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철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 선택과 도전으로 새로운 길 개척해온 창조적 선구자
안영철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 선택과 도전으로 새로운 길 개척해온 창조적 선구자
  • 안수정
  • 승인 2017.09.0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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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철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고통을 피하지 말고 즐길 것, 철저히 외로울 것. 이는 지난 1999년부터 세계인명사전에 연속 등재되며 화학공학자로서의 성과를 일구어 온 안영철 교수가 말하는 연구자의 숙명이다.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겨내며 공정설계 분야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그는 결코 자신의 길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현재까지 쌓아온 기반 위에 신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내민 그를 만났다.

 

공정설계 연구 중심으로 독창적인 성과 이루어온 화학공학자

안영철 교수는 공정설계를 중심으로 연구역량을 강화하면서 반응 및 열전달, 유변학적 유체 흐름에서의 전달현상 등에 대한 해석기법을 개발했고, 결과물들은 여러 공정의 해석과 설계에 적용되면서 우수성을 입증 받고 있다. 그는 SCI급 국제 학술지에 50여 편의 주요 논문을 발표해 오면서 지난 1999년부터 마르퀴즈 후즈 후 세계인명사전과 IBC 세계인명사전 등에 연속 등재되어왔고, 최근 ‘2017 알버트 넬슨 마르퀴즈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조금 더 주어진 덕분이라고 담담히 소회를 전한 그는 행운을 잡을 때마다 맡은 바 소임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어떤 이는 자신에게 오는 기회를 영민하게 잘 포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가 하면, 다른 이는 이 기회가 자신 곁에 오는지도 모르고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 교수는 영민한 연구자다. 그는 늘 깨어 준비함으로써 기회를 포착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이날 안 교수와의 인터뷰는 결국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와의 인터뷰는 단순한 연구 성과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 여러 차례의 도전과 그 사이사이 녹아 있는 생각까지 더듬느라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정설계 분야에서도 반응이 일어나는 고분자합성 반응기에서 폴리에틸렌이나 나일론-6 등의 중합 반응 공정 해석, 고분자 물질의 압출 및 사출공정에서 일어나는 팽윤현상이나 인장 또는 압축 변형 해석, 스크류와 배럴 사이의 캐비티 내부에서의 유동 현상 및 열 분포의 해석 등이 저의 주 연구 분야입니다.”

안 교수는 효성그룹 동양나이론(주)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현장의 나일론-6 중합반응기의 성능 분석을 통해 최적의 반응기 설계기법을 완성했다. 이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기술개발 특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에서 보장된 미래를 뒤로하고 그가 선택한 또 하나의 기회는 국비유학생이다. 이후 안 교수는 미국의 버팔로 뉴욕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고분자 압출공정에서의 뉴우튼 유체의 압출팽윤 현상을 해석했다. 압출팽윤 현상은 특이점을 갖는 자유표면을 해석해야 하는 고난도의 문제이자, 다수의 연구자들이 강건한 해석기법의 개발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하는 분야이기에 그의 성과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한화그룹종합연구소에서 플라스틱디자인실 실장을 역임하면서 압출팽윤 현상 해석기법을 이용, 자동차의 플라스틱 사출성형 부품, 압축성형 부품 등을 설계하여 성형하고 시험하는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특히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복합재료인 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수지 매트(GMT, Glassfiber Mat Thermoplastics)를 적용해 자동차 범퍼 ‘백 빔’을 설계 및 제작했다. 그가 개발한 백 빔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충돌시험을 완벽하게 통과하면서 세계 최초로 현대자동차 티뷰론에 적용, 이후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에 적용되는 쾌거를 거뒀다.

