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 소리가 만연한 이 시대에도 아날로그적 감성이 남아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캘리그라피. 수첩의 메모, 일기 등 우리가 손으로 쓰는 모든 이야기가 잠재적 예술이라고 표현한 캘리바이의 이용선 작가는 캘리그라피에 대한 사랑으로 10여년 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충북 청주에 소재한 캘리바이는 얼핏 단조로워 보이지만,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정갈한 캘리그라피로 인정받고 있는 교육기관이다. 캘리그라피가 생소했던 어느 날 영문 레터링 작업을 즐겨하던 중 시작된 캘리그라피는 이 작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2009년, 본격적으로 캘리그라피 분야에 뛰어든 그는, 지금껏 수많은 작업과 함께 제자를 양성해오며 캘리바이를 키워왔다.
현재 캘리바이에서는 취미생을 위한 일반과정과 교수법을 전수하는 강사과정, 포일 캘리그라피, 디지털 캘리그라피 등의 과정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디지털 캘리그라피는 브러쉬툴을 개발해 앨범 자켓, 행사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하고 있는 새로운 캘리그라피다. 새롭게 글씨를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때 가장 즐겁다는 그에게서는 예술을 대하는 '진정성'이 엿보였다.
이 작가가 캘리그라피 수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자신만의 글씨체를 찾는 것’이다. 캘리그라피를 비롯한 아트수업의 경우, 자칫 수강생들은 강사의 작품이나 기술을 그대로 따라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지양하고, 수강생의 감성이 드러난 자신만의 글씨체를 만들 수 있도록 창의성을 끌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글귀를 정하면 그 글귀에 온전히 젖어들려고 합니다. 저만의 감성으로 그 문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싶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문장만 보더라도 어떤 감정으로 글씨를 썼는지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동일한 문장이나 단어를 쓰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 즉 자기만의 감정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다. 이 작가는 앨범 타이틀 자켓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음원과 노랫말의 느낌을 토대로 자신만의 느낌을 담는 것이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앨범 자켓 작업 외에도 캘리그라피를 통한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융합예술 구축을 꿈꾸고 있다. 십자수, 영화, 드라마 등 캘리그라피와 다른 분야의 만남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작가는 이를 위해서는 캘리그라피 분야에서 보다 더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캘리그라피 행사 및 전시회 주최 등 캘리그라퍼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는 최근 내용에 따라 글씨가 달라지는 자신의 매력을 십분 살린 책 <이용선의 연인캘리그라피 '내 사람에게'>를 출간하며 앞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바쁘게 흘러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캘리그라피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이 작가. 앞으로 제자들의 앞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엿보였다. 한글을 사랑하는 캘리그라피 강사로서, 그리고 캘리그라퍼로서 이 작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