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내성균 경고음, ‘One-Health’ 입각한 대응책 제시하는 ㈜닥터프로랩
커져가는 내성균 경고음, ‘One-Health’ 입각한 대응책 제시하는 ㈜닥터프로랩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3.02.0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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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인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 및 완화를 위해 투여되는 항균제는 인류가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동시에 내성을 유발해 장기적인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존재해왔다. 닥터프로랩은 다제내성균(multidrug-resistant bacteria, 슈퍼 박테리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진단 키트 및 새로운 항균소재(저해제) 개발에 도전하며 인류가 마주한 항균제 내성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 마련에 나선다.

 

다제내성균 극복 위해 ‘One-Health’ 관점에서의 해법 제시

2019년 설립한 닥터프로랩은 항균제 내성(다제내성균) 극복을 위해 ‘One-Health’ 개념을 도입하고, 항균제 내성 진단키트·현장진단 장비 및 새로운 항균소재(저해제)를 개발하는 등 인류의 생활과 건강 증진을 위한 신약개발과 연구를 진행하는 기업이다. One-Health란 인간·동물·환경의 사이의 상호 의존성에 바탕을 둔 개념이다. 2014년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가축에 사용되는 항균제 30종 중 18종이 사람에게 항균제 내성 세균 전염을 일으키며, 항균제 포함 가축을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과정에서 항균제 내성균 감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인식이 커지며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One-Health의 관점에 입각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처음 발견한 이후 100여 년 간 항생제는 지속 발전해왔다. 점점 더 많은 세균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형태의 광범위 항생제가 개발되는 과정 속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 중 살아남은 균주는 결국 항생제의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항생제의 효과를 차단하는 형태로 지속 발생해왔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균 중에서도 두 개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을 항생제 다제내성균이라 부른다. 일명 슈퍼박테리아다. 항생제 내성은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으로 불리며 세계 공중보건의 주요 문제로 떠올랐다.

다제내성균은 인류의 건강에 있어 거대한 위협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항생제의 부적절한 처방과 오남용이 항생제 내성률을 증가시키며 오히려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다제내성균에 감염되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2016년 영국은 전 세계에서 매년 70만 명이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50년부터는 매년 천만 명이 내성균으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정훈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에 대한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어 항생제가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었다며, 코로나 팬데믹은 다제내성균 문제를 더욱 강화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20203월부터 10월까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의 80%가 항생제를 처방받았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코로나19가 미국 항균제 내성에 미친 영향 2022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병원에서 항균제 내성균에 감염된 사례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2019년 기준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OECD 29개국 중 3위이며, 처방되는 항생제 가운데 26%는 부적정 처방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우리 정부는 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R&D)의 일환으로 항생제 내성균 국가 관리대책 확립을 위한 사람-동물-환경-식품 간 내성기전 및 전파규명 연구개발을 수행하며 항생제 내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및 예방을 통해 국민을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다년간의 신약개발 연구 경험 발판삼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 닥터프로랩

닥터프로랩은 2~30년 가까이 항균제 내성 연구 및 진단 신약 개발에 힘써온 전문 연구진들로 구성된 인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구·기술 기반의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정훈 대표는 닥터프로랩이 항균제 내성유전자 진단키트 및 현장진단 장비와 슈퍼내성균 치료제 개발에 있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비결은 이러한 오랜 연구 경험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한 현재 명지대학교 생명과학정보학과 교수이자 내성유전자 검출 및 작용기전 연구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대표적 연구로 전파성 콜리스틴 내성 신규기작 연구’, ‘슈퍼내성균의 내성유전자를 신속하고 대량으로 검출하는 플랫폼 기술 개발등이 있다. 닥터프로랩은 그간 90편에 달하는 β-lactam 항균제 내성 연구 분야 논문을 기고한 것은 물론 호주 신약개발사 ‘Sanoosa’와 공동연구 및 국제공동연구 기금을 조성 중이다.

닥터프로랩이 제시하는 항균제 내성 극복방법은 슈퍼내성균의 내성유전자에 대한 신속·대량 검출 플랫폼과 슈퍼내성균 치료제(저해제) 개발이다. 무엇보다 내성유전자를 직접 검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항균제 내성 판별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닥터프로랩은 항균제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항균제 내성유전자 진단키트 및 현장진단 장비를 단기간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DNA 기반 검출 방법을 적용한 Large-scale bla detection kit 및 현장진단 장비는 72개의 타이핑(3,000개 이상의 내성유전자 검사) 이상의 내성 유전자 검출이 가능하며, 결과 역시 수시간 내에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장진단 장비의 개발로 진단키트를 활용한 신속·대량 검출이라는 목표를 이루었다. 관련 기술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중국에 특허출원 및 등록을 마쳤다.

