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제조업의 10.4%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뿌리산업 사업체 수는 현재 총 6만 1천여 개 사로 대부분 국내 주력산업의 2~3차 이하 중소 협력 업체로 수요기업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뿌리산업 종사자 수는 약 73만 명, 총매출액은 250.6조 원 규모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공정산업이기도 하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뿌리산업의 진흥을 위한 정부의 정책 수립과 사업·제도 운영을 지원하도록 2012년 3월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내 위임부서 형태로 설립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는 뿌리산업의 의견과 현황을 청취·조사·분석해서 정부가 실효성 있는 뿌리산업 정책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관련 지원 사업과 제도가 효과적으로 뿌리산업에 보급·확산되도록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뿌리산업의 환경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해 지속적인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예정이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월간인물 4월호 대한민국 제조산업 기획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대한 소개 말씀을 직접 부탁드립니다.
뿌리산업은 뿌리기술을 활용해서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 산업입니다. 뿌리산업을 규정함에 있어서 뿌리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2011년 「뿌리산업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접합, 표면처리, 열처리가 6대 뿌리기술로 먼저 지정되었습니다. 이 6대 뿌리기술은 제조업의 근간이자 핵심공정 기술입니다. 하지만, 뿌리기술은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서가 아닌 제조 과정 중의 공정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화려한 제품의 그늘에 가려져 그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뿌리기술 또는 뿌리산업이라는 이름도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최종 제품에 내재되어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명명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2021년에 뿌리기술의 융복합화 및 첨단화를 위해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제조, 산업용 필름 및 지류 기술이 소재다원화 공정기술로서 뿌리기술에 포함되었으며 로봇, 센서,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설계 기술이 기존 뿌리기술과 연계되는 범위에서 지능화 공정기술로서 뿌리기술에 포함되어 현재의 14대 뿌리기술 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뿌리산업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신산업 창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눈에 띄지 않아 그 중요성을 놓치기도 쉬운 산업이기 때문에, 이를 보전하고 진흥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는 2011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는 매년 뿌리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기업 간담회, 개별기업 현장 방문, 협단체 회의 참석, 설문조사 등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뿌리기업 현황과 애로사항을 수시로 청취하고, 다양한 현안들을 조사·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2년부터 5년마다 산업부와 함께 뿌리산업 지원 정책의 기본이 되는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왔습니다. 2020년 뿌리산업 4.0 경쟁력 강화 마스터 플랜, 2023년 K-뿌리산업 첨단화 전략 등 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립도 함께 지원해왔습니다. 센터의 대표적인 지원사업으로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 및 지원 사업, 제조기반기업 공정자동화 지원사업, 지능형 뿌리공정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 등이 있으며, 운영제도로는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고용추천서 발급,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선정,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 선정, 뿌리기업 명가 선정 등이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뿌리산업의 지속가능한 혁신과 진흥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오셨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성과에 관해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는 뿌리산업의 성장과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뿌리기업 집적지 지원, 뿌리기업 공정개선, 뿌리산업 종사자 자긍심 고취, 뿌리산업 인력양성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뿌리기업들의 집적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뿌리기업들의 자발적인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이 밀집된 단지를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공동활용시설과 공동혁신활동을 지원해주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정·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에서 가장 오래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2023년까지 54개의 단지가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뿌리기업의 수작업 공정이나 재해유발 공정을 대상으로 공정자동화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작업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뿌리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을 운영해왔습니다. 올해부터 명칭이 바뀌어 제조기반기업 공정자동화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59% 이상 향상되었고, 불량률도 67%가량 개선되었으며, 제조원가도 44% 정도 절감되는 등 공정 개선의 효과가 매우 큽니다. 뿐만 아니라, 공정 자동화를 통해서 뿌리기업의 열악했던 작업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을 크게 낮춘다는 점에서 인력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뿌리산업의 오랜 애로사항인 인력부족 문제와 더불어 최근에는 외국인력 고용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저희 센터에서는 뿌리산업이 보다 우수한 E-7-4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 지정 제도를 운영합니다. 해당 제도는 지정된 대학의 D-2 비자 외국인 졸업생 중 우수인력을 뿌리산업에서 E-7-4 외국인 숙련기능 인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현재 13개 학교가 지정되어 있으며, 센터 차원에서 연 2회 기량검증을 실시해서 대상자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는 뿌리기업인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서 ‘뿌리기업 명가’와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선정하여 기업 홍보자료 제작과 정부포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 직원복지 등이 우수한 뿌리기업을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으로 선정하여 기업 홍보자료 제작과 정부포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 선정은 기업 이미지 제고를 통해 신규 인력 채용에 도움이 됩니다. 