세계공예가협회 부회장, 토시오 오히 일본 문화청 장관 자문위원 등이 참석해 공예로 지역을 살린 도시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문화도시 청주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