슈퍼내성균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닥터프로랩은 오랜 연구 경험을 토대로 관련 제품기술력은 물론 다제내성균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발굴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다제내성균 생성 원인 중 하나인 ‘Carbapenemase’ 생성에 의한 항균제 불활성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X-선 결정학 방법을 이용한 다제내성 단백질 구조의 프로티오믹스 기술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다제내성균 치료제와 관련해 소수 벤처기업에서 화학 측면에서 개발을 중이며, 다제내성 단백질 구조로 프로티오믹스 기술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은 전무한 상태다. 닥터프로랩이 항균제 내성균 매커니즘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해당 기술은 미국 특허를 확보했으며, 기술력 최종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이 대표는 Carbapenemase 생성 다제내성균의 저해 기작을 규명하여 저해제를 개발하는 경우, 기존에 무력화 되었던 100가지 이상의 항균제와 혼용 사용이 가능해 수많은 항균제 개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계에 봉착한 슈퍼내성균 치료제 개발, 사명감과 절실함으로 신약 개발에 도전해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며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거나 신약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하지만 15년 정도 꾸준히 학회에 참석하는 동안 개발된 신약은 불과 2~3종류에 불과해요. 정체기에 이른 상태죠.”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군인들이 부상을 딛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페니실린에 있다. 이후 화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1990년대 후반까지 합성기술에 의한 약물들이 개발되어 왔으나 이후로는 개발 소식이 요원하다. 이정훈 대표는 기술적 한계에 부딪친 시점이라 말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R&D가 필요하나 시장성에 대한 의문과 연구 정체기 등이 맞물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점차 심화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 속 닥터프로랩은 기꺼이 창업에 도전하며 슈퍼내성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1998년에 대학에서 저희 선생님을 만난 이후 함께 명지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항생제 내성에 관한 연구만 지속해왔어요. 선생님이 은퇴 직전까지 꿈꾸셨던 것이 바로 신약개발이었습니다. 저 또한 뜻이 있었죠.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선생님은 연구를, 저는 창업을 해 신약개발을 현실화해보자고 뜻을 모았죠.”

이 대표는 이제는 한국도 독자적 기술로 신약을 개발해야 할 때라 힘주어 말했다. 현재까지 제약업계는 흔히 카피약이라 불리는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치중해왔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높아진데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기술국산화를 이루어야 할 때라 전했다. 닥터프로랩 또한 이러한 인식하에 대한민국 기술의 신약을 개발해 산업의 발전을 선도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개발에도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궁극적으로는 신약개발 관련 연구 자료들을 국내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련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닥터프로랩 이정훈 대표 ⓒ박소연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반드시 필요한, 그러나 사용되지 않아야 할 단 하나의 약을 향해

닥터프로랩이 신약개발에 매달린지 어언 10, 이정훈 대표는 여전히 허들은 높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지난해 말부터는 전임상실험에 들어가는 등 진척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령화될수록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문제의식과 오랜 연구 성과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이 이 대표의 두 다리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그는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류는 포스트 안티바이오틱(antibiotic, 항생제) 시대로 돌아가게 됨을 경고했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오랫동안 연구를 하며 협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아왔습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은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보다 큰 시너지를 가져다주거든요. 저희와 같은 기업이 더 많아져서 서로 협력하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꾸려갔으면 합니다.”

이 대표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바이오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 중에는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충분히 구체화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국내기업이 좌절하거나 관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한, 색안경을 끼고 신의료 기술을 바라보기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해준다면 더 많은 가능성들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 당부했다.

이러한 아쉬움과는 대조적으로 이 대표의 목표는 닥터프로랩이 개발한 슈퍼내성균 치료제가 최대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약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필요에 답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슈퍼내성균 치료제가 사용되는 순간 인류는 다시 새로운 약을 찾아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그는 슈퍼내성균 치료제를 만듦으로써 항생제의 사용 빈도를 줄여 인류가 다시 페니실린만으로 감염 문제를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닥터프로랩의 존재이유라 말했다. 슈퍼내성균의 내성유전자에 대한 신속·대량 검출 플랫폼과 슈퍼내성균 치료제(저해제) 개발로 슈퍼내성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닥터프로랩이 인류가 마주한 슈퍼박테리아의 공포를 몰아내길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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