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옥 작가 - 아홉 겹의 커튼 속에 마침내 찾아낸 삶의 보석
양향옥 작가 - 아홉 겹의 커튼 속에 마침내 찾아낸 삶의 보석
  • 박금현
  • 승인 2017.02.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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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행복이란 종착지를 향해 삶을 여행한다. 그 수단이 사랑이든, 봉사든, 일이든, 그 순간순간 얻어내는 가치들이 모여 비로소 행복의 종착지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기자가 만난 양향옥 작가는 그림을 통해 삶의 행복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양 작가가 한지로 그 위에 색을 입히고 다시 씻어 내고 그 위에 다른 한지를 올리는 반복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이 나왔을 때, 인생에서 여러 겹 속에 만난 진정한 ‘삶의 보석’을 찾은 것처럼 말이다.

양향옥 작가

그림은 신비로운 마지막 휴식처

양향옥 작가는 20대 후반 결혼 이후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어느 날, 창밖으로 시원스럽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술을 추구하거나 화가를 꿈꿨던 적도 없었지만 불현 듯 청량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그려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하나였다.

‘빗줄기를 그리고 싶다’는 그의 한마디에 남편은 물심양면으로 미대입시를 지원해주었다. 미술입시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양 작가가 미대입시를 마음먹은 시기는 1985년이었다. 무려 11년을 그는 그림 하나만을 생각하며 공부했고 마침내 1998년에 소원하던 대학에 입학했다.

그림을 마음에 품은 후부터 그에게는 스승인 정치환 교수를 동경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미에 대한 영성,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영성을 가진 교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애쓴 결과 그는 영남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정치환 교수를 만났다. 그렇게 양 작가의 새로운 미술에 대한 문이 열리게 된다.

“교수님께서 저의 그림을 보시고는 ‘색이 너무 강렬하다’라며 우리의 색을 표현하라는 조언과 함께 고민했죠. 그렇게 ‘한지’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정치환 교수는 양 작가에게 ‘우리의 색은 달빛이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색’이라고 말했고 그는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우리의 색을 담아내기 위해 한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지를 화폭에 붙이고 색을 올리고 다시 물을 뿌려 색을 덜어내고 말리고 하는 과정을 10번 이상 반복하면서 마침내 그는 ‘오묘함’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색을 찾아냈다.

일부러 억지로 만들어내는 색이 아니고 반복 속에서 우연히 나타나는 색은 때로는 감추고 때로는 드러내며 마치 꽃이 되기도 하고 우주가 되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양 작가는 자신을 수행했다. 그는 “반복을 통해 마음을 수행하고 생각을 깊게 하며 내 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라며 그림은 자신을 단련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양 작가가 꿈꾸는 그림은 한지보다 더 깊다. 그는 그림을 ‘아홉 겹의 커튼을 걷어내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하며 그림은 신비 그 자체라고 전했다. 아홉 겹의 커튼이란 그에게는 인생의 시간이자 그의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다며, 양 작가의 특별한 작업 세계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하나씩 걷어내고 마침내 찾아내는 작품은 진정한 휴식처이자 신비로운 그림인 것이다.

양 작가의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것이 한지임에는 틀림없다. 감추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예술가로써의 마음을 한지는 가장 잘 이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는 않는다. 한지를 재료로 해서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고 도전할 생각이다.

간혹 누군가 한지 작품이 노동 작업인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을 때 그는 한지는 힘듦을 흡수해 평온하게 만들어주기에 작업하는 동안 오히려 마음이 부드러워진다고 말해준다. 한지의 은은한 아름다움이 그를 더욱 향긋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듯 보였다.

당신이 꽃입니다 (2016, 분채물감, 24×35㎝)

‘엄마의 품’ 같은 작품

양향옥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는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 질듯 한 어머니의 안락함과 편안함이다. 힘든 시간을 거치고 고향집으로 돌아와 엄마를 보자마자 흐르는 눈물, 어머니의 품속에 파고들면 느껴지는 절대적 안식, 무엇이든 용서되고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추구한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작품을 감상한 갤러리들의 의견도 그의 생각과 비슷하다. 그만큼 양 작가가 작품에 자신의 생각을 잘 녹여 놓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는 그림의 영감도 다른 곳에서 찾지 않는다며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을 드려다 보는 것에서 영감은 시작된다고 믿는다. 오랜 집중을 통해 작품에 몰두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몰랐던 모습이 작품 속에 드러난다. 덕분에 양 작가는 작품이 주는 경이로움과 만족감에 푹 빠지게 된다.

작품이 주는 특유의 편안함 덕분에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성당이나 병원 등 안식이 필요한 장소에서 선호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빈 성당에도 작품이 소장될 만큼 양 작가의 실력은 유명하다. 그는 이번에는 작품의 장점을 백분 살려 대구 구치소 종교실을 새 단장했다. 작품에 몰두하면서 재능기부를 엄두내지 못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구치소 종교실 벽지를 한지로 교체하게 되었다. 칙칙한 벽지가 사라지고 양 작가가 직접 도배한 한지 벽지로 벽이 채워지자 구치소는 한결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물론 방 안에는 자신의 작품도 기증했다. 그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끼며 좀 더 밝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구치소에 있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세상에 대한 인식이 밝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양향옥 작가는 자신이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하다가 떠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늘 예술로 소통하고 대중들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그가 추구하는 삶의 최종 목적지는 아마도 사랑인 것 같다. 사랑이 가득한 그의 작품이 더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이 꽃입니다 (2016, 분채물감, 20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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