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 “디지털 대전환 속 한의약의 혁신, 통합과 상생의 관점으로 정책 열어나갈 것”
과학화와 표준화,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대한민국 한방산업
격동하는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한의약도 혁신하고 있다. 한의약 디지털 혁신은 국민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한의약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데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한의약 분야의 과학화와 표준화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산업의 육성과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을 설계해나가고 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으로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한편, 한의학의 강점인 노인 돌봄 분야에서 한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고령화 사회에 요구되는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통합과 상생의 관점에서 열린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정영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녕하세요, 정책관님. 독자들에게 인사와 더불어서 정책관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정영훈입니다. 1997년 공직에 입문하여 그동안 보육기반과장, 의료기관정책과장, 한의약정책과장, 커뮤니티케어추진단장, 질병관리청 건강위해대응관 등을 거쳐 2024년 7월부터 한의약정책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의 주요 업무와 사업 내용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의약정책관은 보건의료정책실 소속으로 전통의약인 한의약의 육성발전에 초점을 두고,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조정·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총괄적으로는 2004년 제정된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관련 부처, 지자체와 함께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한의약의 보장성 강화와 통합건강돌봄에서 한의약의 역할 확대, 한의약산업과 연구개발 지원, 한의약 국제경쟁력 강화 등 업무를 추진 중입니다.
최근 AI와 함께하는 한의학에 대한 주제로 ‘2025전통의약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소식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전통의약 국제 심포지엄은 세계적 위상을 갖춘 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7번째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미래 의료의 핵심인 AI를 주제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계 11개국 66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여, AI·빅데이터의 전통의약 활용, 국제표준, 글로벌 협력 모델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미래 의료패러다임 변화에서 AI가 강력한 변수로 등장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의약 정책에서도 AI 활용은 필수적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전통의약의 방대한 고전문헌과 경험자료를 AI를 활용하여 임상에 적용시킨다면 환자맞춤형 국민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데 목소리가 모아졌습니다. 물론 데이터 수집과 표준화 등의 관문이 상존하기는 하나 국제 전통의약네트워크로 다져진 협력체계를 유지한다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분산된 한의약 연구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약 실험정보 관리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게 된 부분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시범 구축한 ‘한약 실험정보 관리 시스템’은 ▲연구자 간 데이터 공유 활성화, ▲연구 중복 최소화, ▲연구 결과의 표준화·재현성 강화, ▲국제 수준의 데이터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이 시스템은 단순히 연구성과를 축적하는 저장소가 아니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분석 기술과 연결되어 한의약 근거 창출의 핵심 인프라로 발전할 것입니다. 시스템을 기반으로 축적된 데이터는 산업계·학계·의료현장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글로벌 한의약 연구 협력에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한의약 데이터 허브로 발전시켜 국민의 건강증진과 연구 혁신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등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책은 현재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약은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넓히고, 초고령사회 요양·의료·돌봄 수요를 충족하는 중요한 의료자원이라는 점에서 보장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총 진료비에서 한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4.2%에서 2016년 3.7%로 하락한 이후 현재까지 3% 초반대에 정체되어 있으며, 의과와 비교해 낮은 보장률로 인해 국민들은 한의 보장성 강화를 꾸준히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결정하고 2020년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코로나가 한창인 시기에 1단계를 거쳐(’20.11 ~ ’24.4) 2024년 4월 부터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한방병원이 추가되어 전국 9,508개 한방의료기관의 참여로 사업시행 후 1년간(’24.4.29~’25.3.31) 약 62만 명의 환자가 건강보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약재 규격품 바코드 시스템 도입, 처방 내역 공개 등 국민 알 권리와 한약재 안전관리를 강화하여 첩약의 국민 신뢰도를 제고하였습니다.
계획한대로 내년에는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평가 등 본사업 실시를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UAE 의료면허관리제도(*PQR) 개정(한의사 면허기준 신설) 소식과 한의약의 해외 진출 지원사업에 관한 이야기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올해 4월 한의사면허 기준을 신설하고, 같은 해 6월 아부다비 보건부 업무범위(*SOP)에 한의사 활동범위 등을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은 한의약이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은 상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한의약 분야는 UAE TCIM(Traditional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Medicine) 체계 안에서 중국 중의학(TCM), 인도 아유르베다(Ayurveda)와 함께 독립적인 범주로 분류되어, 국제 전통의약 체계 내 한의약 위상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 PQR(Professional Qualification Requirements) : 외국 의료인 대상 자국 고유의 의료면허 관리 제도로 의학, 치의학, 전통대체의학 분야로 구분
* SOP(Scope of Practice) : 각 직군별로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와 윤리·법적 책임을 명시한 아부다비 보건부 규정
보건복지부는 해외 현지에 진출되어 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한의 의료기관 및 한의약 제품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수요가 기대되는 전통의약 주요국 및 진출 국가의 제도와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해외 진출 정부 관계자, 외국인 의사·전통의사 대상 국내 한의약 현장 견학 및 임상 연수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의약이 국제 보건의료 협력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지원과 기반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정책관님께서 지금의 자리에 계시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쌓아오셨을 텐데요. 공직자로서 걸어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 신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상투적으로 이야기하면 국민과 가족이 공직자로서의 삶에서 큰 배경이 되겠지요. 보건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부는 정책파트너들이 물질적·정신적 필요도가 높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고, 더 많이 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고, 그러다 보면 몸이 움직이고 그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지요. 지나고 보면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하는 물음표가 공허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무엇인가를 만들고, 늘리고, 연결 짓고, 하는 당위적인 사고들이 동력이 아니었나 싶네요.
과학화와 표준화로 변화하는 한의약 산업의 전망과 한의약정책관의 비전과 목표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의약 산업은 첨단과학 기술과 데이터 기반 표준화 접목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 바이오마커 등 최신 의료기술이 한의약 진단·치료와 접목되어 보다 정밀하고 근거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것입니다. 또한 임상연구 표준화, 한약제제의 품질관리, 안전성·유효성 평가체계 확립 등은 한의약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AI 시대에 한의약은 디지털 융합을 통해 진단과 치료영역에서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국제전통의약 시장에서도 한의약은 중국 못지않게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에 갇히지 않고 전통의 경험과 지혜를 최대로 활용하는 열린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통합과 상생의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한의약산업 특집 기획을 통해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한의약은 오랜 전통 속에서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산입니다. 정부는 한의약이 과학과 산업, 그리고 세계로 나아가는 미래 의학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께서도 한의약을 신뢰하고 일상 속에서 건강한 삶의 동반자로 활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부는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한의약 발전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이나 강조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전통의학으로서 완결된 제도적 체계를 갖춘 나라는 중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뿐입니다. 국제학술대회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의약에 대한 신뢰와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완대체의학 시장은 계속 증가하고 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응용되는 상황에서 한의약은 국가전략산업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래의료의 관점에서 상호보완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