끝으로, 저희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는 뿌리산업 지원사업에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뿌리기술을 활용하는 뿌리기업이 맞는지를 직접 확인하여 뿌리기업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포함해서 지자체, 협회, 공단 등 타 기관에서 지원하는 사업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뿌리산업을 위한 모든 지원사업이 뿌리기업에 효과적으로 지원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올해 새롭게 준비하고 정책개발 내용이나 진흥 사업, 사업 방향성이 있다면 무엇일지 언급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매년 산업부가 발표하는 뿌리산업 진흥 실행계획에 따라 주요 추진과제들을 빠짐없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뿌리산업 지원에 직접 참여하여 현안을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새로운 접근 방법들을 도출해보고자 합니다. 그 첫 시도로 첨단 뿌리기술 교육·훈련 콘텐츠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맞춘 교육·훈련 과정의 변화로 뿌리기업의 이미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함으로써 이직률을 낮추고, 신규인력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첨단 뿌리기술 교육·훈련 컨텐츠 기획에서는 산업전환과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뿌리기술 과목들을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교육·훈련시키기 위한 다양한 에듀테크가 검토될 예정입니다. 향후 첨단 뿌리기술 교육·훈련 컨텐츠의 기획과 함께 저희 센터가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기반까지 구축하여 뿌리기업은 물론이고, 뿌리산업계 내 교육기관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일관되고 효과적인 첨단 뿌리기술 교육·훈련 컨텐츠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젊은 층의 뿌리산업에 대한 열악한 이미지를 미래지향적 이미지로 전환하고, 뿌리기업 기피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그동안 실제적인 지원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뿌리산업 진흥에 힘써온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저희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의 가치보다는 뿌리산업의 가치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뿌리산업은 임가공 형태만으로도 사업화가 가능할 정도로 철저히 공정 중심의 산업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뿌리기술과 뿌리산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심지어 뿌리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차- 눈에 보이는 소재, 부품, 제품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에 뿌리 공정기술의 중요성은 아예 묻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뿌리기술은 정말로 식물의 ‘뿌리’처럼 간과되기 쉽지만,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핵심 공정기술입니다. 또한,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가장 주요한 공정산업이기에 제조업 전체를 반영하는 모델과도 같은 산업입니다. 뿌리산업은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적 환경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을 합니다. 뿌리산업의 위기는 제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제조업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 나아가 첨단 제조업 육성 방안까지도 우리는 뿌리산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는 이렇게 중요한 뿌리산업이 내·외부 환경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뿌리산업의 전체 종사자 중에서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비중이 68.2%로 상당히 높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6대 기반공정 뿌리산업의 인력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이며 뿌리산업의 성장이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인력부족 문제 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자동화 공정을 도입하여 수작업 중심의 열악한 직무를 자동화 설비를 관리·운영하는 양질의 직무로 바꿔주는 것입니다. 자동화 공정은 작업환경을 개선해 신규 인력의 유입을 조금이나마 촉진하는 기능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희 센터가 운영하는 사업 중 제조기반기업 공정자동화 지원 사업과 지능형 뿌리공정시스템 구축 지원 사업도 최근 인력문제 해소에 무게를 두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뿌리산업의 열악한 이미지가 고착화되면서 자동화 공정의 운영과 관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뿌리기업에는 신규 인력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도 이러한 뿌리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매년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선정하고 있으나, 뿌리산업 전반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올해 첨단 뿌리기술 교육·훈련 콘텐츠 기획을 준비하는 것 또한 뿌리산업의 이미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려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한편, 자동화 공정에도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에 자동화 공정으로 대체되지 못하고, 수작업으로 처리해야 하는 공정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공정에는 기능 인력이 필요한데 대체로 핵심공정이 아니고 정형화되기도 어려우며 노동강도가 높아 내국인력을 고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주조 공정의 후처리나 도금 공정의 랙킹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대체할 만한 신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외국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력 도입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서는 E-9 외국인 근로자를 E-7-4 외국인 숙련기능인력으로 전환하는 제도에 한정하여 뿌리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보다 양질의 외국인력이 뿌리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원사업을 통해 뿌리기업들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매출액이 오르는 수치를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뿌리기업의 대표나 종사자들이 저희의 지원사업에 대해서 높은 만족도 점수를 주실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뿌리기업 대표나 종사자들이 저희 센터를 믿고 현안 등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실 때, 저희 센터가 이제는 뿌리산업의 주요한 구성원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어 그런 시간은 매우 즐겁습니다. 사실 정부의 정책개발 지원과 사업·제도 운영의 대부분은 저희 센터의 연구원들께서 열정을 다해 임해주시는 결과입니다. 뿌리산업에 대한 애정이 많고, 전문성도 높이 쌓이다 보니, 뿌리기업들로부터 칭찬과 감사의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 센터 연구원분들의 노고와 열의에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뿌리산업을 위한 새로운 사업과 제도를 기획하면서 다소 업무가 늘어나게 되는 점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뿌리산업을 위하는 한마음으로 성공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