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을 기점으로 한국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K-제약·바이오로 통칭되는 우리나라 제품들은 수출시장에서도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기업 성장을 돕고, 판로 개척 등 다양한 지원책을 장단기적으로 마련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미래 주력산업’ 장밋빛 전망
먼저 수년 새 한국 제약·바이오업계의 덩치가 크게 불어났다. 제품 생산액 규모 자체가 늘어난 데다 대규모 생산기업의 시장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내놓은 ‘2021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의약품(완제의약품 기준) 생산금액은 21조 원으로, 이 가운데 의약품을 연간 3,000억 원 이상 생산한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은 2014년 10곳에서 2020년 15곳으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생산액도 2014년 4조4,361억 원에서 7조9,520억 원으로 79.3% 급증했다. 이에 생산액 규모 3,000억 원 이상 기업의 생산액 점유율은 2014년 전체 27.9% 수준에서 2020년 37.8%로 약 10%포인트 늘었다.
특히 이 중 생산액 5,000억 원 이상 기업 6곳의 생산액은 4조4,954억 원으로, 2014년 2조6,392억 원 대비 70.3% 올랐다. 점유율은 18.3%에서 21.4%로 확대됐다. 3,000~5,000억 원 기업 9곳의 생산액은 2020년 3조4,567억 원으로, 2014년(1조7,970억 원)보다 무려 92.4% 폭증했다.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10% 미만에서 16.4%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양적 성장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맞물려 K-바이오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질적 향상까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에 이어 경구용, 이른바 ‘먹는 치료제’까지 생산하는 등 글로벌 의약품 생산기지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셀트리온·동방에프티엘 등 3곳의 국내 기업은 앞서 MSD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제품명 라게브리오) 복제약 생산에 들어간다. 이들 기업이 생산해낸 제품은 중저소득 국가 등 약 100개국에 공급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과 항체치료제에 이어 소위 ‘게임체인저’로 평가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까지 생산하게 된 셈이다.
앞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주요 다국적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항체치료제의 위탁생산 계약을 잇따라 수주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원액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제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사가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완제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제약사 릴리와 GKS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체 복합제 ‘이부실드’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은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캐딜라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자이코브디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자이더스와 백신 공급계약을 맺은 국내 바이오기업 엔지켐생명과학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양적·질적 변화에 K-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수출액을 기록한 것. 특히 지난해 국내 기업이 기록한 13조 원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K-제약·바이오 미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2021년 연간 수출입 동향’(관세청 통관자료 및 무역통계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의 지난해 수출액은 84억9,000만 달러(한화 10조1,192억 원)로 전년 대비 20.5% 증가했다. 여기에 작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수출로 13조2,000억 원의 계약을 달성한 것을 더하면 무려 23조 원을 넘어서는 성과다. 계약을 비공개한 기업을 제외해도 역대 최대 규모다.
의약품목 수출 성장 주목
기술수출을 제외하고도 의약품목 수출 성장세 역시 눈에 띈다. 산업통계 포털 아이스탠스에 따르면 국내 의약산업 수출액은 지난 2016년 31억5,299만 달러(3조7,561억 원)에서 2020년 78억4,118억 달러(9조3,412억 원)로 무려 149% 성장했다.
그간 전통적인 효자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63% 성장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하다. 동 기간 가전은 79%, 정밀화학은 66% 수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K-바이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의 국산화 등 수두룩하게 남겨진 과제 수행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현재 수출 측면에서 CMO·진단키트 등에 과도하게 쏠린 점도 과제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진행 과정에서 최근 실적 개선이 이뤄지곤 있으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코로나19 백신 CMO 원천기술력 수준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진단제품의 경우 최근 유럽연합(EU)이 15.8%, 아세안 국가 11.3%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안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결국 코로나19 관련 백신·치료제의 국산화가 시급하게 요구된 가운데, 앞서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지난해 유럽에서 정식 허가를 따내며 주목받은 바 있다.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주력 산업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관 모두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더욱 세밀한 전략으로 협력해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