안 교수는 고단함과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 길에 올랐다. 독창적인 연구와 교육자의 뜻을 꽃피우기 위해 경남대학교에 부임한 그는 유한체적법을 이용한 해석기법을 압출기 배럴 내부의 열전달 해석에도 적용했다. 이로써 고체수송부의 스크류와 배럴, 그 사이의 공극인 캐비티 등에서의 온도분포를 예측한 것이다. 방전 가공 분야에서는 스파크에 의한 온도 분포가 용융점을 기준으로 용융선의 설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이동 경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데, 이에 대하여 유한요소법을 이용한 해석기법을 개발했다. 이 같은 이동 경계 문제들은 비정상상태 문제로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계의 이동을 계산해야 하는 난제라는 점에서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교육으로 에너지 산업 발전 견인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로서 연구와 함께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안영철 교수는 연구와 교육, 산학협력이라는 삼박자를 균형 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발포 PVC 쉬이트용 수지 조성물 개발’은 그가 일궈낸 산학협력의 대표적 성과다. 그는 해당 연구를 통해 간판이나 실내 장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발포 PVC 쉬이트의 발포제를 PVC 수지와 혼합하여 압출하는 과정에 공랭식 냉각을 통하여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프리폼 방식을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허출원은 물론 산업화에도 성공하면서 현재까지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편 그는 고분자 나노복합재료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바이오에너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고분자 나노복합재료에 있어서는 고분자 재료에 나노 크기의 입자를 혼합한 후 분산하는 기술과 단축압출기와 이축압출기를 조합하여 나노 입자인 몬모릴로나이트가 고분자 수지의 침투로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강한 전단응력을 받도록 함으로써 박리되어 각각의 열편으로 흩어지게 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안 교수는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복합재료의 단점인 강인성 부족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장강도 등의 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킴과 동시에 강인성과 내한성을 충족시킨 ‘고무 강화 나일론-6 나노복합재료’의 성형 조건 확립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2014년 기준 전체 전력의 6.7%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안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의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바이오에너지와 연료전지라 단언한다. 이는 기술 장벽이 높지 않아 정책적 결정만 내려진다면 당장의 보급 및 확대가 가능한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석유 에너지의 20% 이상을 바이오디젤로 대체했으나 한국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우리는 일본보다 먼저 연료전지 자동차 상용화를 이뤘으나 보급과 인프라 확충에서 일본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안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의 방향 설정과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대한 그의 의지는 ‘교육’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으로 움직이던 자동차들이 전기자동차로 급속도로 바뀌어감에 따라 경남대학교에 ‘연료전지공학’ 과목을 새롭게 개설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교재를 집필하는 등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교육을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내 영재교육원에서 융합교육 파트 팀장이자 지도교수로 참여하며 관련 교재 개발 및 교육에 임하는 모습이다.

 

“인생의 고통 즐길 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

학자로서, 교육자로서 소신 있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안영철 교수가 후학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그는 인생은 곧 고통의 연속이라며, 고통 없이는 재미도 없는 것이 인생이라 말했다. 그 역시 더 나은 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불안함과 고통을 겪기도 했다.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드는 시간은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수많은 선택 끝에 현재의 자리에 다다른 안 교수는 도전은 곧 고통이라며, 피한다면 결코 전진할 수 없는 만큼 고통은 곧 기회임을 기억할 것을 당부했다.

안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강조되고 있는 ‘창의적 사고’에 대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창의적 사고는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의 틀 안에서 실현되는 만큼 암기 위주의 교육 역시 결코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스승의 지식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창의성을 발현할 때에야 이루어질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그는 모든 생각은 경험에서 나오는 만큼 수학과 과학, 문학, 역사,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즐길 때에야 진정한 인생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그 역시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들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며 즐거움을 찾아가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 집단은 살아있는 백과사전 그 자체입니다. 모든 창조는 자신이 갖추고 있는 지식의 틀 위에서 발현되는 만큼,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들이 곧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지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창조’를 이끌어가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외로움이 수반되어야 한다. 후배 연구자들에게 안 교수가 던지는 “혼자 갈 수 있을 때 최대한 혼자 가라. 그래야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벽을 뚫는 리딩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히 혼자만의 창조를 통해 나아가야 하며,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선구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안 교수 역시 이 길을 걸어왔다. 선구자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그의 도전은 ‘세계 최초’의 성과들로 이어졌다. 그의 고단함이 후배 연구자들에게 물려주는 지식의 보고(寶庫)를 채운 셈이다. 안 교수가 확장한 지식의 지평 위에 등장할 제2, 제3의 창조적 선구자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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